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의료기기 비중은 불과 '11%'
한국 의사, 국산 의료기기 경험↓
국내 레퍼런스 없어 수출 '발목'
의료기기 훈련센터, 수도권 중심
지역 확충 필요…정부 지원 필요
[두바이=뉴스핌] 신도경 기자 = '한국에서는 어디에 쓰이나요?'
혁신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해외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받는 뼈아픈 질문이다. K-의료기기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제2의 반도체'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정작 안방인 국내 의료기관의 국산 의료기기 사용 비중은 현저히 적다.
지난달 9일부터 12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전시센터(DEC)에서 열린 'WHX 2026(전 아랍헬스)'에서 만난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은 자본력을 앞세운 글로벌 공룡 기업들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려면 국내 의료기관의 국산 의료기기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13일 보건복지부와 보건산업진흥원에서 2024년 발표된 '제1차 의료기기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국산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비중은 불과 19% 수준이다.
[K-의료기기가 뛴다] 글싣는 순서
1. 세계 100대 기업에 '한국'은 없다…갈 길 먼 K-의료기기
2. K-의료 보러 줄 섰다…두바이 흔든 K-내시경
3. '세계 최초' 기술로 중동 시장 삼킨 K-기업…"한국산, 믿고 쓴다"
4. 세계 '초고령화' 화두…두바이 수놓은 실버케어 기기
5. 중동 피부 미용 시장 체인저, 'K-뷰티 테크' 2인방
6. 두바이서 펼쳐진 K-의료 전수…중동 의사 마음 훔치다
7. "미국·중국산 비켜라"…교육훈련지원센터가 나서다
8. 해외는 러브콜 국내는 외면…국산의료기기 점유율 동력 '시급'
◆ 상급종합병원 외산 의료기기 사용 89%…국산 의료기기는 단 11%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 상위 100대 기업 명단에 한국 기업은 단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예견된 일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국산 의료기기가 여전히 외면받고 있는 현실에서 해외 바이어(구매자)들이 한국산 제품을 신뢰하고 구매할 이유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 1차 의료기기산업 실태조사'의 의료기관 종별 국산 의료기기 보유 현황을 보면 의료기관 수는 4만4542곳이다. 이 중 국산 의료기기를 쓰는 비중은 2022년 62.1%다. 절반을 간신히 넘었지만, 한의원(96.4%)과 한방병원(94.1%)에서 사용 비중이 높을 뿐 해외 수출에서 보증수표 역할을 할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국산 의료기기 비중은 4년 평균 19%에 불과하다.

복지부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전체 의료기기 약 5만4000대 중 국산 의료기기는 6000대로 11.3%에 불과하다. 반면 외산 의료기기 의존 비중은 4만8000대(88.7%)에 달한다.
4년 동안 국산 의료기기 비중 속도도 제자리다. 전체 의료기관의 국산 의료기기 사용 비중은 2018년 61%, 2019년 61.1%, 2020년 61.3%, 2022년 62.1%다. 종합병원급 이상의 국산 의료기기 비중도 2018년 17.8%, 2019년 18.5%, 2020년 18.9%, 2022년 20.7%다.
국내 의료기관에서 국산 의료기기가 외면받는 이유는 의료진들이 국산 의료기기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의료기기 산업이 발전하기 전에 외산 의료기기를 먼저 사용했고 수년 동안 관성처럼 외산 의료기기를 사용하다 보니 한국 의료기기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김홍철 성남산업진흥원 광역형 국산의료기기 교육훈련센터장은 "의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인지' 자체를 하기가 어렵다"며 "외산 의료기기 기업들은 전 세계에 제품을 공급한 역사와 전문성, 브랜드 마케팅 자산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연간 매출액 세계 1위 기업인 메드트로닉은 45조원 이상인 반면 한국 매출 1위 기업인 오스템임플란트의 매출액은 2024년 기준 약 1조"라며 "우리나라 4300개 기업 전체 매출을 모두 합쳐도 약 11조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국산 의료기기는) 규모의 열세와 후발주자의 위치, 의료적 관점의 보수적 접근이라는 삼중고 속에 놓여왔다"고 분석했다.
고준혁 메드믹스 경영기획팀 과장은 "미용 의료기기 분야의 경우 외산 의료기기 중심에서 국산 의료기기 중심으로 바뀌었지만, 수술 의료기기 분야는 외산 의료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국내 의료기관을 뚫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소 기업은 영업 활동이나 홍보를 하는 자체가 모두 돈이라서 정부 입장에서 산업 자체를 키워야 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국내서 외면받는 국산 의료기기, 해외 수출 발목…교육·훈련센터 지역 확충 '절실'
문제는 국내에서 외면받는 의료기기의 현실이 당장 국내 의료기기 기업이 해외 구매자들에게 제품을 판매할 때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김민주 픽셀로 영업기획팀 프로와 남성찬 다인메디컬 영업총괄부사장 등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은 해외 구매자들이 "국내 어디서 많이 사용하는지 궁금해 한다"고 했다. 김 프로는 "공공기관이나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보여주면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기 기업과 전문가들은 국산 의료기기 수출이 활성화되려면 국내에서 국산 의료기기 사용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지부와 보산진은 국산의료기기 교육·훈련센터를 통해 국내 의료진이 국산 의료기기를 사용할 기회를 제공한다. 대규모 교육·훈련 공간과 전시 시설을 제공하거나 'WHX 2026'과 같은 전시회에서 한국의료기술을 시연할 때 국산 의료기기를 사용하도록 연계해 해외 구매자들이 체험할 기회를 만든다.

그러나 국산의료기기 교육·훈련센터는 병원형 2곳, 광역형 2곳으로 전국에 총 4곳에 불과하다. 광역형으로 성남과 인천이 있고 병원형으로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과 아주대 병원이 있다. 이마저도 수도권 중심이라 지역에 있는 의사들은 국산의료기기 교육·훈련센터를 통한 기회를 얻기 어렵다. 복지부는 지난 2023년 '의료기기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 발표'에서 국산의료기기 교육·훈련센터를 확충한다고 밝혔지만 올해 예산에 반영되지 못했다.
김 센터장은 "한국의 의료기기 산업이 성장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절대적인 규모에서 열세인 것은 분명하다"며 "국내·외 의료진과 연계한 교육훈련 사업이 더욱 다양화되고, 질적으로 고도화돼 의료진이 한국 제품을 수월하게 접하고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교육훈련 플랫폼에 대한 공공의 투자가 더 공격적일 필요가 있다"며 "광역형 국산의료기기 교육훈련센터는 지역에도 배치돼 4곳 이상이 작동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dk199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