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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김학선 기자> |
8일 오후 5시 서울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진행된 ‘지식향연’의 첫 무대에 앞서 잔잔하게 울리던 긴장감은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았다. 이날 모인 대학생은 약 2000명. 정 부회장에게 관심을 가진 학생도 있었겠지만 단순히 공연을 위해 참관한 학생도 있을법했다.
무엇보다 정 부회장의 강의 주제는 ‘인문학’. 대기업 오너의 ‘인문학’ 강의라니 딱딱하고 재미없다고 예상될 법 했다.
하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강연 내내 잔잔한 웃음이 강당에 울려 퍼졌고 정 부회장의 말이 끝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이 적지 않게 보였다. 강연 중간에 자리를 뜨는 학생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친구와 함께 강연장을 찾은 대학생 김현주(가명.22) “생각보다 재미있고 인상적이었다”며 “신세계 채용에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평가가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것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정 부회장의 각별한 노력과 정성이 있었다.
정 부회장의 이날 강의는 여느 재계 오너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손에 든 원고는 거의 읽지 않았고 자연스런 제스쳐와 몸동작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을 모았다. 무대를 종횡하며 부단히 이동한 것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3분이상 한자리에 머물지 않았다. 모든 학생들과 눈을 마주치듯 무대 끝에서 끝까지 자연스럽게 걸으며 청중의 시선을 휘어잡았다.
단순히 원고를 읽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청중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화법도 눈에 띄었다.
“거기 조는 학생, 이것 세 가지만 듣고 졸아요.”, “이 책 읽어봤어요? (아니요) 그럴 줄 알았어요.” 등은 모두 정 부회장이 이날 강연에서 한 말이다. 그는 농담을 할 때는 웃으면서, 현 20대의 안타까움을 이야기할 때는 격양된 표정으로 목청을 높였다.
분명 정 부회장이 강연이 익숙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같은 정 부회장의 강연은 노력의 산물로 보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정 부회장의 강연은 지난해부터 논의되기 시작했지만 올 초 본격화 된 뒤로는 적잖은 노력이 뒤따랐다고 한다. 정 부회장은 스피치 전문가에게 강연에 대한 조언을 받았고 발표 원고 역시 직접 썼다. 강의에는 생각과 신념이 반영돼야한다는 정 부회장의 의지였다.
심지어 정 부회장은 대학생들이 입장하기 수 시간 전에 행사장 미리 도착해 리허설을 진행하기도 했다. 행여나 있을 실수를 막기 위한 최종 연습이었던 셈이다.
그가 이번 신세계의 새로운 채용문화 도입에 얼마나 정성을 들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신세계그룹은 올해를 인문학 전파의 원년으로 삼고 매년 20억원을 지원하는 등 문화·예술에 대한 후원을 지속해 메디치 가문의 뒤를 이을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