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투자자가 IMF 위기 여파로 방황하던 그날의 '초보' 투자자가 아니듯 10여년이 흐른 지금, 투자자들은 미래에셋이 허물을 벗고 성숙된 모습을 보이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미래에셋의 모습은 1등주의의 고집에 사로잡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이다. 오히려 1위가 주는 안일함에 빠져 변화를 거부하는 공룡이 돼 버렸다는 지적이 더 강하다.
◆ 매머드급 성장, 자기함정에 빠지다
흔히 시장에서 미래에셋株로 불리는 종목들이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래에셋 효과'라는 말이 회자됐을 정도로 미래에셋이 매수하는 종목들마다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며 상승세를 보여왔다.
펀드매니저의 시장 평가나 종목에 대한 분석이 시장을 요동치게 하는 영향력을 지니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국내 최대 자산운용사의 움직임에 대한 시장의 여파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가능한 부분이다.
이에 한때 증시에서는 자산운용사들의 주식 매매에 따라 묻지마식 투자가 몰리기도 했다. 시장의 분위기를 가늠케 하는 잣대로도 인식됐다. 또 미래에셋이 시장을 주도한다는 이미지로까지 확대됐던 것이 사실이다. 자칫 뒤늦게 가담한 투자자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는 결과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 패턴이 장기간 지속 유지되면서 이것이 오히려 미래에셋을 위기로 내모는 '자기 함정'이 돼 버렸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렇듯 매머드급으로 성장한 미래에셋이 여전히 일정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면 '자승자박'에 빠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즉, 운용규모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큰 조정없이 포트폴리오를 유지, 장기간 특정종목에 집중 투자할 경우 이들에 대한 수급 과대로 이어지면서 스스로 해당 종목의 주가를 올리는 현상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미래에셋의 보유주식을 커버할 만한 주체가 있어야 타격없이 손바뀜이 가능하지만 미래에셋 매수 규모의 압박으로 인해 결국 집중 투자를 지속, 보유 종목의 주식을 미래에셋 스스로 결박시키는 구조로 이어진다.
이와 관련해 한 기관 관계자는 "포트폴리오를 다변화시키고 시장의 흐름에 따라 주식매매를 해야 하지만 미래에셋의 경우 스스로 보유 종목을 더 매수함으로써 수익률을 버티는 원리"라며 "1등으로 포장하기 위한 욕심이 결국 고점에서도 밸류에이션을 무시한 매수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각에서는 최대주주로 과도한 권한 행사를 하는 것도 업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한 요인이라고 쓴소리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있었던 효성 주식 대량 매도는 하이닉스 인수에 대한 우려감도 작용했겠지만 미래에셋에 조차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자체 추진한 데 대해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라며 "수익률을 최우선에 두고 투자해야 할 운용사가 대주주의 권한부터 앞세워 감정적 투자를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 팀 운용제 = 책임자 교체 면죄부?
이와 함께 지적되는 미래에셋의 오랜 습관이자 구조적 한계로 투자의사결정 프로세스가 꼽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철저한 공동운용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시스템의 취지는 특정 CIO나 펀드매니저 1인에게 운용을 책임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각 운용팀별로 해당 펀드에 대한 운용 프로세스를 진행케함으로써 책임자의 교체에 따른 상품의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공동운용시스템이 오히려 무책임성, 비전문성 등을 초래되는 시발점이며 최고 경영자의 '입김'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됨으로써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외국 자산운용사들의 경우 오랜 경험과 역량을 갖춘 대표매니저가 장기간 해당 펀드 영역에 대해 안정적인 운용을 이끌고 책임지는 시스템이 정착화돼 있다. 때문에 운용사 각각에 대한 평가나 상품의 단기적인 수익률보다 대표매니저에 대한 신뢰와 운용철학에 따른 투자문화가 조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미래에셋과 같이 팀에 따른 운용의 경우 '미래'라는 운용사만이 불변할 뿐 그 외의 모든 것에 가변성에는 면죄부가 허용되는 구조이다. 회사가 존재하는 이상 해당 상품을 운용하는 '팀'이 존재한다는 논리로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요구하지만 결국 고객 자산에 대해 장기적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책임지고 수익률 제고 전략을 이끌어갈 책임자는 수시로 교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팀 운용이라는 허울을 빌려 오너 개인의 회사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런 경우 투자자에게 아무런 설명이나 사과 없이 내부 결정에 따라 수시로 책임 운용자가 변경됨으로써 안정성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팀운용이라는 단어 자체가 매우 애매한 용어로 인력의 이동이 잦아져도 그것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여지를 두는 것이며 펀드매니저들의 소품화를 초래하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슬림화된 포트폴리오 구성과 1등주의 아집, 그리고 팀운영을 통한 전문성 결여 등의 한계는 결국 출범 이후 10여년이 지난 지금 미래에셋을 위기로 몰아넣는 덫이 되고 있다는 쓴소리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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