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전 후 경비 인력 재배치가 참사 대응에 영향
경찰·용산구청 지휘체계 마비, 일부 책임자 징계 없이 퇴직
합동감사 TF, 관련자 62명 책임 상응하는 징계 조치 요구
[서울=뉴스핌] 나병주 인턴기자 = 정부가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과 용산구청의 사전 대비, 대응, 징계 과정 전반에 걸쳐 총체적인 부실이 있었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라 경비 인력이 대통령실 인근에 집중 배치된 것이 참사 대응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23일 정부는 지난 7월 23일부터 운영한 '이태원 참사 합동감사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합동감사는 지난 7월부터 국무조정실 중심으로 경찰청, 행정안전부, 서울시청, 용산구청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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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길' 모습. 2025.06.09 choipix16@newspim.com |
그동안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회 국정조사와 검찰 수사 등이 진행됐지만, 정부 차원의 직접적인 진상규명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용산구청은 감사나 자체 조사를 한 적이 없었고, 경찰 역시 자체 감찰을 벌였지만 조치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정부는 유가족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합동감사 TF를 구성, 책임이 크다고 판단되는 경찰청과 용산구청을 중심으로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참사 당일 경찰은 대통령실 주변 집회 관리를 위해 경비 인력을 집중 배치하는 바람에 이태원 일대에는 인력을 전혀 투입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용산경찰서는 2020년~2021년까지 수립했던 '이태원 핼러윈 인파 관리 계획'을 2022년에는 마련하지 않았다. 압사 위험 신고 11건 중 10건을 현장 출동하지 않은 채 허위로 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용산경찰서장과 서울경찰청장 등 지휘부의 늦은 상황 인지와 현장 지휘 부재도 문제로 지적됐다. 서장은 참사 발생 후 현장 확인 없이 파출소에 머물며 지휘 공백을 초래했고, 청장은 밤 11시 36분이 되어서야 상황을 인지해 보고가 지연됐다.
용산구청은 참사 당일 재난보고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당직자는 참사 발생 시점에 전단지 제거 작업 중이었고, 상황실 내근자는 서울시로부터 사고 관련 전화를 받고도 보고를 지연했다.
또한 구청 재난관리책임자들의 리더십 부재도 참사를 초기에 수습하지 못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구청장은 밤 10시 59분 현장에 도착했지만 2시간 동안 주요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부구청장은 통합지원본부 본부장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재난과장은 참사 발생 사실을 전파받고도 모든 상황이 종료된 다음 날 오전 7시 30분에야 출근했다.
이들에 대한 징계 절차도 부적절했다. 서울시는 용산구청의 징계 요청을 내부 보고만으로 보류하면서 해당 책임자가 징계 없이 정년퇴직했으며, 용산구청 역시 경찰 수사에서 비위가 적발된 7명에 대해 행정 처분을 요청받았지만 이를 특별복무교육으로 처분을 대체하거나 절차를 미뤘다.
이 밖에도 참사 원인 중 하나인 소음을 발생시킨 이태원 내 '춤 허용 일반음식점'에 대해 현재까지도 형식적으로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합동감사 TF는 경찰청과 서울시청·용산구청 소속 공직자 62명(경찰 51명, 행정 11명)에 대해 징계 등 책임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하기로 했다. 다만 이미 해임된 용산경찰서장이나 퇴직한 서울경찰청장 등 징계를 받았거나 퇴직한 인원은 조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 관계자는 "대규모 인파가 모일 것이 예견됐지만 경찰의 사전 대비가 명백하게 부족했으며, 참사 발생 이후 초기 대응 미흡과 재난수습관련 규정 미준수 등 총체적 대응 부실이었다"며 "진상규명을 통해 취한 조치가 유가족과 국민의 의혹 해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lahbj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