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달러·美 기술주 위태...방산주는 수혜 기대감
안전자산 선호 커지며 금·은 최고치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지난해 4월 '해방의 날' 이후 최악의 변동성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각)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하는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영국에 대해 2월 1일부터 추가로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6월 1일부터 이를 25%로 인상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유럽연합(EU) 주요 회원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반발하며 총 930억 유로(약 159조 1,974억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또는 미국 기업의 EU 시장 접근 제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란드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이 전면충돌 조짐을 보이자 지난해 4월 '해방의 날' 관세 충격 이후 소강 상태였던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이 다시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작년 4월 악몽 소환에 '긴장'
긴장감은 19일 아시아·태평양 증시가 문을 열자마자 외환시장에서 먼저 드러났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0.2% 떨어진 1유로당 약 1.1572달러까지 밀리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파운드화 역시 약세를 보인 반면, 엔화는 달러 대비 강세를 나타내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반영했다.
홀거 슈미딩 베렌베르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관세 리스크가 진정될 것이란 기대는 완전히 깨졌다"며 "우리는 다시 지난봄과 비슷한 지점으로 돌아와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2025년 내내 예상보다 견조했던 투자심리와 성장 흐름을 감안할 때, 당장 월요일 변동성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신중론도 함께 나온다.
도이체방크의 글로벌 외환 리서치 책임자인 조지 사라벨로스는 19일 고객들에게 배포한 보고서에서 미국이 유럽 자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로화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라벨로스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관련 유럽 대상 관세 조치가 오히려 유럽 내 정치적 결속을 강화하는 촉매가 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유로화가 달러 대비 받는 충격도 이번 주에는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며칠간 가장 주목해야 할 핵심 포인트는 EU가 반강압 수단(ACI,Anti-Coercion Instrument)을 실제로 발동할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EU의 가장 강력한 보복 수단인 ACI의 발동을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ING 브뤼셀의 최고투자전략가 빈센트 주빈스는 "연초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이번 상황으로 차익 실현이 촉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인상된 관세만 놓고 보면 경제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일 수 있지만, 서방 세계 내부의 균열 가능성은 그 파급 범위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금융시장은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데이로 휴장한 탓에, 뉴욕발 방향성은 하루 뒤에야 본격 드러날 전망이다.

◆ 달러·미 기술주에 '이중 타격' 가능성
달러는 여전히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평가되지만, 이번 갈등의 발화점이 미국이라는 점에서 지난 4월과 비슷한 부담이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티나 포드햄 포드햄 글로벌 포어사이트 설립자는 "미국과 EU 간 무역전쟁이 다시 시작됐다"면서, 그린란드 분쟁 외에도 이란,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슈 등이 동시에 시장을 흔들 수 있는 복합 리스크라고 짚었다.
칼럼 픽커링 필 헌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연준 공격이 거세진 상황에서 유럽과의 갈등까지 겹치면, 미국 정책에 대한 신뢰 훼손 우려가 달러에 추가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며 "특히 유럽 중심으로 자본을 본국으로 되돌리고 미국 자산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경우, 고평가된 미국 기술주 밸류에이션에도 의미 있는 하방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유럽 증시·방산주, '긴장 속 기회'…영국·독일이 직격탄
사상 최고 부근에 머물러온 유럽 증시 역시 향후 며칠간 변동성 확대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대표 지수인 유로스톡스50 선물은 이날 초반 1.2% 급락했고, S&P500 선물도 0.8% 하락했다.
다만 유럽 방산주는 지정학적 긴장 고조의 대표적 수혜주로, 이달 들어 관련 지수는 거의 15% 급등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면서 북극·그린란드 리스크가 부각된 영향이다.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미국발 관세 인상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국가로 영국과 독일을 지목했다. 관세가 10% 수준에 그칠 경우 GDP의 약 0.1% 감소, 25%까지 치솟을 경우에는 0.2~0.3%포인트 성장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덴마크 크로네화 역시 주목받고 있다. 크로네화는 최근 약세를 보였지만, 이는 주로 금리 격차 요인에 따른 것으로 유로화에 연동된 중앙 기준환율 근처에서 움직이며 6년 만의 저점 범위 안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 이란·연준 변수까지 지뢰밭 속 안전자산 인기
시장 전문가들은 그린란드 관세 갈등이 여러 갈등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이란 리스크, 연방준비제도(연준)에 대한 정치적 압박과 형사 수사,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통화·무역 정책 불확실성이 겹칠 경우, 작년 4월 '해방의 날' 때를 능가하는 복합 위기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관건은 오는 몇 주 동안 미국과 유럽이 어느 지점에서 '출구'를 마련하느냐다.
지정학 리스크가 빠르게 고조되는 사이 금과 은 가격은 사상 최고치로 급등했다.
한국시간 기준 19일 오전 9시 11분 현물 금 가격은 온스당 4,668.76달러로 1.6% 상승했으며, 장중 한때 4,690.59달러까지 치솟았다. 은 가격은 3.2% 급등한 온스당 93.0211달러를 기록했고, 최고 94.1213달러까지 올랐다. 백금과 팔라듐도 동반 상승했다.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0.1% 하락했다.
호주 멜버른의 캐피털닷컴 애널리스트 카일 로다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계속 고조되고 있다"며 "새로운 무역 불확실성은 성장 전망을 훼손하고, 미국의 외교 정책은 달러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과 은에 완벽한 조합"이라고 덧붙였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