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전, 사보타주, 영국 내 인물 공격, 정보 활동 등 '하이브리드戰' 전개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2000년대 초반 영국 국내 부문 정보기관인 MI5(국내정보국)를 이끌었던 엘리자 매닝엄-불러 전 국장이 28일(현지 시간) "영국은 이미 러시아와 전쟁 상태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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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 매닝엄-불러 전 영국 NI5 국장. [사진=위키피디아] |
매닝엄-불러 전 국장은 이날 영국 상원의장 팟캐스트인 '로드 스피커스 코너(Lord Speaker's Corner)'에 출연해 외교 전문가 피오나 필이 지난 6월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영국과 서방을 상대로 새로운 형태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 발언에 동의한다며 그같이 말했다.
그는 "힐이 우리가 이미 러시아와 전쟁 상태에 있다고 말한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며 "그것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전쟁이며 적대 행위와 사이버 공격, 물리적 공격, 광범위한 정보 활동 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영국 정부 내에서는 사이버전과 허위정보, 표적 폭력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쟁' 전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1963년 정보기관에 처음 몸담은 그는 40년 만인 2002년 10월 MI5 역사상 두 번째 여성 국장에 임명된 뒤 2007년 4월까지 재직했다.
매닝엄-불러 전 국장은 지난 2005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던 일을 회상하며 러시아에 대한 판단과 전략에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소련 붕괴 후 러시아가 우리의 잠재적 파트너가 될 수 있기를 원했고, 그래서 2005년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푸틴이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틀렸다. 러시아는 서방에 극도로 적대적이었고, 불과 1년 만에 푸틴은 런던에서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의 암살을 명령했다"고 말했다.
리트비넨코는 전직 러시아 정보요원으로 2006년 런던의 한 호텔에서 방사성 폴로늄-210이 든 차를 마신 뒤 사망했다. 이후 조사에서 그가 러시아 요원들에 의해 살해되었으며 푸틴의 승인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 이후 러시아의 행태는 푸틴이 이미 서방과의 지속적인 적대 상태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강화시켰다"며 "사보타주(파괴공작)와 영국 내 인물 공격, 정보 수집 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