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피해 증가, 이란과의 전쟁 장기화 우려
유가 급등에 경제 불안해지면 트럼프 정치적 부담 가중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대규모 추가 공격 의지를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달 28일부터 대규모 공격을 퍼붓고 있지만, 이란 정부가 반격에 나서면서 확전이 불가피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가 상승 등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커질 전망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에 대한 '군사적 도박'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트럼프 "3~4주 예상했지만 더 오래 갈 수도"... 수렁에 빠지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다수의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을 상대로 한 전쟁이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고,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큰 파도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다"며 "우리는 아직 그들을 강하게 공격하는 걸 시작조차 안 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도된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에 지상군 파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명예 훈장 수여식에서 행한 연설에서는 이란과의 전쟁을 "4~5주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보다 더 오래 지속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첫 공습 직후 정권 교체를 언급하며 '속전속결'로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과는 사뭇 달라진 기류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이날 기자 회견에서 이란과의 전쟁이 "끝없는 전쟁도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예상되는 종전 시간표에 대해선 함구했다. 함께 회견에 나선 댄 케인 합참의장은 "이번 전쟁은 하룻밤 만에 끝나는 작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경우에 따라 힘들고 고된 작업이 될 것"이라면서 미군의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국방부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기자들은 헤그세스 장관에게 과거 이라크 전쟁처럼 미국이 중동의 수렁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다.
▲ 이란 결사항전 속 중동 전황 급박... 미군 피해도 늘어나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인한 중동 지역 전선 확대와 미군 사망자 발생으로 상황은 복잡해지고 있다. 미 중부 사령부는 이날 "미 동부 시간 오전 7시 30분 현재까지 미군 4명이 전사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쿠웨이트에서는 작전 중이던 미군 F-15 전투기 3대가 쿠웨이트 군 방공망의 오발로 추락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미군과 이스라엘 군은 초기 공습에서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하고, 이후에도 대대적인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란 당국은 '결사항전'을 내세워 내부 불만을 단속하면서 반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란 군은 이스라엘과 중동 지역 미군 시설을 겨냥한 탄도미사일, 드론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2일 새벽에는 바레인의 수도 마나마 인근의 미 해군 기지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친이란 무장 단체인 헤즈볼라도 가세했다. 헤즈볼라는 이날 새벽 이스라엘을 향해 여러 발의 로켓을 발사하는 등 양측의 무력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 유가 급등·증시 하락... 경제 충격 현실화
이란 전쟁 이후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는 연일 상승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이란의 드론 공격이 이어지면서 중동 주요 원유·가스 시설이 일시적으로 가동이 중단됐고,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운항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배럴당 약 82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약간 조정됐고,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역시 70달러대를 상회하는 등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유럽과 아시아 천연가스 선물 시장도 40% 이상 급등하는 등 에너지 가격 전반이 크게 뛰었다.
일본과 유럽 증시도 중동 지역 지정학 리스크 확대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하락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225는 1.35% 하락했고,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 지수도 전장보다 1.65% 떨어졌다.
▲ 美 국민 27%만 지지... 미군 피해, 물가 불안해지면 역풍 불가피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교역 차질이 길어질수록 소비자들은 휘발유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품 가격 상승에 직면할 위험이 커진다"면서 인플레이션 문제로 지지율이 하락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1일 발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 조사에서는 미국 성인 응답자의 27%만이 이란에 대한 공습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공화당 지지층 응답자 중 55%는 공습을 지지했지만, 그나마 42%는 "미군 병력이 중동에서 사상자를 낼 경우" 지지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미국 내 휘발유나 원유 가격이 상승할 경우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을 지지할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란 응답도 45%가 나왔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군의 희생자가 늘고, 물가 불안이 고조될 경우 트럼프의 승부수가 역풍을 맞게 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는 이유다.
kckim10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