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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화의 느리게 걷기] 나... 잘 살고 있는거 맞아?

기사입력 : 2013년07월23일 10:09

최종수정 : 2014년06월23일 10:48

나이들어 이런 질문 쑥스럽지만 나는 나에게 묻는다.
"나.. 잘 살고 있는 거 맞아!?"
아마도 지금까지 방송일로 매일 시간에 쫒기며 살았다면 나에게 이런 질문도 못할뻔 했건만 다행스럽게도 나는 나에게 진지하게 물을 기회를 얻었다.
나.. 잘 살고 있는 거 맞지!?

시사프로그램을 관둔 이후로 나는 얼마간 행복했다.
시골에서 농사지으면서 놀맨 놀맨 옆집 할머니 들깨모종 심을 때도 참견하고, 불과 얼마 전에 심은 것 같은데 벌써 고추가 주렁주렁 달려 무거워진 고추대도 세워 묶어주고 너무 많이 달려 가지가 찢어질 것 같은 노란 방울토마토도 지지대에 똑바로 세워 지지해 주고, 초보농부가 심었어도 주렁주렁 달린 열매들이 신기해 입이 귀에 걸릴 만큼 행복해 하며 가을하늘만큼 높은 파란하늘도 올려다보고, 평소와는 다르게 8대2가르마 하이칼라로 옷도 쫘악 빼입고 목신리 버스정류장에서 무심하게 버스를 기다리는 옆집 할아버지도 면에 나가시나.. 생각으로 참견까지 해보고, 스콜처럼 장대비가 갑자기 내리는 날이 많아졌는데 그런 날 이면 활짝 열어놓았던 문을 얼른 닫고 유리창 밖에 키 큰 자작 나뭇잎이 빗물사이로 떨고 있는 모습, 만개한 백합 꽃 속에서 내 엄지손톱보다 더 작은 청개구리 한 마리가 비를 피하는 모습까지.. 느리게 느리게 관찰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백수가 과로사로 한방에 훅 간다더니 이게이게 과로사라 표현하는게 몸이 피곤한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니고 생각이 피곤해 ‘다이’ 하는 걸 ‘백수과로사’ 라고 말하는 건가보다.

이상하다. 
세상이 조용하다.
어라!
내가 없는데도 세상이 이토록 잘 돌아가네.. 싶어 섭섭한 마음이 약간씩 밀려오더니 급기야 잘 아는 피디와 통화를 하다가 언뜻 약간 무심한 그의 목소리가 느껴진다는 생각이 오른쪽 뇌리를 스치면서 ‘어허! 서운할세.. 목소리 반가움의 강도가 예전 같지않아~~’ 요런식의 감정이 일순간 쓰나미 처럼 확 밀려온다.

그는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나만 혼자 얼굴이 벌개지고 마음속으로 확 ‘삐짐’의 못을 쳐버렸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내가 30년동안 그곳으로부터 한 발자욱도 멀어지지 못하고 그 곳만이 온 우주의 전부인양 지내왔는데 지금 그 곳에 내가 없는데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이렇게 잘만 흘러간다. 흘러 가는 게 뭐이냐 잘만 돌아간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이거 이미 세상이 열 번은 무너져 내리고 난리 부르스를 춰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참 섭섭하게도 무심한 세상은 무너지지도 않고 기름 친 재봉틀 돌아가듯 잘도 돌아가고 있으니 이게 웬일인가?
이쯤되면 나.. 잘 살아온거 맞아? 또는 잘 살고 있는거 맞아!?
자신에게 반문해 보게 된다는 사실.
나는 일생에 처음으로 백수가 됬을 때 정말이지 늘어지게 편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처음 며칠은 인간장판으로 살았지만 그 짓도 등이 배기면서 허리가 아파 못할 노릇이었다.  느즈막 하게 일어나 멍하게 창밖을 바라보다가 주방으로 가서 일단 정신이 번쩍들 정도로 차가운 우물물 한잔을 컵에 가득 받아 마신다.
그래도 정신이 들지 않으면 다시 침대로 돌아와 이번엔 배를 깔고 누워본다.

