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대중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각(角) 8 - '불륜'이란 단어가 이들을 단정짓기엔…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어떻게 알고 왔는지 경찰차 두 대가 빨갛고 파란 불빛을 번쩍거리며 나를 에워싸고 있었다. 내 몸엔 젖은 쓰레기들이 묻어 텁텁한 냄새가 풍겼다. 경찰들은 내 눈에서 광기를 보았는지 함부로 말리지는 않았다.

내 주위를 빙빙 돌며 광기의 팽창을 막으려는 소극적 방어를 취하고 있었다. 나는 차분해져 있었고, 고도로 집중되어 있었다. 의식이 또렷한 가운데 살의의 감각 같은 것이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경찰봉 이리 내놔. 저 새끼 때려죽이게”

경찰에게 팔을 뻗으면 뻗는 거리만큼만 뒤로 물러섰다. 그들은 나를 무섭거나 위험하게 보지는 않았다. 천천히 식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최영호에게 다가갔을 때 그는 그 자리에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안에서 타오르는 집념의 불꽃이 밖으로 내비치지 않는, 고독한 구도자 같기도 한 자세로 푸르스름한 어둠 속에 마냥 서 있었다. 밀레의 <만종>에 나오는 석양 무렵의 농부 같기도 했다.

<폭풍의 언덕>의 파토스적 인물, 한때 미칠듯한 매력으로 나를 사로잡았던, 히스클리프 같기도 했다. 무슨 생각에 저리도 깊게 잠겨 있는 걸까. 내 집에서 근엄하기까지 했던 확신과 지금의 바닥 모를 침전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아내는 내게 기득권이란 말을 썼다. “살아온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진 않아. 자기는 내게 기득권이 있고.....” 기득권? 아내에 대한 내 존재가 고작 기득권이라고? 내가 가장 혐오하는 말이 내 존재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그것도 나를 배신한 사람에 의해. 게다가 아내는 당당하다.

기득권이란 말은 나를 무참히 탈진시키는 말이다. 몇시간 전만 해도 믿어마지않던 아내로부터 그런 말을 듣게 되다니. 분노와, 그것을 무력화하는 탈진을 동시에 받으면 어떤 내면의 공황에 빠지는지 난 알았다.

분노와 탈진, 모멸과 박탈, 그 상쇄적 감정을 동시에, 그것도 쌍 겹으로 느닷없이 받을 때, 정신이 어떻게 탈색되고 휘발되는지, 사전 예고도 없이 생체 실험 당한 것이다. 그러한 가학의 총체는 나자신으로부터 회 뜨듯 섬뜩하게 나를 이탈시키더니, 이번에는 알 수 없는 구심점을 향해 나를 몰입시키는 것이다.

극도의 증오와 살기까지 품게 되었던 내가, 이렇게 이른 새벽 어슴프레한 미광 속에 미동도 없이 서 있는 적을 바로 앞에서 보는 순간, 경이로움 내지 은근한 끌림마저 생기는 것은 왜일까.

조금 전 내 단도직입적인 몰아붙임에 대한 아내의 부동이나 이 남자의 근엄한 침묵에는, 죽음의 향기가 날 정도로 근접하기 어려운 뭔가가 있다. 이들 역시 감당키 힘든 뭔가를 모질게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그 감내의 내용이 둘 사이에 똑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겠지만 감내의 중량은 별 차이 없을것이다.

그리고 둘 사이에 절박하게 흐를 애련의 격류가, 오늘 밤 사건을 계기로 어떻게 변할지 모를 불확실성으로 인한 중층의 애욕과 아픔, 고뇌가 그들 감내의 무게를 더욱 무겁게 한다. 그런 식으로 민감하고 치열하게 얽힌 감정의 심연 속으로 그들은 한없이 침잠해 있다. 그 침잠의 무게가 나로 하여금 이들의 관계를 불륜이라고 섣불리 부르지 않게 한다.

그들의 침묵에 비해 내 흥분은 경솔했을까. 아니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 연놈들을 그냥 싸그리 정리하는 게 산뜻하지. 하지만 그런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통 안에 들어서면 통 밖에서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된다. 뒤범벅된 감정들이 야릇한 절묘함 속에 죽처럼 녹아 물아일체의 원액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살인이건, 무아경의 환희이건, 이 원초적 감정의 원액에서 그 색깔과 향기, 투명도가 다를 뿐이다. 그놈과 한판 붙으려던 앙심이 절로 수그러들었다. 그놈은 내게 ‘비겁한 자식’이라고 했다. 비겁? 오늘은 정말 이가 갈리는 날이다. 내가 비겁한 놈이라고?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이부진, 아들 서울대 입학식 참석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2026학년도 입학식에 참석해 아들 임동현군의 입학을 축하했다. 이 사장은 이날 모친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과 함께 서울대를 찾아 임군의 입학을 기념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사진 왼쪽)과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이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2026학년도 입학식에 참석해 아들 임동현군의 입학을 축하하고 있다.  khwphoto@newspim.com 임군은 최근 서울 휘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26학년도 수시모집 전형으로 서울대 경제학부에 합격했다. 고교 시절 내신 성적이 상위권이었으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한 문제만 틀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26학번이 된 임군은 외삼촌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서울대 동양사학과 87학번)의 후배가 됐다. 이날 입학식 현장에서 이 사장의 패션도 눈길을 끌었다. 이 사장은 크림색 계열의 디올 재킷에 에르메스 버킨백을 매치한 차분한 차림으로 참석했다. 단정한 헤어스타일과 절제된 스타일링으로 재계 인사다운 단아한 이미지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사진 왼쪽)과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이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2026학년도 입학식에 참석해 아들 임동현 군의 입학을 축하하고 있다. khwphoto@newspim.com nrd@newspim.com 2026-02-26 16:27
사진
李대통령 지지율 67% [NBS] [서울=뉴스핌] 김미경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취임 이후 최고치인 67%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6일 발표됐다. 이재명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 2월4주차 [그래프=NBS]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수행하는 전국지표조사(NBS) 2월 4주차 결과를 살펴보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평가는 67%로 직전 조사인 2월 2주차 63%보다 4%포인트(p) 올랐다.  부정평가는 25%로 직전 조사 30%보다 5%p 떨어졌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열린 제11차 확대국가관광전략회의 'K-관광, 세계를 품다'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6.02.26 photo@newspim.com 정당 지지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45%, 국민의힘 17%, 조국혁신당 4%, 개혁신당 3%, 진보당 1% 순으로 나타났고, 태도유보는 27%였다.  정당 대표의 직무수행 평가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에 대한 긍정평가가 43%, 부정평가 42%였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긍정평가는 23%, 부정평가는 62%였다. NBS 정당지지도 2월4주차 [그래프=NBS] 6·3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53%,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34%로 집계됐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폐지에는 잘한 조치라는 찬성 의견이 62%, 잘못한 조치라는 반대 의견이 27%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에는 '혐의에 비해 가볍다'는 의견이 42%, '적절하다'는 의견이 26%, '무죄이므로 잘못됐다'는 의견이 23%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23~25일 동안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4.9%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the13ook@newspim.com 2026-02-26 11:51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