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정황·범행 동기 조사···수사, 재판 모두 캄보디아서 진행 예정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지난 8월 캄보디아의 한 범죄 거점에서 한국인 대학생을 감금‧고문‧살해한 사건의 핵심 용의자들이 결국 법망에 걸렸다.
국가정보원은 28일 캄보디아 경찰과 공조해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중국 국적 조선족 4명을 포함, 이들과 함께 움직이던 한국인 5명 등 총 9명을 프놈펜 시내에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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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정보원이 28일 공개한 리광호의 모습. [사진 = 국가정보원] |
검거 작업은 전날 프놈펜 차이나타운 인근의 한 식당에서 이뤄졌다. 국정원은 이 조직의 주요 인물들이 이곳에 주기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수일간 잠복을 이어오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일당을 한꺼번에 덮쳤다.
체포된 인물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이는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리광하오(리광호)다. 그는 조선족 출신으로, 2023년 서울 강남 학원가를 뒤흔들었던 대형 마약 유통 사건에서 총책의 공범으로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지난해 1월에는 마약 4kg을 국내로 반입하려다 적발돼 한국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됐고,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에 올라 국제적으로 추적을 받아왔다.
국정원은 8월 캄보디아 보고산에서 한국인 대학생 시신이 발견된 이후, 스캠 조직과 연계된 관련자들을 약 석 달간 추적해 왔다. 수사 과정에서는 심각한 협박 정황도 확인됐다. 범인들은 숨진 대학생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금전을 요구했으며, "응하지 않으면 해외에 팔아넘기겠다"라는 위협까지 서슴지 않았다. 또한 피해 대학생에게 강제로 마약을 흡입하게 하는 영상 속 음성이 리광하오의 목소리라는 점을 국정원이 확인하면서 추적에 속도가 붙었다.
이후 스캠단지에서 도주한 외국인들과 현지 정보원을 통해 리광하오 일당의 동선을 확보했고, 그들이 자금세탁 의혹이 있는 한국인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파악하면서 체포 작전이 완성됐다.
다만 리광하오는 이번에 한국인 대학생 살해 혐의가 아닌, 캄보디아 현지에서 저지른 또 다른 범죄 혐의로 구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북경찰청도 "리씨는 전날 다른 혐의로 체포됐으며, 국제 공조를 통해 대학생 살해 사건과의 연관성을 계속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지 수사기관은 리광하오를 상대로 사건 전후 정황과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수사와 재판 모두 캄보디아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국정원은 "앞으로도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이번 사건에 책임 있는 모든 관련자를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며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점을 국제 범죄조직에 확실히 각인시키겠다"라고 강조했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