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자 "분양권 요구" VS SH "임대주택만 가능"
이주 문제 지속 시 사업 일정 지연 가능성도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강남구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최근 발생한 대형 화재 이후, 재개발 사업을 위한 거주자 이주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이주민을 위한 주택을 마련하고 이주를 독려하고 있지만, 일부 거주자들은 보상 문제를 이유로 이주를 거부하고 있다.
조만간 화재 이재민 임시 숙소에 대한 강남구의 지원이 종료될 예정인 가운데, 거주자들이 SH 이주민 주택 대신 구룡마을로 돌아갈 경우 재개발 사업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3일 강남구에 따르면 지난 16일 구룡마을 4·6지구에서 불이 난 후 구의 임시 숙소 지원을 받은 이재민은 85가구, 총 114명이다. 이번 화재에 대한 강남구의 숙소 지원 정책인 ▲관내 호텔 2곳 임시 거주 ▲일 10만원 숙소비 제공 등의 이용자를 합산한 규모다. 서울시가 발표한 1~8지구 이재민(129가구·181명) 중 60% 이상에 해당한다.
강남구의 지원 정책이 오는 26일 종료됨에 따라 임시 거처에서 머물던 이재민은 향후 거주지를 택해야 한다. 강남구는 이들이 SH가 제공하는 구룡마을 이주민 대상 주택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SH는 이번 화재 이후 구룡마을 거주자의 이주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이주민 주택을 기존 69가구에서 159가구로 확대했다. SH의 임대주택 중 공급 대기 중인 공가를 이주용 주택으로 전환한 것이다. 보증금은 전액 면제, 임대료는 해당 주택의 통상 임대주택 운영 기준 대비 60% 수준으로 책정된다. 월세는 평균 10만~20만원이다. 이 조건은 2023년부터 SH가 구룡마을 거주자의 이주를 촉진하기 위해 내건 것이다. 향후 구룡마을 재개발이 진행된 후 이곳에 건설되는 임대주택에 입주할 때까지 원주민들은 이주민 주택에 거주가 가능하다.
그러나 거주자 반응은 부정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구룡마을 1~8지구 총 1107가구 중 771가구가 이주를 완료했다. 나머지 336가구가 미이주 상태이며 이중 193가구가 구룡마을에 실거주하고 있다. 2011년 서울시가 구룡마을 일대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하고 거주지로 SH 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후 2022년 말까지 기존 거주자의 절반 가까이가 이주를 완료했다. 2023년 SH가 구룡마을 거주자 대상 임대료 감면 정책을 발표한 후에는 추가적으로 약 200가구가 마을을 떠났다. 현재 미이주 가구는 임대주택이 아닌 아파트 분양권 혹은 토지매입권을 요구하는 이들이다.
구룡마을 거주자 중 화재 이후 현재까지 SH 이주민 주택으로 이동한 인원은 5가구에 불과하다. 지난해 9월 구룡마을 5지구에 화재가 발생한 이후에도 SH 이주민 주택을 택한 이재민은 2가구에 그쳤다. 주거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상황이었지만 상당수 주민은 다시 구룡마을로 돌아갔다. 분양권 혹은 토지매입권 확보가 보장되지 않는 한, 마을을 떠나기 어렵다는 인식이 읽힌다. 구룡마을에는 수입이 적은 고령 거주자가 많은데 보상으로 '임대주택 거주권'이 주어진다면 임대료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차라리 토지매입권을 받아 구룡마을 내 토지 일부를 저렴하게 매입하고 직접 주택을 지어 거주하겠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때문에 SH가 이주민 주택 입주를 적극적으로 안내해도 실제 입주 확대까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시각이 많다.
SH는 분양권 제공에 선을 긋고 있다. SH는 공공주택 특별법과 토지보상법에 근거해 '허가받은 주택'의 소유자이거나 1989년 1월 24일 이전 지어진 '주거용 무허가 건축물'의 소유자이자 거주자인 이들을 대상으로 분양권을 제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구룡마을 대부분 주택은 건축법상 '건축물'이 아닌 '간이 공작물'로 분류돼 보상의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공작물'은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축사 등의 시설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주대책에 포함되지 않는다. '주거용 무허가 건축물'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소유자가 과거 건축 시점을 증빙할 자료를 마련하기 어렵다.
이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사업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SH는 구룡마을에 신혼부부 장기전세주택 600가구 등 3800여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2027년 상반기 착공 돌입,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내 이주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2027년 상반기 공사 시작이 불가능하다. 서울 시내에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임대주택 확보 필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신속한 사업 진행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이주 가구에 분양권을 제공하는 등 SH의 보상 방침과 관련 법을 예외 적용하는 선례가 나온다면 향후 다른 정비사업 지역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SH 관계자는 "기존 계획에 따라 사업을 추진 중이며 현재까지 사업 일정 변동 사항은 없다"며 "향후 미이주 가구에 대해 이주를 지속적으로 독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blue9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