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전시·아트

속보

더보기

'농부의 아들'서 '세계적 숯화가'된 이배,작심하고 꾸민 뮤지엄산 전시 돌아보니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AI 핵심 요약

beta
분석 중...
  • 뮤지엄 산이 7일 이배 개인전 'En attendant: 기다리며'를 열었다.
  • 숯 조각·회화·설치 등으로 동양 세계관과 기다림 철학을 구현했다.
  • 12월 6일까지 8개월 진행하며 자연·건축과 조화된 스케일 큰 전시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뮤지엄 산,이배 'En attendant: 기다리며'전 개막
숯을 매개로 한 30년 예술세계 장대하게 조망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39점 12월6일까지 공개

[원주=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숯의 화가' 이배(Lee Bae)가 돌아왔다. 검은 숯으로 동양의 세계관, 우주관을 화폭과 조각에 담으며 세계적 스타작가로 부상한 이배가 강원도 원주 뮤지엄 SAN(산)의 대규모 개인전으로 귀환했다. 이번 전시에 이배는 단단히 작심하고 임했고, 때문에 엄청난 공력이 투입된 전시는 그 스케일이 어마어마하다. 

[원주=뉴스핌] 한솔문화재단 뮤지엄 산 본관 초입에 8m 높이로 설치된 이배의 숯 조형물 '불로부터'. 작가가 뉴욕 록펠러센터에 설치했던 작품을 확장시킨 대형 숯 설치작품이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6.04.06 art29@newspim.com

한솔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뮤지엄 SAN(관장 안영주)은 4월 7일 이배(b.1956-) 작가의 개인전 'En attendant: 기다리며'를 개막했다. 오는 12월 6일까지 장장 8개월간 열리는 이번 전시는 미술관 안팎을 하나의 전시무대로 확장하며 드로잉 회화 조각 설치 영상으로 이어지는 작가의 예술세계를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이배의 작품들은 뮤지엄 산이 지향해온 'Space‧Art‧Nature'라는 철학과 기다렸다는 듯 부합되면서,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성을 띈 조형세계를 응축해 구현했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미술관의 건축적 동선과 이배 작품의 장중하고 내밀한 서사는 유기적으로 결합되며 관람객을 이끈다. 

뮤지엄 산의 상징과도 같은 마크 디 수베로와 알렉산더 리버만의 아름다운 붉은 철제조각을 따라 뮤지엄 산 본관에 닿으면 거대한 검은 숯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높이 8m에 무게 7톤의 기둥같은 작품은 본관 입구의 차양까지 솟구치며 지붕을 받치고 있다. 작가가 지난 2023년 뉴욕 록펠러센터 앞에 선보인 작업과 같은 형태로, 규모가 보다 확장됐다. '불로부터(Issu du feu)'라는 이 거대한 조형물은 동양의 숯이 전통적으로 정화와 치유를 상징하는 동시에 이번 전시의 처음과 끝을 '검은 숯'이 이어갈 것임을 암시한다.

[원주=뉴스핌] 뮤지엄 산 갤러리 라운지에 설치된 이배의 '붓질 Brushstroke' 연작. 모두 16점의 대형 회화가 전시 초입 로비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6.04.06 art29@newspim.com

뮤지엄 산의 'En attendant: 기다리며'전은 이배의 작업들이 지닌 물성과 정신성의 전개 과정을 단계적으로 드러낸다. 관람객은 본관 입구 대형조각에서 시작해, 갤러리 로비와 청조갤러리 1, 2, 3을 거쳐 야외 '무의 공간'까지, 총 여섯 개의 공간을 따라 발길을 옮기며 특별한 예술투어를 하게 된다.

전시제목 'En attendant: 기다리며'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 속에서 미래를 향해 열려 있는 시간, 어떤 변화가 이루어지기 전, 생성의 작용'을 가리킨다. 수동적인 기다림을 넘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에너지를 응축하는 능동적인 시간을 은유하는 타이틀이다.

