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별 1대1 전용계좌로 관리 강화
사용내역 미제출·허위서류 시 반환
'차년 이월 예상액' 선지급 특례 종료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정부가 공공계약에서 한 번에 최대 100%까지 미리 지급해오던 '선금' 제도를 단계적으로 바꾼다. 앞으로는 계약 직후 전액을 미리 지급하는 방식이 사라지고, 실제 이행 여부를 확인하면서 나눠 지급하는 체계로 전환된다.
정부는 25일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선금 제도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코로나19와 경기 침체기에 한시적으로 확대했던 선금 특례를 종료하고, 본래 취지에 맞게 제도를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다.

◆ 정부, '계약과 동시에 100% 지급' 관행 손질
선금은 공공기관이 공사·용역·물품제조 계약을 맺을 때, 자재비 등 초기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계약금 일부를 미리 지급하는 제도다. 지난 1997년부터 최대 한도는 계약금액의 70%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민생·경기 부양을 위해 한도를 80%, 이후 100%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했다. 이 특례는 지난해 말 종료되면서 올해부터는 다시 70% 한도로 복귀했다.
정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지급 방식 자체를 '단계적 지급'으로 바꾸기로 했다. 기존에는 계약 체결과 동시에 최대 한도(70%)까지 지급이 가능했고, 특례 기간에는 100%까지도 지급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최초 지급 시 계약금액의 30~50% 범위에서만 지급한다. 이후 선금 사용 목적이 확인되거나, 그만큼 계약 이행이 진행된 경우에 한해 추가 지급을 허용한다. 누적 한도는 70%다.
계약 규모가 작은 경우에는 중소기업 자금 사정을 고려해 의무지급률을 50%까지 적용한다.
이에 관해 이주현 재경부 조달계약정책관은 "코로나 시기에는 조기 집행이 중요해 계약과 동시에 선금을 최대한 지급하는 기조가 강했다"며 "하지만 실제 집행과 상관없이 70%나 100%를 한 번에 지급하는 것은 재정 관리 측면에서 불합리한 부분이 있었다. 이에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만큼 지원하는 체계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선금 '통장 쪼개기' 막는다…계약별 1대1 관리
선금 관리도 한층 강화된다. 먼저 앞으로는 계약상대자가 선금 사용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또 하나의 선금 계좌를 여러 계약에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 금지되고, 계약별로 전용계좌를 만들어 1대1로 관리하도록 바뀐다.
이주현 정책관은 "그동안 하나의 선금 계좌를 여러 계약에서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앞으로는 계약별로 계좌를 구분해 해당 계약과 1대1로 대응하도록 해 선금 흐름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는 발주기관이 필요할 경우에만 사용내역을 확인해 왔지만, 이번 개정으로 확인 절차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선금 반환청구 요건도 확대된다. 기존에는 '계약 해지'와 '지급조건 위반' 등일 때만 반환을 청구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선금 사용내역 제출에 협조하지 않거나 허위 서류를 낸 경우에도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선금을 반복적으로 목적 외 사용해 계약 이행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계약 해지까지 가능하도록 기준을 신설했다.

그간 허용됐던 '차년도 이월 예상액'에 대한 선금 지급 특례도 종료된다. 원칙적으로 선금은 연도 내 집행 가능한 금액에 대해서만 지급해야 하지만, 업체 부담 완화 등을 이유로 이월 예상액까지 선금을 지급해왔다. 이번 방안으로 특례가 종료되면서, 실제 연도 내 집행 가능한 금액만 선금으로 지급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연말에 집중되던 자금 집행 수요를 완화하고, 재정 집행 관리의 정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개편에는 업체의 선택권을 명확히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앞으로는 계약상대자가 선금을 원하지 않을 경우, 발주기관이 이를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을 규정에 명시한다.
선금을 먼저 받으면 해당 금액에 대해서는 이후 물가가 오르더라도 추가 정산을 받을 수 없다. 예를 들어 계약 체결 후 자재비가 3% 이상 상승하면 남은 공사대금에 대해서는 물가상승분을 반영해 지급하지만, 이미 선금으로 받은 금액은 '이미 지급된 돈'으로 간주돼 물가 변동을 다시 계산해주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이 정책관은 "필요하지 않은데 계약과 동시에 70%나 100%를 지급하면, 정부는 자금 조달 부담을 안고 기업은 쓰지 못할 돈을 계좌에 묶어두는 구조가 생길 수 있다"며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만큼 지원하겠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이번 대책에 담긴 ▲선금 사용내역 확인 강화 ▲반환요건 확대 ▲차년도 이월 예상액 허용 특례 종료 ▲계약 해지 기준 신설 ▲계약상대자 선금 수령 선택권 보장 등은 오는 4월 1일부터 시행된다. 단계적 지급 의무화는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정부는 계약예규 개정 절차를 올해 1분기 내 마무리하고, 지방정부가 당사자인 계약에 적용되는 지방계약법령도 동일 체계로 개정할 예정이다.

r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