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호암미술관이 1일 아트스펙트럼전을 개막했다.
- 아시아 10개국 23팀의 작품 63점을 선보였다.
- 전시는 12월 27일까지 이어진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 시각예술·건축·영화·디자인·음악 아우르는 아시아 창작자 23명(팀) 참여
-건축 프로젝트 등 다수의 신작 커미션 눈길, 오는 12월 27일까지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문화예술계에서 가장 권위있고 가장 엄숙한 공간으로 꼽혔던 용인 호암미술관이 확 달라졌다. 위풍 넘치는 한옥 형태의 이 근엄한 미술관에 올가을 전복과 저항의 예술이 들어찼다. 비단 실내 전시실 뿐이 아니다. 야외에도 전에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작품들이 곳곳에 자리잡았다. 바로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은 '아트스펙트럼'전 때문이다.

호암미술관은 2026 아트스펙트럼 '방이있고모든라디오가각기다른주파수를향하고있다'를 지난 9월 1일 개막했다. 오는 12월 27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는 국내 및 아시아 10개국의 시각예술, 건축, 영화, 디자인,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창작자 23명(팀)의 작품 63점을 선보이는 기획전이다. 이를 통해 특정한 정체성으로 묶이지 않는 아시아 여러 지역의 예술적 실천과 다성적인 목소리를 짚어본다는 취지다.
▲호암미술관서 최초로 열리는 아트스펙트럼, 팔레 드 도쿄와 공동기획
원래 '아트스펙트럼'전은 국내 신진작가 발굴과 지원을 위해 지난 2001년 시작됐다. 그러다가 2024년부터는 범위를 넓혀 참여작가를 아시아로 확대했고, 여러 형태로 국제적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용인 호암미술관으로 장소를 옮기는 결단(?)을 단행했다.
이 바람에 전통과 역사를 품은 호암미술관에 난데 없이 빙빙 머리채(잎사귀)를 돌리며 회전하는 인공야자수가 들어섰는 하면, '24시간 주차가능'을 알리는 샛노란 주자창 간판들이 높이 세워졌다. 이들 작품은 호암에 새 바람을 불어넣으며, 혁신적 시공간으로서의 변화에 상징적 역할을 하고 있다.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호암미술관에서 젊은 작가들의 기획전이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아트스펙트럼의 공간이동은 기관 프로그램의 제도적 관습을 탈피하고, 전시형태를 지속적으로 실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라고 밝혔다. 또"출품작 63점 중 26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된 커미션 작품들"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는 유럽의 대표적 현대미술기관인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와 공동으로 기획했다. 대담하고 참신한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진 파리의 팔레 드 도쿄는 신진작가의 실험적인 활동까지 적극 지원해왔다. 최근에는 아시아 전역으로 예술적 교류를 확장 중이다.

2026 아트스펙트럼은 처음으로 호암서 열리는 전시를 계기로 기획단계에서 여러 측면이 논의됐다. 엄숙하고 정제된 '호암'이란 공간에 동시대 다양한 실천이 어떻게 개입할 수 있는지, 신진작가 발굴이라는 아트스펙트럼의 기존 틀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 '아시아'라는 범주 안에서 여러 문화적·사회적 배경과 예술적 실천을 어떻게 조명할 수 있는지 질문했다.
그리곤 각기 다른 실천을 하나의 방향이나 주제로 수렴하기 보다는 모였을 때의 공명에 촛점을 맞췄다. 또 회화, 조각, 설치, 영화, 퍼포먼스, 건축, 디자인, 음악, 패션, 출판까지 다양한 영역의 창작자들이 미술관 내외부를 아우르며 역동적이고 다층적인 에너지의 장을 형성하도록 했다. 올해 아트스펙트럼 참여작가들은 몇몇 작가를 제외하곤 대부분 30,40대 작가들이다. 특히 올해 갓 서른이 됐거나 아직 서른이 안된 작가들도 있어 다소 설익은 듯하지만 신선한 기세가 미술관을 가득 채우고 있다.
▲호암미술관 내외부를 가득 메운 역동적인 에너지
전시 '방이있고모든라디오가각기다른주파수를향하고있다'는 서로 다른 소리와 주파수로 가득한 한 공간을 환기한다. 주파수들은 서로 교차하고, 새어나가고, 변이하며, 때로는 공간을 날카롭게 파고들거나 유령같은 신호처럼 되돌아오기도 한다. 전시에서는 이같은 진동과 흩어지는 주파수가 중첩되고 미끄러지며 예기치 않은 궤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서로 다른 언어적, 역사적, 감각적, 정치적, 사회적 위치에서 출발한 참여작가들은 저마다 작업의 고유성을 품고 서로의 경계로 은근히 스며든다. 역사와 문화의 지층을 탐색하는 꿈, 좌절한 영웅들, 부서진 창문, 디아스포라의 매개들, 신체의 연장으로서의 기계, 울타리와 비약, 안개와 먼지를 넘나드는 작업들은 다성적이고도 집단적인 역동성으로 전환됐다.
관람객들은 미술관으로 향하는 호암카페 상부 정원에 설치된 거대한 반구형 작품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된다. 일본 건축가 야마다 스즈코의 '매달린 달'(2026)로, 아트스펙트럼 최초의 건축 프로젝트다. 지상에서 솟아오른 가느다란 곡선 샤프트에 지름 8m의 거대한 캐노피를 매단 이 우윳빛 작품은 장소의 중력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며, 관람객이 반달 아래 머물며 휴식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된다.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풍경 속에 부유하듯 내려앉은 이 건축 작품은 해가 지면 더욱 아름답다. 하늘의 달에 이어 또다른 달이 돼 은은한 빛을 뿜어내며 미술관 건축과 풍경 속에서 탈물질적 환영을 만들어낸다.