이배 작품의 핵심인 '숯'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제목에서처럼 '기다림의 시간'과 맞닿아 있다. 나무는 가마 속에서 불에 타며 형태를 잃지만 서서히 식어가며 새로운 물질로 재탄생한다. 이처럼 생성과 소멸, 그 사이 인고의 기다림을 통해 완성되는 '변화의 시간'은 이배 예술의 핵심이자, 철학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뮤지엄 산의 안영주 관장은 "이번 전시는 뮤지엄 산이 마련한 첫 한국작가 개인전이다. 그동안 우고 론디노네, 안토니 곰리 등 외국작가 전시만 하다가 한국작가 개인전을 해보려고(미술관 건축을 압도할 수 있는) '가장 기세 좋은 작가'를 찾았다"며 "학예연구실 큐레이터들과 함께 만장일치로 이배 작가를 3년 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작가는 청도와 서울을 오가는 길에 뮤지엄 산을 스무번 넘게 찾았고, 의욕적으로 전시에 임했다.

개막 전날 기자들과 만난 이배는 "뮤지엄 산에서의 전시는 늘 마음 속에 품고, 소망했던 전시다. 그러나 목표로 한만큼 충분히 담지는 못했다. 또 처음 기획과 최종구성은 많이 달라졌다"며 "뮤지엄 산에 오면 마치 현대적인 수도원에 와있는 것처럼 마음이 편안했다. 하지만 걱정도 많았다. 과연 내가 무엇으로 이 대단한 공간을 채울 수 있을까 염려가 컸다"고 밝혔다. 

[원주=뉴스핌]전시 취재를 위해 전국에서 모인 기자들에게 "이번 뮤지엄 산 개인전은 깊은 고민을 하게 한 전시로, 염원하듯 기도하듯 임했다."고 밝힌 작가 이배.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6.04.07 art29@newspim.com

이어 "뮤지엄 산 전시는 해외를 오래 떠돌아다녔던 내게 고향으로, 근원으로 돌아온 느낌을 주었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꿈꾸면서 살아왔는지 나의 삶 전체를 돌아보게 했다. 결국 나를 재확인하는 시간이었고, 나의 본질을 작업과 예술이라는 형식으로 표현한 자리"라고 덧붙였다.

뮤지엄 산 본관을 가로막듯 검은 조각을 세운 것은 "4년 전 강원도 고성 일대를 휩쓸었던 산불과 스페인, 캐나다에서의 큰 불을 생각하며 자연환경과 기후위기에 대한 두려움과 다시는 이런 재앙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염원을 숯덩이에 담아 토템처럼 세운 것"이라고 했다. 작가는 고성 산불이 난 후 현장을 찾았는데 무릎까지 덮힌 뜨거운 잿더미 사이로 개미들이 꿈틀대며 올라는 걸 보고 깜짝 놀랬고, 재난으로부터의 '회복'을 절감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소멸 이후의 회복'을 은유하는 '불로부터' 조각을 보고, 본관 로비에 진입하면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에 해당되는 '붓질 Brushstroke' 연작을 마주하게 된다. 모두 16점의 대형 화폭으로 이뤄진 '붓질 Brushstroke'는 꽉 막힌 전시장이 아닌, 자연의 빛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에 배치된 것이 특징이다. 관람객은 힘차고 자유로운 붓질을 통해 탄생한 화폭들 사이를 거닐면서, 계절과 날씨의 빛과 함께 작가의 수행적 행위가 결합된 작품이 시시각각 변화하며 춤추듯 움직이는 미묘함을 체험할 수 있다.

