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 및 성별에 따른 구체적 보수액 공시
은행 아닌 금융지주사 소속 직원만 공개
남녀임금 격차 20% 넘어, 일괄도입 필요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금융권이 올해부터 직원의 성별에 따른 세부 보수액을 공개하는 '성평등 임금 공시제'를 도입한다. 다만 핵심 계열사인 은행을 제외한 금융지주 소속 직원 정보만 공개돼, 실효성이 떨어지는 '반쪽 공시'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금융권 전반의 남녀 임금 격차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 그룹사를 대상으로 한 공시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을 비롯한 주요 금융지주들은 오는 3월부터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통해 직급과 성별에 따른 보수액, 이른바 성평등 임금(고용평등임금)을 공시한다. 금융권이 성평등 임금을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평등 임금 공시는 남녀 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제도로, 국내에서는 현재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 한해 적용되고 있다. 정부는 민간 부문으로의 확대를 위해 내년부터 '고용평등임금공시제' 도입을 추진 중이며, 현재 경영계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권의 자율 공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정무위원회 소속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금융사 성별 임금 격차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자율공시 필요성을 언급했고, 은행연합회가 금융사 의견을 수렴해 올해부터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연차보고서에는 임원을 포함한 남녀 임직원을 직급별로 구분하고, 각 직급별 평균 보수액을 기재한다. 단순한 평균 임금이 아니라 성별·직급별 보수 구조를 함께 공개해 임금 격차의 실태를 보다 명확히 드러내겠다는 취지다.
현재도 금융사들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성별 임금 현황을 공개하고 있지만, 전체 평균치만 제시돼 직급에 따른 실질적인 남녀 임금 격차를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차보고서 공시를 통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현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번 성평등 임금 공시에서 금융권 남녀 임금 격차 논란의 핵심인 은행 관련 정보가 제외되면서 '반쪽 공시'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연차보고서 공시 대상은 금융지주 소속 직원으로 한정된다. 은행은 기존 사업보고서를 통해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번 공시 개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주요 은행들은 아직 성평등 임금 공시 도입을 검토하지 않거나, 계획조차 세우지 않은 상황이다.
4대 금융그룹 기준 금융지주 소속 직원 수는 70~150명 수준에 불과한 반면, 은행 직원 수는 1만~1만3000명 이상에 달한다. 금융권 남녀 임금 격차의 실질적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은행 자료 공개가 필수적이지만, 은행이 자율적으로 공시하지 않는 이상 이를 강제할 제도적 수단은 없는 상태다.
실제로 신장식 의원실이 각 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조사 대상 20개 은행 중 13곳에서 여성의 평균 임금이 남성의 8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은행의 경우 하나 82.8%, 우리 82.7%, 국민 82.8%, 농협 80.3%, 신한 63.5% 등이다. 이는 남성 직원이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 직원은 60만~80만원 사이의 임금만 받는다는 의미다.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은행권인만큼 실제 연봉 격차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각 은행들은 남녀 직원들의 평균 연령 및 근속년수 등에 따른 수치적인 차이라며 실질 임금 격차는 크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현황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금융권 성평등 임금 공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 역시 성평등가족부를 중심으로 민간부문 고용평등임금공시제 도입을 위한 정책적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다만 성평등 임금 공시가 오히려 남녀 직원간 갈등을 조장하고 과도한 개인정보공개 여지도 있다는 주장도 많은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차보고서는 은행 소속 직원들의 임금 관련 정보는 포함되지 않아 이번 성평등 임금 공시에 은행 내용은 들어가지 않는다"며 "상반기 사업보고서(반기보고서)에 성평등 임금 관련 정보가 포함될지 여부는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