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외화 및 원화 자금조달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되면 최악의 경우 은행들의 자금 중개역할이 축소될 가능성까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9월 들어서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여파로 국제금융 시장의 신용경색이 진정되지 않고 있고 은행 예금은 계속해서 증권사 CMA와 주식형상품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당장 급하게 지적되는 것은 외화조달 부문이다. 산업, 수출입, 하나은행 등은 지난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기 전 하반기 해외 자금조달을 계획했었다.
이들 은행들은 휴가철이 끝나는 9월 정도면 시장이 어느정도 정리가 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좀처럼 종식되지 않는 바람에 외화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시중은행 가운데선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이 해외에서 각각 지난 4월 10억불, 7월 3억불을 차입했던 것이 있어서 그나마 한숨 돌렸지만 일부 다른 은행들은 상황이 여의치 않다.
◆외화 차입금 만기 돌아와 "언제까지 버틸지"
심지어 정부보다 신용등급이 높고 가장 좋은 조건의 차입기록 수립을 앞다투고 있는 수출입은행조차 장기화할 경우를 우려할 정도여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양천식 수출입은행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직까지는 해외 자금조달에서 문제 없었지만 스프레드가 높은 상태로 계속되면 대출금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해 장기화될 경우 대출가격 조정이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수출입은행도 하반기 한두차례 해외차입을 검토했었다.
국가 신용등급보다 높은 등급을 보유한 국책은행이 이정도라면 시중은행들의 어려움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은 올해 말에 차입금 만기가 돌아오면서 해외조달이 시급하다.
다른 대형은행 한 자금부장은 "버티는 힘이 중요하다"며 "장기화될 경우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만기 돌아오는 외화 차입금을 현재까지는 연장하고 있지만 점점 연장율도 안좋아지고 급기야 연장자체도 안될 수 있다"며 "이 경우 금리를 높게 주고 해외에서 차입해오거나 보유하고 있는 외화자산을 팔아서라도 펀딩을 받아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곧 대출 금리에 반영되면서 결국 손해를 보는 쪽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현재까진 감내하고 있지만 앞으로 1~2달 내에 국제금융 시장의 신용경색이 좀더 진정되지 않는다면 외화조달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결국엔 수출 중소기업 등의 자금중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미국 FRB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으며 일부 은행에선 과거 시행한 적이 있던 제도인 한국은행이 수탁금 형태로 단기 영업자금용 외화자금을 지원해주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지난 3일부터 통화스왑을 정지했다. 대신에 은행들은 외화유동성 문제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수탁금 형태로 외환보유액 일부를 영업자금용으로 지원해주기를 바라지만 이에 대해선 한은이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저코스트 예금 옛말...고금리 조달에 결국 대출금리 반영
원화조달 쪽은 외화쪽보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증권사로의 자금 이동이 지속되면서 더이상 전통적인 조달방법이자 저원가성인 예금만으로는 수급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국민은행 김기홍 수석부행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예금이 증권사로 빠져나가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며 지주사 전환과 증권사 설립으로 방향을 전환해 속도를 내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최대 고객기반을 자랑하는 국민은행 조차 자금조달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또 일부 은행에선 부족자금을 메우기 위해 금리를 더 줘서라도 고객을 끌어오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높은 금리의 보통예금을 선보이고 특판예금까지 내놓지만 이것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나은행이 최근 고금리 특판예금을 팔았지만 당초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연장까지 하게 된 배경도 이같은 맥락인 것으로 은행 안팎에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CD나 은행채 발행을 늘릴 수 밖에 없는 노릇이고 은행채 발행 땐 유가증권 신고서 제출 등 감독당국의 규제 또한 만만치 않아 은행들의 선택 폭은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은행들이 원화든 외화든 고금리로 조달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곧 대출금리에 반영될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서민과 중소기업 몫으로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