[원주=뉴스핌] 뮤지엄 산 청조갤러리 1의 'White' 공간. 바닥과 벽면을 흰색 종이로 여러번 도배하며 순백의 공간으로 꾸몄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6.04.06 art29@newspim.com

이어 청조갤러리 1, 2는 'White' & 'Black' 공간으로 꾸며졌다. 먼저 만나는 공간은 순백의 공간이다. 하이얀 종이로 벽과 바닥을 서너번씩 도배한 이 공간에 작가의 순백의 설치작품과 조각이 세워져 있다. 신발을 벗고 들어와야 하는 공간으로 작가에게 흰색은 빛과 여백, 무한히 뻗은 열린 공간을 의미한다.

작가는 "유럽에 있으면서 안도 다다오가 건축한 공간을 많이 봤다. 안도가 '나의 대표작은 뮤지엄 산'이라고 밝힌 글도 읽었다. 내가 봐도 안도의 건축은 공간의 흐름과 비례가 남다르다. 그의 공간을 살리고 싶다는 생각에 '흰색 방을 만들어 그림을 그리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 다시말해 '비워내는 공간'이다. 흰 종이로 바닥과 벽 전체를 완벽하게 도배함으로써 중성화된 공간, 미완의 공간을 만들었다.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공간에, 길고 긴 흰 종이를 장막처럼 늘어뜨렸고, 그리스 신전에 떨어진 돌 조각같은 흰 조각을 세웠다"고 했다.

'White' 공간 끝자락에는 멀리서 보면 연회색의 붓 드로잉같은 작품이 벽면에 그려져 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면 스테이플러 심지로 제작한 작품이어서 아연실색하게 된다. 작가는 무려 3만5000회의 스테이플러 박기를 통해 먹의 농담과 붓자국을 오롯이 살려냈다. '스테이플러 드로잉'인 셈이다. 일찌기 1990년대에 스테이플러로 곤충, 새 등을 형상화한 적은 있지만 대형 붓질작업을 스테이플러로 시도한 것은 처음이다.  

[원주=뉴스핌]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연상케 하는 이배의 숯 설치작품과 그에 이어지는 숯 드로잉. 겸재는 이배가 가장 흠모하고, 가장 애정하는 작가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6.04.06 art29@newspim.com

다음은 'Black' 공간이다. 작가에게 검정은 단순한 색이 아니다. 그것은 빛을 모두 흡수해 수많은 색을 켜켜이 품은 심연이다. 동시에 모든 가능성을 내포한 상태를 가리킨다. 이 공간에 이배는 자신이 가장 흠모하는 화가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에 오마주하는 숯 설치작품과 숯 드로잉을 시도했다. 또 한켠에는 구불구불 직립형의 검은 선 드로잉조각이 자리하고 있고, 측면에는 지금껏 시도한 숯회화 중 가장 큰 가로 10.4m의 검은 평면작품이 장대함을 뽐내며 걸려 있다.

'Black' 공간은 1982년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989년 프랑스로 건너간 이후 '숯'이라는 매체에 천착해온 이배의 예술을 집약해 보여준다. 숯이라는 물질에 내재된 생성과 소멸, 순환의 원리를 30여 년간 탐색한 그의 작업은 자연과 인간, 시간과 존재가 교차하는 관계망을 드러낸다. 

작가는 "파리 도착 이듬해인 1990년에 처음 숯을 마주하게 됐다. 외국서 온 무명작가라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예전 목탄 데생했던 게 생각나 동네 수퍼에서 바베큐용 숯을 한봉지 샀다. 값도 저렴하고, 데생도 오래할 수 있어서. 어느날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의 문화부 기자가 허름한 공간서 작업하는 우리들을 보러 온다고 했다. 기자가 분명 '왜 숯을 쓰느냐'고 물을 것같아 답변을 준비했다. '돈이 없어서'라고 하면 안될 것같아 '동양에선 푸른 난초를 검은 숯으로 그린다'고 답했다. 그렇게 시작한 숯 작업이 어느새 30년이 넘었고, 이제는 고향 청도에서 직접 만든 숯으로 여러 작업을 한다."고 소개했다.