잠이 오는 것도 아닌데 몸이 무겁고 나른하면서 살짝 피곤한 것 같기도 하고 여러 생각으로 머리가 더 무거워지고 이미 해는 중천에 떠서 도저히 빛이 가려지지 않으면 비행기를 탈 때 가끔 쓰는 수면용 안대로 눈을 가리고 다시 돌아 눕기를 반복한다.

나.. 30년동안 일만 하면서 살아 온거 맞네!
내가 일 중독이였네.. 그렇지 않고서야 내 인생에 이렇게 나를 돌아볼 좋은 기회가 생겼는데도 그 기회를 잡지 못하고 이렇게 넉 다운이 된다는게 말이돼? 않돼?
“않돼!”

딱 결론내리고 느리게 가는 농촌생활시간표를 따라 나는 즐기면서 살기로 한다.
이래서 내 생각은 어려운 일도 피할 수 없으면 기꺼이 당해봐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한게 아니고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
사람은 각자 인생의 무대에서 주인공이다.
못난사람도 없고 잘난사람도 없다.

그런데도 사회가 가진 잣대로 인해 못난사람과 잘난사람이 구별되고 갈라진다.
내 주위 사람은 나에게 나만큼 친절하지 못하다.
나를 나만큼 잘 알지도 못한다. 고로 다른 사람을 내가 속속 잘 이해하고 안다는 건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이해한다 말로는 편들어 줄 수 있어도 다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도 남들이 내 아픔을 왜 몰라줄까? 내가 이만큼 아픈데 당신들은 왜 내 상처를 보지 못하는거지? 속으로 부글부글 섭섭함의 버블을 키우고 있다.
언제 터트리려고??

세상이 그럴 진데 나는 왜 그 이치를.. 사람이 보통 가질 수 있는 그 마음, 인지상정 (人之常情)을 이제야 깨닫는가.
그러나 늦지 않았다.
죽을 때 까지 깨닫지 못하고 눈을 감느니 지금 눈 뜨고 팔팔 할 때 빨리 깨닫는 게 훨씬 이득이다. 

나는 지금 나에게 답한다.
‘나.. 잘살고 있는거 맞아!’

지금 한창 바쁘게 힘든 당신도 ‘지금 잘 살고 있는 거 맞다!’  응원하고 싶다.
사랑하는 당신.
당신이 행복한 것 보다 더 중요한 일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프로필

