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방클리닉⑭ 인삼과 오가피
최근 웰빙(well-being) 열풍을 타고 각종 건강기능식품이 시중에 범람하고 있다. 호박, 양파, 포도, 붕어, 가물치즙에서 염소, 노루, 심지어는 뱀탕까지,,, 몸에 좋다는 거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한국 사람들의 정서와 맞물려 성황을 이룬다. 이런 것들은 자칭 만병통치약(!)이라서, 세상에 못 고칠 병이 없다.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씁쓸한 일이지만, 그중에도 인삼(홍삼)과 오가피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인삼은 수천년간 한의학 역사에서 가장 알려진 보양식품이다. 본초학 책에 의하면 "비 폐 심장에 들어가 원기를 보충하고 탈진한 것을 채워주고 진액을 만들어 내며 마음을 편하게 하므로, 피곤, 권태, 소화불량, 해수천식, 놀램, 어지럼증 등 일체의 기혈진액 부족 증상에 잘 듣는다“고 하였다.
인삼에 대한 현대약리학적 연구는 주로 진세노사이드라는 사포닌의 효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사포닌은 식물계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배당체중 당 아닌 부분이 고리모양으로 꼬여 있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이 우리 몸에 항산화활성 노화억제 면역기능조절 성기능개선 중추신경안정 갱년기장애개선 항스트레스 항피로효과 등을 지니며 심지어는 항암작용까지 가진다고 설명한다.
최근 몇 년간 불어닥친 오가피 열풍도 인삼에 못지 않다. 90년대 구소련에서 ‘시베이라 인삼’으로 불리면서 연구가 시작된 이래 가시오가피가 아칸소사이드, 엘레우테로사이드 치이사노사이드 세사민 등 성분을 지니고 있어서 면역기능 증진, 백혈구 재생, 간기능 보전, 혈당조절, 만성피로, 알러지, 전립선, 골다공증, 관절염, 비만, 정력감퇴, 각종 암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문이나 인터넷에는 수백의 업자들이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가피는 한의학서적에서도 초본식물인 인삼과 함께 목본식물 가운데 신비한 약효를 지닌 약재로 알려져 있다. 에서 ‘한줌의 오가피가 한수레의 금옥보다 낫다’고 칭찬한 것을 비롯하여 여러 의서에 등재되어 있다. 간 신의 경락으로 들어가서 풍습을 제거하고 근골격계를 강하게 하여 주로 다리가 저리고 붓고 통증이 생기거나 사지가 위축되는 것, 허리 무릎이 연약한 것, 소아들의 성장장애 등에 많이 쓰인다고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인삼(홍삼)이나 오가피가 만병통치약으로 과대포장되어 무분별하게 남용, 오용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는데 있다. 광고문구대로만 효과를 발휘한다면 세상에 걱정할 병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이런 선전은 성분에 대한 미시적, 실험적 가설일 뿐, 그것이 인체 안에서 복합적으로 어떻게 작용할지에 대해 경험적인 데이터로 입증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인삼 속에 들어있는 사포닌이 인체에서 말초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가 얼마 전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사포닌성분이 그런 기능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이지, 다른 성분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인삼이 혈압을 떨어뜨린다는 결론으로 다가갈 수 없는 것이다. 한의학적으로는 전통적으로 인삼이 소양인이나 열태음인등 간의 열증을 지닌 이들에게는 상열감을 불러일으키고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고 보고 있으며, 실제로 임상에서 이런 경험은 수없이 많다.
한의학 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인삼은 주로 소화기관이 약하고 추위를 많이 타면서 기운이 없고 혈압이 낮은 소음인 계통의 소화 호흡 혈액순환기능에 도움이 될 뿐, 노화로 인한 관절계통의 약화엔 별 효과가 없다. 그리고 열이 많은 사람, 혈압이 높은 사람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오가피는 간 신장의 약화로 인해 피로를 호소하거나 관절 골격계의 기능이 떨어진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소화력이 약하거나, 감기가 잘 걸리는 등 폐 비 심장계통의 질환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