이배에게 이제 '숯'은 재료이자, 작업 그 자체다. 그는 '카오스'같은 순간을 거쳐 탄생한 숯을 사랑한다. 그는 숯덩어리들이 자신의 고향이자 본류라고 했다. 숯은 작업실이 있는 청도에서 직접 만드는데 소나무 참나무 벚나무 버드나무는 물론 잡목까지 활용해 한달 간 굽는다. 나무마다 다른 숯이 나오는 게 매력이라고 했다.

간혹 '숯에만 매달려 너무 정체된 것 아니냐'는 질문도 받는다. 그런데 겸재 정선과 추사 김정희를 좋아하고, 중국의 팔대산인을 좋아한다는 그는 '동양의 문화예술을 꽃피웠던 이들의 뒤를 따라, 그들의 정신을 한없이 흠모하며 작업하다 보니 아직도 숯으로 창작할 게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이어 "처음 파리에 갔을 때와 다르게 지금은 한국작가라는 게 너무나 자랑스럽다. 파리에서 개인전을 하면 굉장히 많이들 오고, 작품도 좋아한다. 똑같은 가격대면 한국작가 그림을 사려고들 한다"며 "그게 저절로 됐겠느냐, 수많은 이들의 노력과 염원이 있었기에 가능해진 거다.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나도 후배 작가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며 소망을 피력했다.

[원주=뉴스핌] 뮤지엄 산에 고향 청도의 흙을 가져와 논두렁을 만든 작가 이배. 스크린에서는 14분 길이의 아름답게 빛나는 영상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6.04.06 art29@newspim.com

청조갤러리 3 'Becoming'은 이번 이배 개인전 중 가장 새롭고, 가장 파워풀한 공간이다. 영상과 설치작업에는 농부의 아들로 성장한 작가의 정체성이 오롯이 반영돼 감동을 자아낸다. 9m 높이의 스크린에서는 작가가 나고 자란 청도의 땅과 모내기를 앞둔 논 풍경, 그 논 위에서 커다란 붓을 들고 붓질하는 작가의 퍼포먼스가 오버랩된다.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사위가 온통 컴컴해질 때까지 논밭 붓질을 한 작가는 마침내 작품 위로 쓰러진다. 그리곤 미동도 않는다.

김응현 촬영감독이 찍은 14분 길이의 이 영상 앞에는 청도에서 옮겨온 흙으로 구현한 논 설치작품이 자리잡았다. 개막 전날 작가는 이 논두렁 위에서 싸리 빗을 들고 '빗질 퍼포먼스'를 펼쳤다. 퍼포먼스에 앞서 이배는 "모두들 이번 빗질을 퍼포먼스라 부르겠지만 사실 빗질은 내 작업의 근간인 붓질과 똑같은 것이다. 빗자루로 흙을 쓸듯, 붓으로 화폭을 가로지른 것이 나의 드로잉이다"라며 "전시기간 중 이 흙에서 싹이 움트고 풀이 자라길 바란다."고 했다. 결국 이번 논 설치작품과 영상 속 행위는 땅·신체·시간의 순환적 포용적 관계를 드러내며, 작품을 고정된 대상이 아닌 '생성과 소멸의 과정'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원주=뉴스핌] 고향 청도의 흙을 가져와 뮤지엄 산 청조갤러리에 논두렁을 만든 작가가 싸리나무 빗을 쓸며 빗질 퍼포먼스를 펼치는 장면. 이배는 이 퍼포먼스에 대해 '실은 퍼포먼스가 아니라, 나의 숯 회화와 맞닿아 있는 또다른 붓질"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6.04.06 art29@newspim.com