-KBS 2기 공채 개그맨
-성균관대학교사회복지학 학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동양철학 박사과정
-희망서울 홍보대사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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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출석하라" 재통보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내란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오는 7월 1일 오전 9시에 2차 대면조사를 위해 출석해 달라고 통보했다. 박지영 내란 특검보는 29일 저녁 서울고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소환 일정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 측 의견을 접수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해 7월 1일 오전 9시에 출석하라고 통지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29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에 마련된 내란특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2025.06.29 leehs@newspim.com 박 특검보는 "(소환 일정) 협의는 합의가 아니"라며 "결정은 수사 주체가 하는 것이고 윤 전 대통령 측 의견을 접수한 뒤 특검의 수사 일정이나 여러 필요성 등을 고려해 출석 일자를 정해서 통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변호인단 측의 반응은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측에 오는 30일 출석하라고 통보했으나, 윤 전 대통령 측은 방어권 보장 등을 이유로 오는 7월 3일 이후로 조사 일정을 잡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특검팀이 당초 날짜보다 하루 늦은 7월 1일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재통보한 것이다. 특검팀은 경찰청에 수사방해 사건 전담 경찰관 파견을 요청했다고도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지난 28일 첫 대면조사에서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 교체를 요구하며 조사를 거부한 행위가 특검법상 수사방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특검팀은 판단하고 있다.  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변론의 영역을 넘어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이는 특검법에서 정한 수사방해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며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 특검은 수사방해 사건을 전담할 경찰관 3명을 경찰청에 파견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법 수사 대상에 보면 일련의 수사 방해나 재판 방해도 수사의 대상이 돼 있다"며 7월 1일 2차 대면조사에서도 박 총경이 계속 조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hong90@newspim.com 2025-06-29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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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6억 이상은 안됩니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출범 약 한 달 만에 초고강도 부동산 대출 규제 정책을 내놓은 가운데 수도권 집값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가계 대출 총량을 절반으로 확 조이고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일괄 제한하는 방향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7일 관계기관 합동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대출 규제를 골자로 한 수도권 중심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에 따르면 지난 28일부터 총액 한도가 없는 주담대를 수도권과 규제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에 한해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된다. 고가 주택 구입에 대출을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 [사진= 뉴스핌DB] 다주택자에 대한 신규 주담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0%를 적용해 전면 금지하며 1주택자 갈아타기 주담대 규제도 강화된다. 기존에는 보유 주택을 2년 이내 처분하기로 약정하면 주담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6개월로 처분 기간이 줄었다. 위반 시에는 대출금 즉시 회수되고 향후 3년간 주택 관련 대출이 제한된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 목적의 LTV도 기존 80%에서 70%로 줄어든다. LTV는 자산 담보가치에 대한 대출 비율을 뜻한다. 7월부터는 금융권 자체 대출과 정책대출의 총량 목표를 당초 계획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하며 정책 대출은 연간 공급 계획 대비 25% 줄인다. 은행의 대출 가능 총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당초 7월 시행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DSR(총부채상환비율) 3단계 조치에 이어 이번 초강도 대출규제가 중첩되면서 주택 구매를 위한 대출문턱은 더 높아지게 된다. 예컨대 스트레스 DSR 3단계만 적용 시 연봉 1억원 직장인이 만기 30년, 원리금균등상환, 대출금리 4%의 조건으로 수도권 지역에서 생애 최초 주택구입 목적의 변동 주택대출을 받을 때 대출한도는 5억8700만원으로 기존 2단계 대비 2000만원가량 줄어든다. 또 수도권 가산금리 1.5%P가 더해져 금리는 5.5%가 적용된다. 여기에 7월부터 시행하는 정부의 고강도 대출 정책인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이 더해지면서 대출한도는 이보다 더 줄어들 전망이다.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가 기존 대비 50%가량 줄면 은행들은 대출한도를 추가로 10~30% 감액할 것으로 예상된다. LTV도 기존 80%에서 70%로 줄기 때문에 집값에 따른 대출금도 축소된다. 또 총량 소진 시 대출 자체가 거절될 수 있다. 연봉 1억원 이상 고소득자들의 주택구매도 어려워진다. 수도권 주담대 대출의 최대한도가 6억원으로 일괄 제한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실제 대출금액은 6억원 한도 내에서 LTV(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비율 등에 따라 조정된다. 이번 규제는 토요일인 지난 28일부터 시행이 본격화됐다. 발표 당일인 27일까지 금융회사가 전산상 등록을 통해 대출 신청접수를 완료하거나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 계약금을 이미 납부한 경우 종전규정이 적용된다. 정부가 초고강도 규제에 나선 이유는 과열된 부동산 열풍 및 가계대출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말 대비 4조 원 늘어난 752조 74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일당 3328억 원이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8월 영업일당 평균 4584억원이 늘어난 이후로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정부는 이번 규제로 올해 하반기 10조원, 연간으로는 20조원 가량의 가계대출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과열된 부동산 열기를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강도 높은 대출 규제로 인해 청년들의 주택 구매 여력을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30세대 무주택자의 '주거 사다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romeok@newspim.com 2025-06-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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