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금리가 유럽통화동맹 창설 이후 최고치로 치솟으며 위기 확산 우려를 뚜렷히 드러냈다.
그런데 최근 그리스 위기의 확산 우려는 독일이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어떠한 의미있는 조치에 대해서도 부인하는 자세를 취했기 때문이며 이런 태도를 바꿔야 할 때라고 한 영국 매체가 지적해 주목된다.
영국 텔리그래프(Telegraph)지는 11일 현지 기사를 통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탈리아에게 더욱 '근검절약'할 것을 주문하면서, 마치 로마 정부가 긴축 예산 개혁으로 위기 전염 우려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말했다"고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5000억 유로 규모의 구제 기금을 더 확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지적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나아가 공개시장에서 선제적으로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를 매입하도록 구제 기금의 권한을 강화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부인했는데, 전문가들은 그것이 위기 전염을 막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금융시장은 이 같은 대책의 지연에 대해 즉각 공격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스페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997년 이후 처음으로 6% 선을 돌파했다. 카스티야라만차 지역 정부가 채무 부담이 극도로 심각하다고 밝힌 것도 이날 금리 상승에 한 몫했다.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은 44bp 오른 5.7%에 이르렀는데, 이는 이탈리아 재정 조달 부담을 한계까지 끌고 간 것이란 평가가 제기됐다.
이 가운데 마르키트의 아이트랙스 서유럽국채 CDS프리미엄 지수는 사상 최대 일일 상승 폭을 나타냈다. 금융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위기 전염'이란 단어가 보편적으로 통용됐다.
텔리그래프지는 또 "EU 지도부가 상황의 빠른 전개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질타했다.
유로존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는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할 때 채무 비율이 120%에 도달해 있어 위험한 재정 부담 국가로 분류된다. 이탈리아 채무는 유로존 GDP의 1/5에 달하는데, 1조 8000억 유로로 독일의 1조 1000억 유로보다도 많다.
텔리그래프지는 "8월이면 브뤼셀 당국은 여름 해변으로 휴가를 가는데, 휴가를 모두 반납하든지 아니면 그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초 유로그룹은 그리스 구제금융의 부담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해 주로 논의했으며, EU 최고위 관계자 회동은 위기 전염을 어떻게 막겠다는 언급 없이 끝났다. 유로그룹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좀 더 신축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에 대해 합의했지만, 여전히 채무 위기에 대해서는 '신용이벤트나 선별적 디폴트는 수용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 독일과 ECB 태도 바꾸고, 질서정연한 채무 구조조정 나서야
이에 대해 EU의 한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게 "지금은 독일과 유럽중앙은행(ECB)이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모든 것이 끝장날 수 있는 궁지에 몰려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고 텔리그래프지는 소개했다.
독일은 위기에 처한 나라의 국채를 지급보증하거나 매입하는 것은 EU 재정 규칙이나 독일 기초법률에 위배된다는 점에서 반대하고 있다. ECB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매입은 EU 정부들이 할 일이지 자신들의 임무가 아니라고 버티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로/달러는 1.40달러 선 아래로 추락했고, 안전자산인 금 시세는 온스당 1556달러 선을 돌파했다. 이탈리아 증시는 당국의 공매도 억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다시 4% 넘게 하락하면서 글로벌 증시에 파장을 던졌다.
우니크레디트가 6% 하락하고 인테사 상파울로가 7% 내리는 등 이탈리아 은행주가 투매에 시달린 가운데, 영국 FTSE100 지수가 1%, 독일 DAX가 2.3% 그리고 프랑스 CAC-40지수가 2.7% 각각 하락했고, 미국 다우지수가 1.2% 그리고 S&P500지수도 1.8%나 내렸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총 채무 규모가 6조 3000억 유로가 되며, 이것이 문제가 된다면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EU는 겨우 국제신용평가사에 대해 독점적 행태가 문제라고 비난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하지만 바클레이스 캐피탈의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사실상 부도 상태란 점을 인정하고 질서정연한 채무 구조조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여야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는 민간 투자자와 EU 납세자가 비용을 분담하여 그리스의 채무를 60% 탕감해 길을 터주자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방식은 위기가 감염되는 방지 장치를 필요로 한다는 데 있는데, 이것도 EFSF 구제기금이 역외 채권시장을 부양하는 방식이면 되기 때문에 따라서 사실상 "남은 것은 정치적 의지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볼루션 시큐리티스의 게리 젠킨스는 "EU가 계속 순항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이탈리아 조달 비용이 위험 수위인 7%로 접근하고 있는데, 그리스나 아일랜드 그리고 포르투갈 사태를 보면 얼마나 채권시장이 빠른 속도로 통제권을 벗어나는지 감안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herra7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