이배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근원'에 대한 질문을 수없이 던졌고, 그 자신 '농부의 아들'이라는 정체성을 새삼 곱씹게 됐다. 그는 "개인전을 준비하는 내내 마음 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은 아버지였다. 농부이셨던 아버지는 내가 화가가 되는 걸 아주 싫어하셨다. '이 과수원과 땅을 누구에게 줄 것이냐'며 허탈해 하셨다. 그 아버지는 내가 파리에 머물 때 돌아가셨다. 이번에 더욱 아버지와 고향을 생각하게 됐고, '농부의 아들'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시골 논에 물을 대며, 신나게 뛰놀며 자랐구나라는 생각에 영상및 논 설치작업을 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작가에게 '농부의 아들'이라는 정체성은 삶의 근원과 그 위에서 또아리를 틀고 이어온 예술과 노동, 자연의 관계를 다시금 사유하게 했다. 이같은 사유는 전시 전반에 걸쳐 생명과 순환, 시간의 흐름을 탐구하는 구조로 이어지며 내러티브가 짜여졌다. 

한편 전시 타이틀을 'En attendant: 기다리며'라고 한 이유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 제목은 염원, 완결되지는 않지만 부족하고 모자라고 아쉬움을 갖고 있는 마음을 가리킨다. 스스로 예술을 얼마나 잘 알고, 잘 이해하고 있나 되묻곤 한다. 하면 할수록 예술은 어렵다. 전시를 준비하며 절망할 때가 많았다. 캄캄했다. 이렇게 상상력이 부족한 걸까 한탄하기도 했다. '작가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었고, 가장 진지하고 순수해지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기다리며'는 시간과 과정에서 나온 제목이다. 나의 마음 상태다."    

결국 전시제목 '기다리며'는 숯이 만들어지는 시간, 작업이 나오길 기다리는 시간, 미래의 열려있는 시간을 가리키는 셈이다.

[원주=뉴스핌] 높이 10m의 검은 초대형 브론즈 조각 6점이 뮤지엄 산 야외 '무의 공간'에 설치됐다. 'Brushstroke' 연작인 이 작품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뮤지엄 산 건축과 같은 높이로 제작됐다. 작가는 '붓질의 흐름을 살린 조각의 표면을 주의깊게 감상해달라'며 '그림을 조각으로 옮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 2026.04.06 art29@newspim.com

본관 전시를 다 둘러보고 미술관 밖으로 나오면 야외 '무의 공간'에 하늘로 쭉쭉 솟은 검은 브론즈 조각들을 마주하게 된다. 대나무 마디를 보는 듯한 6점 조각의 타이틀은 '붓질 Brushstroke'. 뮤지엄 산 주변의 나무와 건축지붕, 산세와 어우러지도록 설계된 10m 높이의 작품이다.

자연과 건축, 조형이 확장된 풍경으로 결합된 이 전례없는 크기의 검은 조각들 사이를 거닐며 관람객은 계절과 빛의 변화, 산과 공간이 함께 만들어내는 풍경 속 예술을 경험하게 된다. 어마어마하게 크고 육중해 다소 위압적인 이 조각들은 수직의 높이 때문에 돌 정원 바닥을 3.5m가량 파고 설치됐다. 기존에 선보였던 작업이 아닌, 모두가 놀랄 새로운 작업을 선보이겠다는 의욕 때문인지 '작가의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간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게 하는 검은 브론즈 연작이다.

야외의 검은 조각 연작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고성에서 불에 탄 나무덩어리 하나하나를 쌓아올리면서, 또 나의 염원을 쌓아올리면서 '다시는 이런 재앙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만든 조각이다. 브론즈라서 덩어리감을 보기 마련인데 조각의 표면을 봐줬으면 한다. '그림을 조각처럼 설치할 수 없을까'하며 조각 표면에 붓질을 새겨봤다. 높이를 10m로 한 것은 안도 선생의 건축과 나란히 하고 싶어서다. 너무 흉칙스럽지 않을까 염려도 됐지만 예술이란 게 생소한 거니까 용납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면서 작가는 이번 전시작품 중 이 브론즈 연작이 (뜻밖에도)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하늘로 길고 높게 솟은 이배의 브론즈 연작은 이우환의 작품 '선으로부터'를 연상케 한다. 미술평론가 임근준은 "야외에 설치된 조각 '붓질 Brushstroke'는 이배가 수십년간 스승으로, 선배예술가로 모셔온 이우환 작업에 대한 오마주로 다가온다. 스승, 즉 프로테제(멘토)와 그와의 '아직 끝나지 않은 대화'를 보는 것같아 흥미로왔다"고 평했다. 

