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점유율은 20% 중후반, 큰 폭 하락 없었지만 제재시 위험
코스닥 상장 일정도 먹구름, "내부통제 갖춰 신뢰 쌓아야"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국내 2위 디지털자산 거래소 빗썸이 대형 전산 사고와 시장 침체, 규제 리스크까지 겹치며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 사상 초유의 60조원대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로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불거진 데다, 국회에서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의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정까지 현실화될 경우 지배구조 전반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월 6일 빗썸은 랜덤박스 이벤트 리워드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단위를 원(KRW)이 아닌 비트코인(BTC)으로 잘못 입력해 695명에게 1인당 2000BTC, 총 62만 개의 비트코인을 지급하는 사고를 냈다. 원화 기준 약 60조원 규모로, 국내 거래소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산 사고다.

문제는 이 사고 과정에서 내부 통제 시스템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대리 직급 직원 한 명의 입력 오류로 막대한 규모의 지급이 이뤄졌는데, 빗썸은 시스템 고도화 과정에서 다중 결재 절차가 누락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사고 인지 역시 늦었다. 더욱이 과거에도 두 차례 소규모 코인 오지급 사례가 있었음에도 재발 방지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단순 전산 장애가 아니라 내부 통제 체계 전반의 부실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여기에 디지털자산 시장 침체도 거래소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빗썸은 매출의 98.4%가 거래 수수료에서 발생하는 구조여서 거래량 감소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시장 거래대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번 사고까지 겹치며 실적 전망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빗썸을 더욱 압박하는 변수는 국회에서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20%로 제한하는 방안에 합의한 상태다. 법 시행 이후 3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지고, 시장 점유율이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거래소에는 추가로 3년의 유예기간이 부여될 예정이다.
현재 빗썸을 비롯해 코빗, 고팍스 등 주요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은 대부분 60% 이상이다. 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지배구조 개편이나 지분 매각이 불가피해 경영권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 간사인 안도걸 의원에 따르면 합병 등 특수한 경우에는 지분 상한을 적용하지 않는 예외 규정이 검토되고 있다. 이 경우 두나무, 코빗, 고팍스 등 일부 거래소는 규제 영향을 덜 받을 수 있지만, 빗썸은 구조상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고 이후 빗썸의 시장 점유율은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다. 지난 3월 5일부터 11일까지 코인게코 데이터 기준으로 빗썸의 점유율은 20%대 초반부터 후반을 기록했다.
다만 사고 이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30%대 점유율까지 끌어올렸던 흐름과 비교하면 상승세는 둔화된 모습이다. 같은 기간 코인원은 약 2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기록했고 코빗도 6% 안팎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업계에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테라' 거래 관련 수수료 면제 이벤트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향후 금융당국 제재 과정에서 이용자 이탈이 발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아마 빗썸이 신규영업정지 등 제재를 받을 것인데 이 과정에서 타격이 작지 않을 것"이라며 "더욱이 빗썸은 이번 사건으로 총체적으로 내부통제가 부실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는 어느날 갑자기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난한 과제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교수는 "그러나 규제사업으로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어서 회복하지 못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다만 금감원이 이번에 내부통제 부실을 느꼈기 때문에 다른 제재가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빗썸이 추진 중인 코스닥 상장 일정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빗썸은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 최초 상장을 목표로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 준비에 착수했지만 이번 사고로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빗썸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하지 않으면 신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곤 블록체인협회 이사는 "전통 금융회사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해 왔다"며 "빗썸 역시 급성장 과정에서 거버넌스와 내부통제 시스템이 충분히 정비되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성장통으로 삼아 내부통제 체계를 정비하고 거버넌스를 강화해야 장기적으로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dedanh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