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관계자 "생산 단가 절감 제한적"
李 한마디에 좌지우지...업계 대응 미흡 우려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생리대 가격 문제를 거론하며 판매 기업을 상대로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고환율 국면에서 저품질 제품으로 가격을 낮추는 방식은 실효성이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대통령이 제안한 위탁생산 방식은 성평등가족부, 교육부 등 여러 정부 부처 간 협력이 필요한 사안임에도, 관련 논의 없이 급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업계 "원자재 대부분 수입...고환율 국면 속 가격 인하 어려워"
23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생리대 가격을 지적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해야 하는 생리대 특성상 현재 가격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생리대의 3대 주요 원자재는 부직포, 플러프 펄프, 플라스틱 계열의 수지 등인데 국내 제지업계는 이 중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부직포를, 무림P&P가 펄프를 일정 부분 생산하고 있지만 그 양은 극히 제한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높은 원/달러 환율은 제지업계에 치명타로 작용한다. 이날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71.3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초 1430원대까지 내렸지만 이후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8월 톤당 630달러까지 내렸던 펄프(SBHK) 가격도 넉 달 연속 오르면서 지난달에는 톤당 675달러를 기록했다.
더구나 품질을 낮춰 생산 단가를 낮추는 것도 제한적이다. 식약처 기준이 엄격해 기본 품질 자체를 크게 바꾸는 게 어려울 뿐더러, 품질별 펄프 가격 차이도 크지 않아서다. 한 제지업계 관계자는 "펄프는 크게 침엽수펄프와 활엽수펄프로 나뉘며 침엽수펄프가 상대적으로 고품질"이라며 "하지만 두 펄프간 가격 차이는 크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원자재 품질을 낮춘다고 해서 생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게 아니다"고 토로했다.
◆ 정부 부처 간 논의 없이 '불쑥'...급작스러운 정책 추진에 제지업계 혼란 가중
정부 부처 간 논의 없이 이재명 대통령의 한마디에 관련 정책이 추진된다는 점도 제지업계 불만을 키우는 대목이다.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생리대를 위탁생산해 무상으로 공급하는 방안까지 검토해 달라"고 밝혔다. 생리대 무상공급 방안은 지원 대상이나 도입 방식에 따라 성평등가족부, 교육부 등 복수의 정부 부처 간 협의가 요구된다.
그런데 민간과 정부의 별도의 논의 없이 급작스럽게 추진되면 업계 혼란만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깨끗한나라 등 생활용품 생산 기업들은 생리대 무상공급에 관한 대응책을 수립하지 못한 상황이다.
한 제지업계 관계자는 "생리대를 위탁생산해 무상으로 공급하는 방안은 우선적으로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정부가 요구하는 제품 퀄리티 등에 따라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요 업체들이 모두 생리대 무상공급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설령 관련 정책을 실제 도입하더라도, 민간 영역과 실질적인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stpoemseo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