[원주=뉴스핌] 이배 작품전을 개최한 한솔문화재단 뮤지엄 산의 안영주 관장. "그간 외국작가만 연달아 전시해 한국작가를 찾고, 찾았다. 학예연구실 큐레이터들과 가장 기세 좋고, 동시대성과 세계성을 모두 갖춘 작가를 논의하니 1번 작가가 이배였다"고 밝혔다. [사진= 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6.04.06 art29@newspim.com

뮤지엄 산 안영주 관장은 "이번 이배의 개인전은 작품의 물성과 건축, 자연이 서로 긴밀히 호응하며 관람객이 공간을 직접 경험하도록 기획했다. 작품들을 감상하며 잠시 멈춰 서서 자신과 자연, 시간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작가 또한 "작품을 보려고 하기 보다는 천천히 느끼기를 바란다"고 했다.

숯이 주는 카오스, 그 혼돈과 순환, 안과 밖, 자연과 인간, 들숨과 날숨을 만끽하며 '기다림'을 통해 삶의 본질을 은근하게 반추케 하는 이번 전시는 12월 6일까지 계속된다. 매주 월요일 휴관. 이배 전시를 관람하는 기본패스권은 2만3000원(성인)이며, 뮤지엄, 명상관, 제임스 터렐관, GROUND관을 모두 볼 수 있는 시그니처권은 5만9000원(성인)이다.

