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공공기관 중 38%가 AI 도입…생산성 향상↑
한수원 등 상위 10개 기관 선정…경평서 인센티브
[AI 공공실험실] 기획 시리즈는 공공기관이 인공지능(AI) 도입의 시험대가 되고 있는 현장을 조명한다. <뉴스핌>은 공공기관 각각의 업무 환경에 맞춰 직접 개발하고 적용 중인 기술 사례를 통해 공공 부문 AI 활용이 현장과 행정에 가져온 변화를 짚어본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김기랑 양가희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으로 저성장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잠재성장률 하락과 노동력 감소가 맞물린 현재의 구조적 한계를 AI 기반 생산성 혁신으로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AI 확산의 출발점으로 공공기관을 지정했다. 업무 전반에 AI를 선제 적용해 예산과 평가 체계까지 연동하는 'AI 대전환'을 추진한다. 공공부문을 시험대로 삼아 성장 전략의 실행력을 검증하겠다는 판단이다.
◆ 李정부, 잠재성장률 3% 달성 위한 해법으로 'AI 대전환' 선택
2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 성장률은 지난 2017년 3.0%에서 올해 2.02%, 내년 1.98%로 1%대에 접어든다. 잠재 성장률이란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모두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을 말한다.
정부가 주목한 해법은 AI를 통한 생산성 제고다. AI를 활용해 동일한 인력과 자본으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안전·행정·서비스 전반의 효율을 높여 잠재 성장률을 3%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AI 산업을 키우는 수준을 넘어 경제 구조 전반을 바꾸겠다는 의미에서 'AI 대전환'이라는 키워드를 꺼냈다.

특히 정부는 AI의 민간 주도 확산을 기다리기보다 공공기관부터 선제 적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공공기관은 행정, 안전, 에너지, 금융, 인프라 등 경제 전반과 맞닿아 있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AI 적용 효과가 비교적 빠르게 드러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동시에 방대한 데이터와 시스템을 이미 보유하고 있어 실증과 검증이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재명 정부의 AI 전략은 이전 정부의 디지털 전환 정책과는 다른 방향성을 띠고 있다. 과거에는 전자정부 고도화나 시스템 구축에 방점이 찍혔다면, 이번에는 실제 업무 과정에 AI를 투입해 생산성과 성과를 측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AI 활용 실적을 반영하고, 성과 창출 기관에는 포상과 인센티브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했다.
예산과 인력 운용 방식도 함께 바뀐다. 정부는 공공기관 예산운용지침을 통해 AI 관련 투자를 유도하고, 기관별로 흩어진 시스템을 넘어 공동 활용이 가능한 범용 AI 모델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개별 기관의 실험을 넘어 공공부문 전체의 생산성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접근이다. 정부는 AI 기술이 향상돼 민간 AI 시장 창출이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 전체 공공기관 38.4%가 AI 기술 도입…기재부, 상위 10곳 '주목'
현재 공공기관의 AI 도입 수준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활용 범위는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체 공공기관 343곳 가운데 132곳(38.4%)이 AI를 도입하거나 구축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 유형별로 보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도입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 공기업의 74.2%가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준정부기관도 73.3%에 달한다. 반면 기타 공공기관은 활용 비율이 25.8%에 그친다. 예산과 전담 인력 여건에 따라 도입 격차가 나타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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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의 AI 활용 분야는 생산성 향상이 중심이다. 전체 AI 활용 사례 가운데 생산성 관련 활용이 47.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재난·안전 분야가 15.0%로 뒤를 이었다. 민원·상담은 10.8%, 생활·이용 편의는 9.4% 수준이다. 고용복지, 에너지, 산업·연구, 공공안전·금융 분야에서도 AI 활용 사례가 고르게 나타났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 요양 기간을 예측하는 AI 의학자문 시스템을 도입해 처리 기간을 기존 5일에서 1일로 줄였다. 한국전력은 재해·재난 감시 체계에 AI를 적용해 조기 대응 역량을 강화했고, 신용보증기금은 기업 데이터 기반 분석·진단에 AI를 활용해 보증 심사 효율을 높였다.
기재부가 분석한 AI 도입 성과가 두드러진 상위 기관 10곳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남동발전 ▲국립공원공단 ▲국토안전관리원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환경보전원 등이다.
이들 기관은 현장 업무에 AI를 직접 적용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공공부문 AI 활용의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정수장 운영에 AI를 도입해 수질 관리 효율을 높였고, 한국도로공사는 적재 불량 차량을 자동 판별하는 AI 시스템을 구축했다. 공항 분야에서는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AI 기반 실시간 혼잡도 안내와 영상 분석을 활용해 여객 흐름 관리를 고도화하고 있다.
안전 분야 활용도 두드러진다. 한국남동발전은 AI 순찰로봇을 도입해 산업 현장의 안전 사각지대를 줄였고, 국토안전관리원은 사족보행 로봇을 활용한 정밀 안전 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은 상괭이 등 야생동물을 AI로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구축했으며,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드론과 AI를 결합해 야생조류 개체 인식과 방역 관리에 활용 중이다.
정부는 이 같은 선도 사례를 중심으로 공공기관 간 AI 활용 모델을 확산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AI 활용 실적을 포함하고, AI 활용 우수기관에 대한 포상과 함께 공공기관 통합공시 항목에 'AI 활용 현황'을 신설해 AI 활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등 제도적 인센티브를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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