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 편익시설용지·위례 업무용지·고덕 상업시설용지 등 유찰
분양시장 침체로 시행사 보수적 태도...사업성 엄격히 검토
편익시설·업무시설·상업시설 등 수요 불안정...SH 공급가 '부담'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의 비(非)주택 용도 토지 분양 유찰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 시내 전반의 토지 가격이 상승하는 반면 업무시설, 상업시설 등의 수요가 흔들리면서 부동산 개발업체가 토지 매입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분양 시장이 회복되고 기업의 자금 조달 환경이 개선돼야 낙찰 사례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 마곡·위례·고덕 등에서 SH 비(非) 주택 용도 토지 분양 유찰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H는 마곡 편익시설용지 4필지(S6, S9, S12, S13) 분양 방식을 선착순 수의계약으로 변경했다. SH는 해당 필지들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올해 6월 최초 분양했으나 입찰자가 나오지 않았다. 지난 7월 재분양에 나섰으나 또 유찰됐다. 이에 SH는 향후에도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선착순 수의계약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마곡지구에 오피스가 몰리면서 이 지역이 신흥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기대 이하의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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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 편익시설용지 4필지(S6, S9, S12, S13) 분양 공고 [제공=SH] |
마곡 편익시설용지 S6(강서구 마곡동 748-1 일대 5277㎡)의 공급가격은 530억원으로 공고됐다. S9(강서구 마곡동 749-5 일대 743.6㎡)는 58억원으로 책정됐다. S12(강서구 마곡동 749-6 일대 743.9㎡)는 59억원, S13(강서구 마곡동 810 일대 949㎡)은 69억원이다. 해당 필지들에는 근린생활시설, 판매시설, 병원, 교육연구시설, 운동시설, 업무시설 등을 지을 수 있다. 인근에 마곡 엠밸리아파트 다수 단지와 마곡하늬중학교, 서울공진초등학교 등 학교가 위치해 유동인구가 많다. 그럼에도 이 필지들은 땅 주인을 찾지 못한 모습이다.
강남 접근성이 우수한 것으로 주목받는 위례지구도 상황이 비슷하다. SH는 지난 5월 위례지구 업무시설3(송파구 거여동 367전 일원 1만1471㎡)을 910억원에 경쟁입찰 방식으로 분양하고자 했다. 그러나 유찰을 겪고 7월 선착순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했다. 생활편의시설이 다수 들어서며 주거환경이 개선된 고덕강일지구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SH는 지난 7월 고덕강일지구 상업시설용지1-1(강동구 고덕동 467-2 일원 4662㎡)를 620억원에 경쟁입찰을 통해 공급하고자 했으나 유찰됐다. SH는 향후 재공급을 실시할 예정이다.
◆ 서울 지가 상승·비(非) 주택 공급 과잉...사업성 낮다고 판단
이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공급가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SH는 토지를 매입한 후 이를 다시 재분양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SH가 토지를 매입 원가 이하로 공급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전반적인 지가가 상승하면 SH의 공급 가격도 함께 오르게 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의 '2025년 상반기 지가변동률과 토지거래량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지가는 1.05% 상승했다. 2023년 3월 상승전환한 후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강남구(2.81%), 용산구(2.61%) 등은 전국에서 지가가 가장 많이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SH의 공급가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책정될 수밖에 없고 개발업체들의 입장에서는 금전적 부담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분양시장 침체로 사업 진행 자체를 꺼리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확대된 영향도 존재한다. 건설경기 침체로 금융기관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됐다. 이 때문에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사업 추진 시 가격, 입지, 분양 가능성을 등 사업성을 엄격히 살피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업체들은 저자본·고레버리지(차입투자) 구조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분양 실패 시 도산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에 업황에 따라 더욱 사업에 보수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공급 대비 수요가 적은 주택과 달리 비주택은 준공 후 분양 여부가 불투명하다. 대표적으로 업무시설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어도 기업 유치가 보장되지 않으면 공실 위험이 크다. 상업시설은 플랫폼을 활용한 온라인 상거래가 보편화되면서 공실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SH가 지구단위계획을 세우고 토지 분양을 전개하는 마곡, 위례 등 신도시는 업무시설, 판매시설 등이 쏠리면서 수요 대비 공급이 많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SH 토지 분양에 대한 관심이 더욱 낮아지게 된 모양새다.
◆ 전문가 "업황 회복 중요...SH 자체적 방안 마련도 필요"
전문가들은 업황이 회복되기 전까지 분양 유찰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업무시설이나 상업시설은 물량이 시장 수요보다 많다고 인식되고 있다"며 "공실률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건물을 지어 공급했을 때 수익성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은 투자비 회수 가능성과 수익성을 분양 고려 시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임대료 상승, 임대 수요 증가 등이 이뤄질 때 분양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며 "현재는 부동산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까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용적률과 건폐율에 따라 지을 수 있는 건물을 우선 예측해본 후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수익성을 따져본다"며 "결국 SH 공급가로 분양을 받으면 수익성이 약하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경기가 회복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외에는 기업이 토지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하거나 SH가 분양이 진행되고 있음을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 방식으로 유찰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SH 관계자는 "공사는 내규에 따라 유찰된 토지의 공급방식을 선착순 수의계약으로 일부 전환하고 있다"며 "유찰 사례가 발생하는 이유는 최근 시장 상황이 악화됨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blue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