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과징금, 유사 입법례 찾기 힘들어"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이른바 '슈퍼 입틀막법'이라고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된 후에도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미국 국무부도 지난달 31일 개정안이 "표현의 자유를 훼손(undermine)하는 것으로 한국 정부가 개정안을 승인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significant concerns)를 표시한다"고 밝혔고, 학계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전윤성 미국 뉴욕주 변호사(숭실대 국제법무학과 겸임교수)는 5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개정안은 허위정보를 다루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도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허위·조작 정보' 유통을 금지하고 이를 고의로 유통할 시 언론 등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공공연하게 인종·국가·지역·성별·장애·연령·사회적 신분·소득 수준 또는 재산 상태'를 이유로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하는 정보, 혹은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하는 것도 죄로 규정한다.
이러한 내용들로 인해 개정안은 불명확한 기준으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차별 선동과 증오심 조장'은 피해를 당한 사람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전 변호사에 따르면 허위정보를 규제하는 다른 나라의 기준을 보면 독일 '소셜네트워크에서 법집행 개선을 위한 법률' 경우 독일 형법을 명시적으로 위반하는 콘텐츠(헌법 위배 단체 선전, 내란 음모, 모욕, 명예훼손, 비방, 범죄 선동 등)을 규제하고 있다.
프랑스 '정보조작대처법률'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명백한 허위'를 규제하고 있다. EU의 경우도 소비자 기망 및 사기, 저작권 및 지식재산권 침해, 제품 허위 광고에 대한 규제를 전제로 해 제한하고 있으며 불법 정보 또는 불법 콘텐츠에 관한 정의를 회원국 개별법에 맡기고 있다.
반면 개정안은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인 정보를 허위정보로 정의하고 있을 뿐, 허위 정보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침해 우려를 고려하여 허위 정보의 범위를 제한하는 다른 국가들의 국가별로 접근 방식과 큰 차이가 있다.
전 변호사는 "특히 우리나라에는 표시광고의공정화에관한법률 등에서 상품 또는 용역에 관한 표시·광고에 있어서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하는 부당한 표시·광고를 방지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허위 광고를 규제하는 법들이 이미 충분히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나와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5배)이나 고액 과징금(10억 원)을 부과하는 사례 역시 문제가 된다.
전 변호사는 "다른 나라에서 유사한 입법례를 찾아보기 어렵고, 세계적으로도 매우 강력한 수준에 속한다"며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전통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에 소극적이지만, 대신 피해자의 실질적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차별 선동과 증오심 조장'에 대해 "매우 광범위한 사유"라고 지적했다.
독일 '일반평등대우법'의 경우 차별금지 사유가 인종, 종교, 민족, 장애 정도이고, 다른 유럽 국가들도 이와 비슷하거나 홀로코스트(나치) 정도를 추가하고 있다. 반면 개정안은 '국가·지역·사회적 신분·소득 수준 또는 재산 상태'까지 이를 확장시켜 정치·사회적 비판에 재갈을 물릴 수 있다.
전 변호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하여 러시아를 비판하는 견해를 인터넷에 게시하면 이것도 불법정보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고, 이웃나라인 중국이나 일본과의 외교 마찰이 있어도 비판하지 못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리고 이미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 있으므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 선동, 증오심 조장 정보는 이미 예전부터 규제를 하고 있다"며 "즉, 장애를 이번 개정안에 굳이 넣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calebca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