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신중 판단' 의사 표현…법조계선 사실상 '수사지휘' 지적
김종빈 전 총장 수사지휘에 반발해 사퇴
법조계 "기개 있는 검사 없어…검찰 최악 오욕의 사건"
[서울=뉴스핌] 김현구 김영은 기자 =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특혜 사건' 항소 포기를 두고 역대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수사 지휘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수사 지휘라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기에 검찰 수장의 역할론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나 제도 개선 등에 강하게 반발해 온 역대 검찰총장들을 볼 때,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의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이유에서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장관은 전날 약식 기자회견에서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해 "'신중하게 잘 판단했으면 좋겠다' 정도로 의사 표현을 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의 부당 개입 및 장관의 사실상 수사지휘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이를 부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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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호 법무부 장관. [사진=뉴스핌DB] |
다만, 검찰 안팎에선 수사·공판팀이 항소 제기를 결정한 이후 장관의 검토 의견은 사실상 결과를 뒤집으라는 의미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 직무대행도 항소 포기에 대해 법무부의 의견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청법 제8조에 규정돼 있다. 해당 조항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사지휘권이 처음 발동된 것은 2005년 천정배 법무부 장관 시절이었다. 천 전 장관은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휘했다.
이에 김 전 총장은 천 전 장관의 수사 지휘를 따르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수사지휘권 발동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천 전 장관 이후 공식 수사지휘권 발동은 추미애 전 장관까지 가게 되지만, 2011년 이귀남 당시 법무부 장관의 비공식 수사 지휘 논란도 있었다. 당시 이 전 장관은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하던 남기춘 당시 서울서부지검장을 교체·인사 조치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수사 외압 논란을 빚었다.
나머지 세 번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모두 문재인 정권 시절 이뤄졌다.
추 전 장관은 2020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 수사를 두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하려 하자 절차를 중단하라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3개월 뒤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사태', '윤 전 총장 가족 연루 의혹'에 대한 수사지휘권도 발동했다.
2021년 3월에도 한 차례 수사지휘권 발동이 있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교사 사건' 기소 여부를 재심의하라는 내용으로, 당시 검찰 수장은 윤 전 총장의 사퇴로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가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었다.
당시 조 직무대행은 박 전 장관이 지시한 부장회의에 고검장들을 참여시켜 중립성을 강화하는 등 정치적 논란이 있는 사안을 현명하게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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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스핌DB] |
이 같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총장의 역할론이 제기된다. 검찰총장, 현재는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일선 검사들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야 함에도 오히려 윗선의 의견을 반영해 일선의 주장을 꺾었다는 것에서 많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에 큰 이슈가 있을 때 과거 검찰총장이나 고위간부들은 사의를 표명하거나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등 책임있고 기개있는 모습을 보였다"며 "검찰청 폐지 법률이 본회의를 통과했을 때 책임져야 했던 사람들이 남아있는 결과가 이번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김종빈 전 총장은 수사지휘권 발동에 항의성 사의를 표했고, 김준규 전 총장은 검경수사권 조정에 항의해 사퇴했다. 문무일 전 총장 역시 검경수사권 조정에 저항했고, 김오수 전 총장 또한 검수완박에 반대하며 사직서를 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도 "법무부 장관이 지휘권 발동 없이 사실상 항소 포기 의견을 관철한 것이라 절차 위반 소지가 있지만, 항소포기 지시가 명확하지 않았음에도 대검 지휘부가 알아서 처리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사건은 검찰 최악의 오욕 사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hyun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