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러시아가 1일(현지 시간) 유럽이 자신들의 동결 자산을 우크라이나 대출에 사용한다면 이는 '도둑질'에 해당하며 이번 조치와 관련된 개인과 국가들을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동결 자산 활용을 두고 유럽과 러시아가 다시 한 번 날카롭게 각을 세우는 양상이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유럽 지역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 중 1400억 유로(약 230조원)을 우크라이나에 무이자 대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EU 비공식 정상회의에서도 이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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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6.21 mj72284@newspim.com |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유럽 지도자들이 러시아 동결 자산을 우크라이나 대출에 활용하려 하는데 이는 도둑질과 다르지 않다"며 "비록 그것이 자산을 직접 압류하지 않는다 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 얘기하고 있는 것을 바로 도둑질"이라며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앞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도 지난달 15일 "EU 국가들과 EU 집행위원회의 타락한 자들이 러시아 자산을 몰수하려 한다면 러시아는 끝까지, 그리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국내와 국제 법정을 가리지 않고 소송을 제기할 것이며 경우에 따라 법정 밖 수단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분석가들은 러시아가 유럽의 조치에 대응해 관련 국가의 기업이나 개인의 자산을 압류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지난해 "서방이 동결한 우리의 자산 규모 만큼 러시아 내 서방 자산도 동결했다"며 "우리는 서방에 대칭적 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동결 자산은 전 세계적으로 2740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2100억 유로 정도가 EU 역내에 묶여 있으며, 특히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국제예탁결제기구 유로클리어에 1830억~1940억 유로가 동결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등은 단기 국채 형태로 보관되다 만기 도래로 현금화된 1400억 유로를 우크라이나에 무이자 대출하는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리는 우크라이나 군사적 지원을 위한 보다 구조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