art29@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정부, 웨스팅하우스 지분투자 추진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설희 인턴기자= 정부가 미국 내 대형 원전 건설과 미국 원전 원천기술 기업 '웨스팅하우스' 지분 투자를 대미 전략투자 후속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국내 원전 상장사의 실제 사업 참여 범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웨스팅하우스 지분율과 신규 원전 노형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시장에서는 지분 투자 자체보다 국내 업체가 설계와 설계·조달·시공(EPC), 주기기와 보조기기에서 얼마나 구체적인 사업권을 확보하는지가 향후 수주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 지분보다 사업권…韓 역할 명문화 관건 23일 산업통상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을 후속 대미 투자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 지분은 미국 측과 5~10% 수준에서 협상 중이다. 미국 신규 원전 8기 가운데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6기와 한국이 개발한 APR1400 2기로 구성하는 방안은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 [AI 일러스트=설희 기자] 증권가에서는 지분율 자체보다 향후 미국 원전 사업에서 국내 기업이 실제로 확보할 사업 범위를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특히 AP1000 사업에서는 과거 공급 이력과 웨스팅하우스와의 기존 협력관계가 신규 수주로 이어지는지가 상장사별 실적을 가를 요인으로 거론된다. 기업별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AP1000 핵심 주기기 공급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비에이치아이도 원전 보조기기(BOP) 공급 이력을 갖고 있다. 현대건설은 웨스팅하우스와 설계·조달·시공(EPC)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어 향후 미국 원전 사업 구체화 과정에서 실제 수주로 연결될 가능성이 주목된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2027년이 원전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장 연구원은 미국 에너지부의 공급망 금융지원과 한국의 대미 원전 투자 구체화가 맞물리면서 미국 원전 관련 프로젝트의 진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 두산에너빌리티, 美 AP1000 주기기 공급…추가 물량 기대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AP1000 공급망에서 직접적인 납품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보글과 V.C.서머 AP1000에 원자로용기와 증기발생기를 공급한 경험이 있어 신규 미국 원전 사업에서도 기존 공급망을 기반으로 한 추가 수주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태형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전력의 웨스팅하우스 인수 시 AP1000 사업에서도 원자로용기(RV)·증기발생기(SG) 외 추가 공급 범위(Scope) 발주를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미투자 자금 집행에 따라 공기 단축 위해 동사가 생산하는 장납기 품목에 대해 선발주를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본사 전경.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원자로용기와 증기발생기는 제작기간이 긴 핵심 주기기다. 미래에셋증권은 대미 원전 투자 과정에서 기존 원자로용기와 증기발생기뿐 아니라 추가 기자재까지 두산에너빌리티의 공급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도 미국 에너지부(DOE)의 금융지원으로 장납기 기자재 발주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봤다. 정 연구원은 "지난 6월 DOE가 발표한 장납기 기자재 조달 대출 프로그램에 따라 최종투자결정(FID) 이전 주요 기자재 발주가 가능해졌다"며 "AP1000 핵심 장납기 기자재 공급업체인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주가 당겨지면서 원전 기자재 생산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특히 KB증권은 향후 가장 먼저 나올 대형원전 기자재 발주 대상으로 웨스팅하우스와 미국 전력사업자가 구성하는 특수목적법인(SPV)의 장납기 기자재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미국 신규 원전 사업이 구체화될 경우 두산에너빌리티가 다른 원전 밸류체인 업체보다 먼저 수주를 가시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현대건설, 웨스팅과 EPC 협력…美 사업 확대 기대 현대건설은 기자재가 아닌 EPC 분야에서 웨스팅하우스와 직접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22년 웨스팅하우스와 AP1000 글로벌 사업 공동 참여를 위한 전략적 협약을 체결하고 향후 프로젝트별 계약을 통해 EPC 분야 우선 참여 협상권을 확보했다. 