미술관 정문 앞에는 나무의 상단부가 빙글빙글 회전하는 엉뚱한 인공야자수 조각이 설치돼 있다. 레이첼 윤의 '퍼레이드 파라디 II'란 이 키네틱 아트는 안쪽에 모터를 장착한 야자수의 잎사귀들이 끝없이 회전하는 조각이다. 현대도시 도로변의 회전광고판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스펙터클을 연상시키는 작품은 유머와 긴장, 인공성과 멈추지 않는 반복의 논리를 드러낸다.
작가는 집단으로 모여 환영을 연출하던 인공야자수를 한 그루만 똑 떼어내 수려한 진짜 나무로 둘러싸인 호암미술관 마당에 옮겨놓으며 진본성과 인공성에 대한 긴장을 창출했다.

미술관 내부로 들어서면 한국의 아트그룹 신도시와 대만의 웨이팅룸이 협업한 상점 프로젝트 '교우'가 자리잡았다. 그간 국경을 초월한 커뮤니티를 형성해온 양그룹은 이번 전시에는 대만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노이(NOE)를 초청해 벽에 그림을 그리고 아트숍 형태의 공간을 미술관 인포데스크에 조성해 서브컬처 굿즈 상품을 판매한다.
웅장한 대리석 계단이 있던 호암의 로비에는 김지환, 민성식으로 구성된 듀오그룹 dpgp78의 대형 벽화가 관람객을 맞는다. 미술관 정중앙을 보란듯 막아버린 dpgp78의 작품은 '달빛 알러지'다. 로비 공간을 빈틈없이 채운 벽화에는 위압적인 쇠사슬 아래 고문용 전기의자같은 의자가 공중에 떠있다. 화면 하단에 검은 고양이가 이 전기의자를 바라보고 있는 작품은 미국의 힙합 레이블처럼 전복적이다.
로비 안쪽에는 도쿄의 거대한 지하도시를 유영하는 스케이드 보더들의 총알같은 레이싱을 담은 사이드 코어의 4채널 영상 설치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이 빠른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잠시 발 아래 지하세계로 여정을 떠나는 듯하다.
1전시실에는 중국 작가 루오판 첸의 무너져 내릴 듯한 거대한 집 구조물이 공간을 꽉 채웠다. 중국 노동구조의 문제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숨 막히는', '위험한 단면' 등의 설치작품은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설치한 커미션 신작이다. 작가는 중국 우한의 가구공장에서 목도한 목수와 노동자들의 열악한 작업환경을 다뤘다. 극적인 형태로 무너진 집 아래에는 나무먼지들이 소복히 쌓여 있다.

인도네시아 작가 엘리아 누르비스타는 자국의 전통적 산업인 팜유산업의 두 얼굴과 글로벌 경제와의 복잡다단한 관계를 담은 실험적 픽션영상 '플랜테이션 비극'을 선보인다. 이 영상은 몽골텐트같은 바틱구조물 속에서 상영되는데, 바틱구조물 제작에도 팜유 원료가 사용됐다.
대형 화물트럭이 화물을 싣지못한 채 귀환하는 '공차운행'을 가리키는 '데드헤드(Deadhead)'에 주목한 작가 미셸 창친은 임시구조물을 조립하며 노동을 끊임없는 이동과 재조정의 상태로 포착해냈다. 대만 작가인 무스퀴퀴 치잉은 '세발솥'이라는 유물을 둘러싼 중국·일본·대만의 정세를 극화해 박물관 형태의 공간설치 '다시 빚기'를 구현했다.

