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에도 4개월 연속 수출 증가
미국 수출 줄었지만 수출 다변화로 맞서
韓, 세계 최고 제조업 강국…수출로 증명
일방적인 관세로 한국 굴복시킬 수 없어
[세종=뉴스핌] 최영수 선임기자 =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좋은 협상은 거래 자체보다 관계를 더 오래 남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기업은 물론 국가간 무역협상에 있어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신뢰와 파트너십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지난 6월 새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의 첫 협상에서 "단순한 관세협상이 아니라 한미간 협력의 틀을 새롭게 구축할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 무역 파트너십에 '상처'…제국의 흥망 답습하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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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수 경제부 선임기자 |
하지만 한미 관세협상에서 드러난 트럼프 정부의 태도는 파트너십은커녕 동맹국에 큰 실망을 주고 있다.
기존의 무역질서를 무시하고 '갈취'의 대상으로 삼는 트럼프 정부에 대해 등을 돌리는 국가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브릭스(BRICS)는 국가가 대표적이다. 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 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으로 대표되는 이들 국가들은 미국과 '맞짱'을 뜨겠다는 각오다.
승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미국 내에서도 부작용과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가상승의 부작용이 고용과 산업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미국 일방주의에 대한 경계심과 반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로마제국 이후 수많은 제국의 흥망(興亡)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일방적인 패권주의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강대국들이 무기로 사용해온 관세는 당장 달콤하다.
하지만 예외없이 자신의 경쟁력을 무너뜨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무리한 화폐 발행과 지나친 관세는 언제나 제국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요소로 작용했다.
트럼프 정부가 '위대한 미국'을 외치고 있지만, 미국 역시 역사 속 강대국들이 걸었던 내리막길을 따라가고 있다. 트럼프의 패권주의 정책은 그 속도를 더욱 높일 뿐이다.
◆ 때릴수록 강해지는 한국…선택은 트럼프의 몫
한국은 브릭스 국가들과는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 미국에 맞서기 보다는 협력을 원하고 있고 미국도 한국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 제조업 강국이다. 특히 12대 주요 품목 모두 수출 경쟁력을 갖춘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다. 트럼프 관세폭탄 속에서도 한국이 수출 강국의 면모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이를 증명하듯이 지난 9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7%나 급증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 연간 수출도 전년대비 2.2% 늘면서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9월 미국 수출이 1.4% 줄었고 연간으로도 3.3% 감소했지만 '관세 충격'을 잘 이겨내는 모습이다. 자동차 수출도 충격이 있지만, 미국 외 다른 국가 수출이 급증하면서 잘 버텨내고 있다.
특히 관세가 본격화된 3분기 수출은 전년 대비 6.6% 증가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이 관세를 때릴수록 수출 강국 한국의 체질은 더욱 개선되고 오뚝이처럼 강해지는 모습이다.
이는 미국의 관세로 고전하고 있는 일본이나 독일 등 다른 수출국들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트럼프 관세 속에서 한국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아무리 강대국일지라도 일방적이고 비굴한 협상을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것도 '동맹'을 표방하는 미국이라면 우리 국민들의 마음은 더욱 멀어질 것이다.
이제 선택은 트럼프의 몫이다. 관세로 한국을 굴복시킬 수는 없다. 우리 정부가 표명했듯이 "상호 호혜적이고 합리적인 협상"이 돼야 한다.
그것만이 무너진 미국의 제조업을 살리고, 한미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길이다.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