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발생 이후 급격이 악화됐던 미국 금융시스템이 은행 자본강화 등을 통해 회복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머니마켓펀드(MMF)'라는 매우 취약한 위험고리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길리언 테트 칼럼니스트는 31일자 신문 기고문을 통해 금융시장에 대한 관심이 리보 조작으로 집중되는 와중에 그 이면에서 미국 금융시스템의 '아킬레스건'인 머니마켓펀드에서 부글거리는 문제점이 잘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이 문제가 리보 조작만큼 큰 관심을 받지 못하기는 하지만 전체 금융시스템에 미칠 충격파의 위험은 결코 작지 않다고 경고했다.
테트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 머니마켓펀드의 핵심 문제는 2조 6000억 달러나 되는 방대한 펀드 업계가 "투자자 대량 인출" 사태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사실 2008년 이전에는 머니마켓펀드의 이런 취약성을 문제시한 사람이 거의 전무했고, 심지어 투자 원금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는 인식이 만연했다. 하지만 금융 위기가 발생하고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자 펀드 한 곳에서 원금손실이 발생했고, 투자자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은행 예금과 달리 머니마켓펀드는 예금보험 같은 방어벽이 없고, 투자자들은 언제나 필요하면 돈을 찾을 수 있게 되어 있다. 투자자들의 우려가 쌓이다보면 먼저 찾는 사람이 임자라는 식의 '펀드런'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뉴욕연방준비은행의 보고서에서 이 같은 위험을 지적했다.
다행히 2008년 금융위기는 머니마켓펀드 업계에 인출 사태까지 유발하지 않았지만, 이는 미국 정부와 금융당국이 개입해 시스템 전반을 안정시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이후 미 당국은 머니마켓펀드가 좀더 단기의 유동자산에 투자하고 내역을 더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식으로 일부 개혁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미국 정부는 더이상 펀드 업계를 지원할 명분이 없으며, 작은 개혁 정도로는 업계의 '대량인출 사태'의 위험성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이런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는 머니마켓펀드 매니저들은 매우 신경질적인 모습을 연출해왔다는 지적이다.
테트 칼럼니스트는 지난해 여름 유럽 위기가 심화되자 미국 머니마켓펀드들은 유로존 투자자산을 대거 처분해 혼란을 가중시켰다면서, 이런 사태가 계속 손쉽게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한 미국 정부 당국이 비밀리에 일부 기업이 파산하거나 유로존 위기가 심화될 경우에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분석을 실시하기도 했는데, 심각할 경우 다수의 펀드가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미 미국 담당 감독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들 펀드가 손실을 흡수할 수 있도록 현금 유보를 더 많이 하도록 하는 한편, 투자자들이 이 펀드를 은행계좌처럼 생각하지 못하도록 유동순자산가치 개념으로 운용한다는 두 가지 해결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뉴욕 연준은 여기에다 투자자들에게 약 2~4센트 정도를 일부 위기 대응용으로 걷어두어 인출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테트는 이런 아이디어들이 합치면 시스템 리스크를 억제할 수 있는 매우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업계 로비에 따라 이런 개혁시도가 좌초될 위험에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펀드매니저들은 개혁을 통해 펀드에 새로운 비용부담이 발생할 경우 실적이 떨어지고 가뜩이나 낮은 수익률 때문에 고객자금 유입도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재무전문가협회 조사에 따르면, 머니마켓펀드 개혁이 단행될 경우 많은 기업 재무담당자들이 자금을 이 펀드에서 은행 쪽으로 이전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개혁 논의는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당국자나 정치권 업계 그 누구도 머니마켓펀드 산업을 위축시키자고 말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 기업과 지방정부가 이들 머니마켓펀드로부터 빌리는 자금의 규모는 방대한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펀드를 인출사태로부터 보호한다거나 할 의향이 없다. SEC가 개혁을 언제 단행할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테트는 "좋은 변화가 오기 전까지는 머니마켓펀드 업계나 투자자들의 '패닉'이 유발되는 사태가 전개되지 않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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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