인도계 영국 작가 자슬린 카우어는 스코틀랜드에서 겪은 시크교도 인도인으로서 디아스포라 경험을 작업에 녹여냈다. 그의 붉은색 자동차 설치작품 '소시오모빌'은 부친이 처음 소유했던 붉은 색 포드 자동차 위에 면사로 짠 4m 크기의 흰색 도일리를 덮은 작품이다. 작가에게도 매우 친숙한 대상인 아버지의 자동차 위에 손뜨개질로 만든 부드러운 도일리가 씌워진 모습은 매우 낯선 조합이다. 이는 익숙함과 낯섦은 고정된 게 아니라 서로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고, 우리는 타인을 바라보는 동시에 누군가의 시선 속에서 낯선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드러낸다.
출라얀논 시리폴은 '무에타이'를 매개로 삼아 동시대 태국 사회의 남성성과 국가, 군주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또한 대만의 장쉬잔은 종이공예 기반의 실험적 애니메이션을 통해 전통민담을 다각도로 변주하고 있다.

이번 아트스펙트럼전에는 회화 작품들도 나왔다. 동양화를 전공한 박웅규는 성스러움과 혐오가 공존하는 대형 족자형 작품과 병풍 회화를 출품했다. 모두 이번 전시를 위한 신작이다. 작품 속 기이하고 불온한 존재들은 숭고와 혐오, 경외와 불쾌가 뒤섞인 기묘한 긴장을 만들어내며 낮은 에너지를 퍼뜨린다.
이번 전시의 유일한 프랑스 작가인 이브라힘 메이테 시켈리는 혼종적 정체성과 아시아 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을 녹여낸 회화를 내놓았다. 시켈리는 유년기 자화상과 '사이버펑크 2077'의 록산느, 코트디부아르의 대중음악·춤 문화인 쿠페데칼레(coupé-décalé)의 선구자이자 국민적 아이콘인 두크 사가의 초상 등을 통해 개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이 교차하는 서사를 구성했다. 시켈리의 그림들은 그의 작품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 중국계 미국 작가 마틴 웡(1946~1999)의 회화와 나란히 전시돼 시공간을 교차하는 대화를 창출하고 있다.
조각과 설치영역에서는 최리아가 질료와 형태의 간극을 탐구하는 조각을 내놓았고, 이동현은 신체와 배관구조, 빛과 연기를 결합해 전시공간을 사회적 신체로 전환했다. 사진작가 시가 리에코는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에 휩쓸린 중장비 잔해를 찍은 사진을 긴 복도에 설치해 건축적 파노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김지수의 영상 작품은 인적이 끊긴 용인 호암미술관 정원에서 촬영한 것이다. 그야말로 달밤에 체조하듯 작가는 기계장치와 드론을 몸에 연결해 어둠 속 인적 끟긴 호암미술관 희원을 걷고 또 걸었다. 신체 일부에 기계나 어떤 구조를 덧대 신체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작업해온 작가는 자신이 처한 장소와 기계를 몸에 연동시키고, 그 움직임을 반복적으로 수행한다.
이번에 김지수는 칠흑처럼 어두운 희원에 긴 시간 혼자 있으면서 드론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걸었다. 작가는 위험할 수 있는 환경에서 안전함을 느꼈고, 낯섦과 감각을 영상 속에 기록했다.

이동현은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 제작한 '잠자는 어미 원숭이'와 '매달린 아기 원숭이' 두점을 출품했다. 두 개의 몸과 두 개의 정신, 철과 천, 빛, 연기, 소리 등의 물질을 연결하는 동시에 두 전시공간을 잇는다. 이 두 몸은 바닥을 가로질러 천장의 공조공간까지 뻗어나가며 또하나의 사회적 신체인 미술관 내부로 침투하고 있다.
전시의 경계를 확장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실험적인 연계 프로그램이 연이어 펼쳐진다. 10월 16일에는 그룹 신도시가 기획한 음악프로그램 '판 아시아 트랜짓'이 열린다.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출발해 용인 일대와 호암미술관을 거치는 음악 버스투어로, 국내외 인디 밴드들이 무대에 오른다. 투어 전 과정은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기록돼 12월경 상영될 예정이다. 관람료 2만5000원(전통정원 희원, 옛돌정원, 묵시암 입장 포함), 매주 월요릴 휴관, 추석연휴 중 추석당일만 휴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