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최근 미국 경제는 다시 한번 뚜렷한 둔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국이나 주요 경제전문가들은 이것이 일본 대지진 및 쓰나미 사태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충격과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가처분 소득 감소 효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경기 둔화 양상에다가 당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중단되는 충격이 겹치면 '더블딥(이중 경기침체)' 위험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경제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든 상관없이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가 계속 경기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듯 하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사실상 '제로금리(0%)' 혹은 초저금리 정책과 나아가 양적완화(QE) 정책이 마법처럼 아무런 부작용 없이 경제 회복을 짠하고 만들어낼 수는 없다는 점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가장 우려되는 '인플레이션'만 크게 우려되지 않는다면 달러화를 아무리 찍어내도 상관이 없다는 식의 기대가 형성된다는 것은 다른 쪽에서 보자면 그 같은 통화정책이 제대로 혹은 크게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
특히 초저금리 정책은 결국 저축하는 사람으로부터 지출하는 사람으로 경제적 부를 이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대상이다. 초저금리는 저축하는 사람에게 조세를 걷어 지출하는 사람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제통화기금(IMF) 최연소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최근 칼럼에서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재화의 가격을 낮추어서 소비자들을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데, 저축에서는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일각에서는 고용시장의 경직성, 즉 지나치게 높은 임금 부담으로 인해 기업의 설비투자가 보류되고 또 커다란 사회적 급여도 일자리를 창출하는 투자로부터 나오는 만큼 저금리를 통해 기업의 투자를 지원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주장과 배치된다. 기업들은 위기 때 구조조정을 통해 초과근무나 여러가지 급여를 줄였고 심지어 임금도 삭감했다. 더구나 지금 실질금리는 수십 년 만에 최저수준이기 때문에 자본조달 비용이 부담이 되지도 않는데 보조금까지 더 지급할 이유가 없다.
다른 전문가들은 가계가 너무 위축되어서 지나치게 저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저금리 기조를 통해 소비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 가계는 빚이 많으면서도 저축률은 불과 5% 수준이기 때문에 과도하다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 또 가계에게 지금 당장 더 소비하고 나중에 저축하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어렵다. 과거 인터넷 거품 붕괴 이후에도 가계의 소비를 진작하려던 정책이 주택 거품을 양산한 바 있다.
초완화정책이 작동하는 다른 채널은 아마도 주식, 채권 및 주택 등 자산가격을 부양하는 방식으로 경제에 '부의 효과'를 창출하는 것인데, 이 경우에는 경제 전체의 지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것은 이미 사실로 입증됐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채널이 계속 작동하려면 자산가격 상승이 영구적이어야 한다. 오히려 길게 보아 자산가격의 급등락 양상이 지속된다면 가계 등 주요 경제 주체는 더욱 겁먹고 움츠러들 수도 있다.
따라서 라잔 교수는 "초저금리 정책이 결국 인내하거나 불평이 없는 저축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것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면서, "흥미로운 것은 전통적인 소비주체인 기업이나 젊은 가계가 이런 저금리 정책의 혜택을 누리려하거나 누릴 수 없다면, 저금리정책은 오히려 사회전체의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저금리 정책으로 인한 조세 혹은 보조금 효과의 순수한 결과는 과연 조세를 부담하는 쪽이 보조금을 받는 쪽에 비해 지출을 얼마나 덜 줄이는가에 달려있다.
이런 면에서는 중국이 금리를 올려서 가계의 지출을 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일본인들이 초저금리 정책의 실제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것은 합리적인 셈이다.
이런 정책의 순 효과에 대한 의문만큼이나 우려할 대목은 초완화정책이 만들어내는 왜곡효과다.
최근 위기의 경험에서 보이듯이 초저금리는 광범위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이끌어 낸다. 아시아와 중동의 중앙은행들은 가장 안전하지만 저금리의 증권 보유량을 늘린 반면, 미국과 유럽 금융부문은 계속 위험투자 잔치를 벌였다.
역사는 스스로 반복하지 않지만 큰 일을 겪은 사람들은 교훈을 얻는 법이다. 비정상적인 초저금리 정책은 인플레이션 외에도 어떤 문제적인 결과를 낳는 법이다.
마지막으로 인플레이션 자체도 문제가 된다. 미국의 임금 인플레이션은 억제되어 있지만, 글로벌 통화정책이 과도하게 느슨한 것은 사실이다. 이로 인해 국제 유가가 크게 상승했다.
연준은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이 미국 달러화 대비로 자국통화가 절상되지 않도록 너무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다른 나라가 다른 식으로 반응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정합적이라고 해서 그것을 섣부르게 전제로 깔면서 정책을 운용할 수는 없다.
더구나 고유가가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것은 살제로 연준이 완화정책에 따라 만들어 낸 의도하지 않은 결과인 것은 맞다.
라잔 교수는 "미국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동력의 숙련도를 끌어올리고 인프라에 투자하는 등 할 일이 많지만, 추가적인 완화정책은 그런 정책 목록에 들어가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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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