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험프리스·군산 MQ-9… 제1도련선 겨냥 전진 기지 부각
트럼프, 韓 핵추진잠수함 승인…미·중 군사 각축 속 한국 역할 확대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대북 억지력 전담 부대로 여겨져 온 주한미군이 '대만 유사'를 상정한 역내 신속대응 전력으로 재규정되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일본 유력 경제지 닛케이는 4일자 보도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최근 발언과 이른바 '동아시아 역전(逆轉) 지도'를 집중 조명하며, 주한미군의 활동 범위가 한반도 방어를 넘어 인도·태평양 전체로 확장되는 흐름에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의 대만 무력 침공 가능성을 중대한 안보 위협으로 보는 일본 안보 엘리트들은 이 보도를 통해, 한국과 주한미군이 '대북 억지'에 한정되지 않고 역내 분쟁 시 미 전력의 기동·지원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한 셈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29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연합정책 포럼에서 "한국은 단순히 한반도 위협에 대응하는 존재가 아니다"라며, 한반도가 동북아 역내 세력 균형을 좌우하는 교차점이자 인도·태평양 안정의 핵심 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인식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주한미군사령부 홈페이지에 남북을 뒤집어 동쪽을 위쪽에 둔 '이스트업(east‑up) 동아시아 지도'를 게시했다.
이 지도에는 평택 캠프 험프리스를 기준으로 평양·베이징·타이베이·도쿄·마닐라·블라디보스토크까지의 직선거리가 일괄 표시돼 있는데, 평양 약 255km, 베이징 985km, 타이베이 1425km, 도쿄 1155km, 마닐라 2550km 등 수치를 통해 한반도가 이미 중국·러시아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구역 안쪽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전진기지라는 점을 부각하는 구성이다.

브런슨은 미군 공식 웹 칼럼에서 이 지도가 "한반도에 전개된 주한미군은 증원을 기다리는 후방 전력이 아니라, 위기·유사시 이미 '버블 내부'에 배치된 전력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고 설명하며, 한국·일본·필리핀을 잇는 '전략 삼각축' 구상과 연계해 한·미 동맹 임무 범위가 중국·러시아 견제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닛케이는 특히 서울 남쪽 약 70km에 위치한 평택 캠프 험프리스를 세계 최대 규모 미 해외기지이자 주한미군사령부로 소개하면서, 이 기지가 북한뿐 아니라 중국·대만에 모두 근접한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평택 기지는 오산 공군기지, 평택항과 인접해 있어 육·해·공 병력과 물자를 신속히 집결·전개할 수 있는 허브로 기능할 수 있으며, 평택항에서 황해로 나아가면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의 모항인 산둥성 칭다오로 이어지는 항로라는 점에서 "지정학적으로 전략적 가치가 매우 크다"는 해설도 덧붙였다.

전북 군산에 배치된 MQ‑9 '리퍼' 무인정찰·공격기 전력 역시 표면적으로는 북한 감시용이지만, 실제로는 중국 동향을 상시 감시하는 ISR(정보·감시·정찰) 자산으로 운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했다.
닛케이는 미국이 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잇는 '제1도련선'을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봉쇄하는 경계선으로 의식하고 있으며, 한반도가 이 도련선 북단을 측면에서 압박하는 내륙 거점이 된다는 구도 속에서 캠프 험프리스와 군산·오산 등 주한미군 기지의 전략적 의의가 재조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한 주한미군 관계자의 "한국은 제1도련선에서 중국 배를 먼바다로 나가지 못하도록 고정하는 이상적인 '닻(앵커)'이 될 것"이라는 발언을 인용하며, 미군 내부에서 한국 영토를 중국 해군의 서태평양 진출을 묶어두는 정박지이자 고정점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방한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주한미군은 한반도 안정을 지키려는 의지가 분명하다"고 하면서도 "역내 다른 어떤 비상사태에도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언급한 대목을 상기시켰다.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의 제3국 파견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음에도, 워싱턴이 '유연성(flexibility)'을 반복 거론하는 배경에는 대만 해협에서 실제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닛케이는 또 미군이 한국군의 역할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 계획에 승인·지지 신호를 보낸 것 역시 중국 견제 의도가 작용했을 수 있다고 해설했다.

핵추진잠수함은 장기 잠항과 고속 기동이 가능해, 유사시 중국 해군 함대를 추적·감시하거나 해상교통로를 통제하는 데 투입할 수 있는 전략 자산인 만큼, 미국이 동아시아 해양통제·해양거부 임무 일부를 한국에 분담시키려 한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미국이 일본에도 방위력 대폭 증강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 범위 확대를 요구하며 동아시아 안보에서 자국 부담을 줄이려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미·일 역할 분담 구도 속에서 한국과 주한미군의 안보 영역이 대만·남중국해까지 실질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닛케이의 이번 보도는 한·미 간 공식 문서상의 임무 규정이 당장 바뀐 것은 아니지만, 실제 운용 개념과 위기 시나리오 차원에서 주한미군이 '대북 전담 부대'에서 '제1도련선 방어를 보조하는 역내 앵커(닻)'로 재정렬되는 흐름을 일본 언론과 안보 엘리트가 면밀히 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입장에서는 대북 억지와 동시에 미·중 전략 경쟁, 대만 해협 위기, 제1도련선 방어 구도에 직·간접적으로 엮이는 구조가 강화되는 만큼, 향후 주한미군 운용 원칙과 한국군 역할 범위를 둘러싼 국내 정치·외교적 논쟁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