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PG 가격인하·감차보상 등 추진 가능한 요구부터 수용할 듯
[뉴스핌=이영태 기자] 사상 초유의 노사 공동 택시 총파업이 ‘택시업계 종사자의 생존권 해결’이라는 과제를 정부와 국회에 남긴 채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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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택시총파업.[사진: 김학선 기자] |
이날 집회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주도로 전국 250여 개 회사 소속 법인택시와 16만5000여 대의 개인택시 등 현재 운행 중인 택시 25만대의 대부분이 참여했다.
택시업계는 성명서를 통해 “택시 25만대가 여객 수송의 47%를 담당하고 있지만 택시 종사자 30만 명과 가족 100만 명은 사상 유례없는 경영난과 운전자 생계곤란을 겪고 있다”며 “대도시 택시운전사가 월 평균 120여 만 원의 임금을 받는 현실에서 LPG가격 폭등으로 25만∼30만 원을 추가 부담해야 돼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10월 대규모 집회를 열고 12월에 총파업을 하는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조경태 의원 “관련법규 정비해 택시산업 지원”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도 택시업계의 요구 수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민주통합당 조경태 의원은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우리나라 택시산업의 특성상 대중교통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며 “버스처럼 대중교통인 택시에 대한 과감한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대중교통의육성및이용촉진에관한법률’ 등 관련 법규의 정비를 통해 택시업계의 생존권 보장은 물론, 박봉에 시달리는 100만 택시가족들의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며 “현행과 같이 보조금 지급을 통해 편법으로 연료가격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IMF이전 수준의 특소세 인하, 나아가 특소세 면제 등 세제개편을 통해 대폭적인 LPG가격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대중교통으로 규정되지 않아 정부 재정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택시업계 현황에 대해 “택시는 실질적으로 대중교통이지만 정부의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구체적 방안으로 대중교통인 버스에 지원되고 있는 매년 1조 2000억 원 수준만큼 택시에 대한 재정지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연료가격의 안정 및 공급과잉해소, 감차보상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실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택시사업자들의 핵심 요구사항인 LPG 가격 인하과 관련해선 “장애인, 유공자 등 서민들이 이용하는 서민연료”라며 “정유사의 담합방지 등 공정거래 확립과 유통개선으로 LPG가격의 대폭적인 조정도 시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여야 지도부도 택시업계의 표심을 얻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 여야 지도부 “택시업계 요구사항 적극 수용하겠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20일 오후 동료의원들과 택시총파업 현장에 참석해 “정부와도 얘기를 하고 있으니까 이 자리에서 빨리 택시현장으로 가서 시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도록 조속한 조치를 하도록 오늘 나와 있는 여러분들 앞에서 다짐을 하겠다”며 “여러분들의 심정을, 아픈 가슴을 저희들이 가지고 국회로 가서 정부에 여러분들의 의사를 전달하고 따지면서 대책을 조속히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황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여러 조합에서 LPG를 주로 썼는데 가격이 많이 올랐다. 연비에 비하면 휘발유보다도 가격 대비 더 비싼 편이 되니까 살 수가 없는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 그 동안 정부와 얘기를 했지만 근본적으로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될 상황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체 연료 부분도 검토해야 되고, 택시업에 대한 인식도 바꾸어야 된다”며 “폐차문제, 감차문제도 있는데 그런 것을 종합적으로 대책을 세워서 시민들이 더 편안하게, 택시는 시민들의 발이기 때문에, 그런 점을 갖고 접근하겠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에 앞서 동료의원 17명과 함께 파업현장을 찾은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무려 50%가 오른 LPG가격이 이번 파업의 원인이며, 이러한 ‘전대미문의 노사합동 파업’은 이명박 정부의 재벌을 위한 고환율 정책이 낳은 결과라며 민주통합당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첫째, LPG에 대한 유가보조금을 통해 부담을 대폭 줄이고, 둘째, 내년 택시감차 보상금이 예산에 편성되도록 노력할 것이며, 셋째, 급여인상,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최저임금 적용 등 택시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앞으로 민주당은 19대 국회가 개원되면 민주통합당 127명의 국회의원과 위와 같은 내용의 ‘택시 살리기법’을 당론으로 발의하고 택시기사와 사업자의 권익을 보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 택시업계 요구사항에 대한 찬반 논리의 핵심은
정치권에선 택시업계의 요구사항 중 택시의 대중교통 인정은 법제상의 어려움으로 수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법인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중교통수단’이라 함은 일정한 노선과 운행시간표를 갖추고 다수의 사람을 운송하는데 이용되는 것으로서 다음 각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운송수단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택시의 대중교통 인정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사항이기도 했으며 18대 국회에서 입법이 추진되기도 했으나 정작 정부의 반대로 개정이 이뤄지지 못했다.
택시의 공공수송 분담률이 약 47%로 시내버스(50.7%)와 비슷한 수준임을 감안해 법을 개정하면 될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이 경우 택시이용객을 불특정의 다수로 볼 것이냐, 개별이용자로 볼 것이냐에 대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 이처럼 개념규정을 수정할 경우 전체 관련법체계상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이 반대 논리의 핵심이다.
택시요금 현실화의 경우 지자체 결정사항으로 현재 서울시 등 11개 시도가 하반기 인상을 검토 중이나 요금인상이 오히려 이용객을 줄여 총수익은 감소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정치권에선 어려운 택시업계의 현실을 감안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부터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가 독점하고 있는 LPG 수입국 다변화와 LPG 외 대체연료로 다변화 등을 통한 택시연료 가격인하가 가장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방안이다.
아울러 전국적으로 25만 5000대의 택시가 운행 중이며 이 가운데 20% 정도를 과잉공급으로 보고 감차를 요구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와 지자체와의 협의를 거쳐 어느 정도는 보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정치권이 택시업계에 공들이는 이유
정치권이 택시업계의 요구 반영에 적극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택시업계 종사자가 약 30만 명에 이르는 데다 가족까지 포함하면 100만명에 달하는 유권자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택시기사처럼 불특정다수의 유권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직업군은 찾기 어렵다는 점이 정치권이 택시업계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핵심 요인이다.
한 전직 국회의원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택시기사들이 고객과 나누는 구전(口傳) 효과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유력 정치인들이 민생탐방을 할 때 택시기사를 선택하는 이유도 같은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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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