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으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당장 박 대통령이 언급한 '경제부흥'이 과연 어떤 스타일로 이뤄질 것인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인수위는 지난 21일 새정부에서 중점으로 다뤄야 할 밑그림인 박근혜 정부 정책과제 140개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산업계 측면에서는 기대가 컸던만큼 아쉬움도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정책과제 발표는 새로운 글로벌 위기 상황이 부각되는 가운데 새정부가 한국을 어떻게 이끌고 나가겠다는 뚜렷한 정책비전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인수위 정책과제에서 제시된 대부분의 내용들이 불확실하고 추상적인 내용에 그쳐 박 대통령의 의중을 과연 얼마나 반영한 것인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담론'수준 그쳐…실행방안은 '부재'
가장 대표적인 예로 산업적 측면에서 제시된 정책과제인 '협력적 기업생태계 조성'과 같은 경우를 들 수 있다.
즉 인수위는 협력적 기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그동안 높은 고용창출효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중소기업 및 유통산업, 외국인투자 등을 일자리 창출 주역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자리 창출의 주역으로 과연 이들 중소기업이나 유통산업, 해외투자 등이 어떻게 지금보다 더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설득력은 그리 높지 않은 모습이다.
◆ 정부가 맹신하는 성장시대의 '인습'
여기에서 새정부가 맹신하고 있는 '인습'적 경향도 지적되고 있다. 예컨대 정부는 항상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중견기업이 다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달콤한 '희망사항'에 가깝다. 이른바 과거 성장시대의 논리이고, 정작 현재의 글로벌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현실은 오히려 대기업이 거꾸로 중소기업이 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위기상황이 닥쳐오면 그렇게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면 다행이라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대기업은 중소기업으로 살아남기보다 오히려 쓰러지고, 사실상 공중분해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많은 실직자가 양산되고 금융권을 제외한 후순위 소액채권자들은 연쇄도산한다.
또 국민의 세금으로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알짜부문은 고스란히 외국계 자본에 팔려간다.
이를 전후해서 엄청난 권력형 비리와 도덕적 해이도 만연하게 된다. 우리는 이미 지난 정부 기간동안 핵심 권력 실세들의 엄청난 뇌물 비리 스캔들과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를 생생히 목격한 바 있다.

◆ 재탕·요약정리식 정책 발표 '아쉬움'
예컨대 기업생태계 조성 항목에서 '경제자유구역의 중점 유치업종별 산업특화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각론의 내용도 그렇다.
어찌보면 당연히 필요해 보이는 과제다. 그런데 '산업특화 클러스터' 정책은 정부 내에서도 이미 몇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내용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원안 내용대로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번 정책과제 중에 다시 포함됐다.
그렇다면 왜 과거 정권에는 실행되지 못했을까. 이전 정부는 이를 실천하고자 하는 공무원들의 의욕이 없었던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주된 이유는 정부의 의지나 정책판단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최악의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악재 때문이었다.
또 정부가 원칙을 세우고 의지를 보이면 당연히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를 두고 이를 엄청난 정책 과제인양 포장하는 행위 역시 잘못된 것이다.
한 정책 전문가는 "물론 새 정부가 원칙에 맞게 나라살림을 꾸리겠다는 의지도 중요하다"면서 "하지만 그 자체가 정책 과제가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 산업 기상도 '먹구름'…10대그룹도 '먹거리' 불안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엔저 흐름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산업 기상도는 '흐림', 즉 먹구름으로 잔뜩 찌푸려 있어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상황에 가깝다고 한다.
삼성이나 현대차, LG 등 일부 잘나가는 대기업 집단을 제외하면 나머지 기업들은 10대 그룹이라고 해도 사실상 언제 어떻게 될 지 무척 불안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기업 간에도 이른바 '되는 집안, 안되는 집안'식의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그 판별 기준은 다름아닌 글로벌 산업 경쟁력이라는 점이 뚜렷하게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근시안적인 정부 관계자들은 이를 보고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 경제정책 전문가는 "인수위가 내놓은 140개 과제에는 참신한 아이디어나 혁신의지는 찾아볼 길 없다"면서 "처음부터 신선한 맛은 찾아볼 수 없이 '꾸덕꾸덕'한 느낌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 "어떻게 먹고 살 지부터 먼저 고민해야"
물론 이번 정책과제 발표로 일부 중소 중견기업들의 경우 새로운 먹거리가 생기고 숨통이 트일 것인지 일말의 기대를 가져볼 수는 있겠다.
하지만 과연 글로벌 기업들의 강력한 활약없이 정부가 바라는 성장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과제들이 실제로 우리나라가 현실적으로 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 쉽게 말해 돈벌이를 어떻게 잘 하도록 도울 것인지와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재계 분석가는 "새 정부의 정책과제들이 포퓰리즘적인 방향으로 편중돼 있는 것은 유감"이라면서 "최소한 한국의 선도적 글로벌 기업들이 앞으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발목을 잡지는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