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 회장 만나 "민간이 열어달라"
현대 측"크루즈 선박도 확보해 항상 준비"
김정은 적대정책으로 실현 불가능에 무게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2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나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 북한 김정은이 개발한 원산 해양리조트와 연계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정 장관이 현 회장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로 불러 면담하는 형태로 만남이 이뤄졌다"며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이 금강산-원산 연계관광 문제와 남북관계상황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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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현정은 현대그룹회장 면담에 앞서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2025.09.22 gdlee@newspim.com |
만남에서 정 장관은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원산 갈마 해안 관광지구를 제대로 가동할 수 있게 금강산 관광지구와 연계 관광이 실현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 회장도 "북한이 원산지구를 크게 개발했는데 현대 측도 원산과 금강산을 연계해 관광이 다시 이뤄졌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정 장관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원산을 '북한의 아름다운 해안선'이라고 언급했다"면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주영 선대 회장의 업적과 현 회장 시기에 겪은 부침들이 쌓여서 정부 간 막혀 있는 남북관계를 민간이 앞장서 활로를 열어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정 장관이 금강산 관광중단의 배경이나 국민 안전 문제는 도외시 한 채 관광사업 재개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통일부 안팎에서 나왔다.
지난 2008년 7월 북한 경비병이 금강산 현지에 체류하던 우리 국민을 총으로 쏘아 숨지게 하면서 전면 중단된 관광을 북한 측의 재발방지 조치나 안전 보장책 등을 마련하지 않고 재개하고, 원산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까지 추진하는 건 국민생명을 최우선해야 할 장관으로서 무책임한 일이란 취지에서다.
한편 현대는 이날 금강산과 원산갈마지구의 연계 관광 준비상황을 정 장관에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에 배석한 이백훈 현대아산 사장은 원산을 크루즈 유람선으로 방문하는 방안을 언급하면서 선박 확보가 이뤄졌고 언제든 시작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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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금강산 현지를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대아산이 운영했던 선상 숙박시설인 해금강호텔 앞에서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의 철거를 지시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
하지만 정 장관과 현 회장의 관광 재개 언급이나 현대 측의 '준비'에도 불구하고 실제 관광이 성사되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정은은 지난 2019년 10월 금강산을 방문해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했고 최근에는 금강산 이산면회소까지 철거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2일 오전에도 북한 선전매체들은 "이재명 정부와는 상대않을 것"이란 김정은의 최고인민회의 발언을 전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정 장관과 현 회장도 현재의 난관타개를 서로에게 미루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정 장관은 "민간이 앞장서 활로를 열어 달라"며 현대 측에 기대를 나타냈고, 현 회장은 남편인 고(故) 정몽헌 회장의 금강산 현지 추모행사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 등에 대해 "(다시 추모행사가 열릴 수 있도록) 힘써 주시라"며 정 장관에게 부탁했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