이후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은 실제 해외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2024년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설계계약을 시작으로 슬로베니아 원전 타당성조사, 핀란드 원전 사전업무착수 계약에 참여했으며 미국 페르미 아메리카의 프로젝트 매터도어에서는 기본설계(FEED)를 수행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공동으로 글로벌 확대 추진 중인 대형원전 AP1000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파트너십을 현대건설의 미국 원전 진출 경쟁력으로 평가한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웨스팅하우스 노형의 경우 벡텔과 함께 핵심 건설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머지않아 원전 영역에서 실질적 수주와 착공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에너지부(DOE)의 금융 지원, 웨스팅하우스와 잠재적 파트너들과의 의향서(LOI), 그리고 한국의 대미투자 가능성 등을 감안 시 미국 내 원전 프로젝트가 조만간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현대건설의 미국 원전 프로젝트 참여 가시성도 보다 분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김도엽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형원전은 팀코리아 및 웨스팅하우스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며 "불가리아 AP1000 대형원전은 하반기 중 엔지니어링 서비스 계약(ESC) 2차 계약 체결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 BHI, 美 AP1000 복수기 공급…BOP 수주 주목 비에이치아이도 미국 AP1000 공급 실적을 갖고 있다. 비에이치아이는 발전용 설비를 설계·제작하는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 주력 제품인 배열회수보일러(HRSG)와 함께 원자력발전 보조기기(BOP)를 공급하고 있다. 미국 보글과 V.C.서머 AP1000에는 복수기를 공급한 이력이 있다. 원전 BOP는 아직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리딩투자증권이 제시한 올해 2분기 기준 매출 구성은 HRSG가 65%로 가장 높고 보일러 22%, BOP 5%, 기타 8% 순이다. 미국 신규 원전 발주가 본격화될 경우 현재 비중이 낮은 BOP 사업이 추가 성장 축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주목된다. 비에이치아이 로고. [사진=비에이치아이] 한제윤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에이치아이의 수주 흐름과 관련해 "연간 신규 수주는 올해도 1조원을 상회할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HRSG 신규 수주는 약 5000억원이며, 하반기에도 약 4000억원 이상의 프로젝트가 수주 대기 중인 것으로 추산했다. 한 연구원은 미국 텍사스에서 추진되는 대미 투자 1호 가스복합화력발전 사업과 관련해서도 비에이치아이의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HRSG 8~10기 발주를 가정할 경우 잠재 수주 규모를 약 4000억~5000억원으로 추정했으며 과거 미국 칼파인(Calpine)에 HRSG를 공급한 이력이 있다는 점도 수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제시했다. 조재원 키움증권 연구원도 대미 투자에 따른 미국 사업 확대 가능성에 주목했다. 조 연구원은 "미국 시장 진입이 현실화될 경우, 추가적인 멀티플 확장을 기대한다"며 비에이치아이가 미국 사업에 진입할 경우 기존 국내와 아시아 중심의 사업 지역을 북미로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winter1004@newspim.com 2026-09-23 13:24
사진
추가은, 女공기권총 10m 금메달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한국 사격의 에이스 추가은(임실군청)이 눈부신 총성을 울리며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에 일곱 번째 금메달을 선사했다. 한국 사격이 거둔 첫 번째 금메달이다. 세계랭킹 23위 추가은은 일본 도요타시 아이치 종합사격장에서 열린 여자 10m 공기권총 개인전 결선에서 246.3점을 쏴 셴이야오(중국)를 무려 5.0점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추가은은 고니시 유카리가 2017년 세운 결선 아시아 기록(245.3점)과 팔락(인도)이 항저우 대회에서 세운 아시안게임 기록(242.1점)을 모두 갈아치우는 기력을 발휘했다. 조라나 아루노비치가 세운 세계기록(246.9점)에도 불과 0.6점 모자란 엄청난 기록이다.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추가은. [사진=대한사격연맹] 2026.09.23 psoq1337@newspim.com 앞서 열린 본선에서도 추가은의 활약은 빛났다. 추가은은 582점(엑스텐 19개)을 기록해 종전 아시안게임 본선 기록을 1점 경신하며 전체 1위로 결선에 올랐다. 김보미(부산시청), 오예진(IBK기업은행)과 함께 나선 단체전에서도 1,730점을 합작해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이 이 종목 단체전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은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16년 만이다.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추가은. [사진=대한사격연맹] 2026.09.23 psoq1337@newspim.com 다만 김보미와 오예진은 각각 574점(엑스텐 22개, 20개)으로 10위와 12위를 기록해 8위까지 주어지는 결선행 티켓을 아쉽게 놓쳤다. 두 선수 모두 8위와 1점 차에 불과해 아쉬움을 삼켰다. 홀로 결선 무대에 선 추가은은 흔들림 없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결선 첫 번째 스테이지 첫 발을 10.1점으로 기분 좋게 출발한 그는 네 발을 모두 10점대 언저리에 맞추며 51.8점으로 단숨에 선두에 올랐다. 두 번째 시리즈 초반 주춤하기도 했으나 10.3점으로 마무리하며 청연칭, 셴이야오, 장란신 등을 제치고 1위를 굳건히 지켰다.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추가은. [사진=대한사격연맹] 2026.09.23 psoq1337@newspim.com 본격적으로 한 명씩 탈락하는 엘리미네이션 스테이지에 접어들면서 추가은의 독주가 시작됐다. 10.1점과 10.7점을 연달아 꽂아 넣은 뒤, 두 번째 시리즈에서는 10.8점과 10.7점에 적중하며 143.9점을 기록해 2위 셴이야오와의 격차를 벌렸다. 세 번째 시리즈가 끝난 뒤 격차는 더욱 벌어졌고, 다른 선수들이 실수를 연발하는 사이 추가은은 더욱 달아났다. 셴이야오에 4.1점 앞선 상황에서 맞이한 마지막 시리즈에서도 10.6점과 9.8점에 적중하며 완벽하게 우승을 확정 지었다. psoq1337@newspim.com 2026-09-23 13:16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