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함·마라도함 기술력… 부산 조선 생태계와 미 해군 공급망 '직결'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HJ중공업이 내년 초 미 해군 함정정비협약(MSRA·Master Ship Repair Agreement)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성사 시 한국 조선업체로는 처음으로 미 해군 전투함의 유지·보수 시장에 공식 참여하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 해군은 내년 1월 HJ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2차 현장검증(Final Survey)을 실시할 예정이다. 지난 9월 진행된 1차 검증에서 시설·보안·공정관리 부문 모두 "기준 충족" 평가를 받았던 만큼, 이번 검증은 협약 체결을 위한 '마지막 행정 절차'로 알려졌다.

MSRA는 미 해군 전투함 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사업 입찰에 참여하기 위한 필수 자격으로, 미국 정부가 지정한 조선소에 한해 5년간 유효하다. 미 해군 보급체계사령부(NAVSUP)는 신청업체의 물리적 보안, 정비공정 통제 능력, 환경·안전 기준 등을 1년 이상 심사해 승인한다. 현재 이 자격을 보유한 해외 조선소는 싱가포르 ST엔지니어링,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정도에 불과하다.
HJ중공업은 2024년 초 라이선스 신청서를 제출하고, 같은 해 9월 1차 현장 점검을 통과했다. 회사는 조선소 내 주요 부두에 CCTV 200여대와 격리구역 시스템을 구축해 미 해군의 보안 요구를 충족시켰으며, 사내병원을 통한 승조원 건강관리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보했다. 또 부산·경남권 1000여개 기자재 업체와 '함정 MRO 협의체'를 꾸려, 지역 조선 생태계와의 부품·기술 연계망을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체계는 HJ중공업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MASGA 프로젝트'의 핵심 인프라이기도 하다. 회사는 부산형 조선·방산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미 해군 MRO뿐 아니라 미 상선 건조 협력까지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 상무부 알렉스 크루츠 부차관보를 비롯한 대표단이 영도조선소를 찾아 독과 특수선 생산라인을 시찰했으며, 당시 함정·상선사업 협력 강화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HJ중공업은 이미 독도함(2005년 진수), 마라도함(2020년 진수) 등 대형 상륙함과 해군 고속정, 군수지원함 등을 건조한 노하우를 가진 업체다. 이 실적을 기반으로 한 대형 함정 플랫폼 기술과 정비관리 능력이 MSRA 심사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MSRA 체결이 확정되면 국내 중형조선소가 미 해군 전투함 MRO 사업권을 확보하는 첫 사례가 된다"며 "부산·경남 조선생태계가 미 공급망과 직접 연계되는 구조적 전환점"이라고 전망했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