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특별공급까지 미달
"양극화, 구조적 문제로 굳어질 것"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서민 주거 사다리 역할을 맡아온 공공분양 주택 시장에서도 지역 간 양극화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수도권 주요 지역은 시세 대비 낮은 분양가와 교통 여건 개선 기대를 바탕으로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는 반면, 지방에서는 특별공급과 일반공급을 막론하고 미달 단지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 과천·구리·남양주 '완판 행진'…분양가·입지가 흥행 갈랐다
23일 LH에 따르면 이달 진행된 경기 과천시 과천주암 C1블록 특별공급 18가구 모집에 6532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362.9대 1을 기록했다. 일반공급 역시 14가구에 1만1849명이 신청, 평균 경쟁률이 846.4대 1에 달했다.
서울과 가까운 입지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전용 84㎡ 최고 분양가(기본형 기준)가 10억8815만원으로 책정다. 이는 인근 시세와 비교하면 약 8억원가량 저렴해 수요자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현상은 과천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달 공고가 올라온 구리갈매역세권 A-4블록(6년 공공임대 제외) 역시 특별공급 56가구에 4725명, 일반공급 46가구에 7136명이 각각 청약통장을 내밀면서 평균 84.4대 1, 155.1대 1의 경쟁률을 썼다. 경춘선 갈매역이 도보권에 위치해 있고, 전용 59㎡형 분양가가 최고 약 5억2000만원으로 인접 단지 동일 평형(약 6억원) 대비 8000만원가량 저렴하다는 점이 수요를 끌어모았다.
남양주진접2 B-1블록도 흥행 대열에 합류했다. 특별공급 58가구에 3217명, 일반공급 73가구에 5724명이 각각 신청하며 평균 경쟁률은 55.5대 1과 78.4대 1로 집계됐다. 분양가는 전용 74㎡ 평균 4억8000만원대, 전용 84㎡ 평균 5억5000만원대 수준이다. 왕숙지구와 인접해 생활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고,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B 노선 등 대형 교통망이 계획돼 서울 및 수도권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다.
최근 흥행한 수도권 공공분양 단지들은 공통적으로 인근 분양 단지 대비 낮은 분양가와 서울 중심부로의 우수한 접근성을 갖췄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민간분양 물량이 줄어드는 추세까지 겹치면서, 수도권 주요 지역의 공공분양 단지는 향후에도 높은 경쟁률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6년 전국 민간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18만7525가구로, 지난해 기록한 18만1138가구보다 소폭(6387가구)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평년 대비로는 여전히 적은 수준이지만, 민간분양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공공주택 공급 비중이 몸집을 불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공공분양 비중은 전체 분양물량의 18%까지 늘었다. 올해 또한 14% 이상으로 예정돼 있다. 계획대로 공급이 이뤄질 경우 총분양물량은 약 21만7000가구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용 부동산R114 연구원은 "분양시장은 공사비 상승과 인구 구조 변화, 주거 선호 변화로 사업성이 확보된 지역 중심으로 공급이 재편되고 있다"며 "이 같은 여건을 감안하면 수도권 쏠림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지방 성적 '우울'…공공주택에 드리운 양극화 그림자
수도권과 달리 지방 공공분양 시장은 냉각 기류가 뚜렷하다. 이달 초 청약을 진행한 울산다운2 A-10블록은 일반공급 569가구 모집에 단 55명만 신청하며 경쟁률이 0.1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앞서 진행된 특별공급에서도 435가구 모집에 단 10명만 신청하면서 잔여 물량 425가구가 일반분양으로 이관돼 경쟁률이 더 떨어졌다.
지난해 분양한 청주지북 B1BL 공공분양주택도 전 유형 미달을 기록했다. 일반공급 706가구에 접수는 194건으로 평균 경쟁률은 0.27대 1에 그쳤다. 주력형인 전용 59㎡ A형이 0.52대 1로 가장 높았고, 나머지 타입은 0.1대 1 안팎에 머물렀다. 특별공급 역시 배정 물량 567가구 가운데 접수는 51건에 그쳐 평균 경쟁률 0.09대 1을 기록했다.
강원 원주무실 A-2블록은 그나마 일반공급에서 선방했다. 일반공급 225가구에 270건이 접수돼 평균 1.20대 1을 기록했고, 전용 74㎡ A형과 84㎡ A형 모두 1대 1을 웃돌았다. 반면 특별공급은 221가구 모집에 70건 접수로 평균 0.32대 1에 그치며 미달을 피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공공분양 역시 양극화 흐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10·15 대책으로 가점제 비율이 높아지고 대출 규제도 강화되면서 평균 경쟁률은 낮아지는 가운데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여부와 입지, 브랜드, 규모 등에 따라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며 "중도금 대출 규제 등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민간이든 공공이든 분양 시장 자체가 현금 자산가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시장 양극화는 곧 계층의 단절과 고착화 현상으로 이어지고, 금융제도와 경제여건 변화와 맞물리며 더욱 확장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정희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양극화가 심화될 경우 계층에 따라 경제 여건 변화라는 위험에 비대칭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이는 가계와 금융시장 전반에 또 다른 불확실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층 간 단절을 완화하고 건강한 계층 구조를 확립해 경제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양극화 심화에 대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