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상품권,·교통카드 충전 결제 피해
시민단체, 안내 문자·피해 실태 전수조사 촉구
지난 5일 KT 조치 이후 추가 피해는 없어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다른 기기에서 카카오톡 로그인 시도가 있었다는 알림이 뜨더니, 순식간에 소액결제로 돈이 빠져나갔다."
지난달 말부터 경기도 광명과 서울 금천구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 같은 내용의 소액결제 해킹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모두 KT 이용자들로, 본인 인증 알람이나 문자를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로 수십만 원 수준의 소액결제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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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결제 해킹 피해가 벌어진 시점은 새벽 4시 전후였다. 피해자들의 거주지와 위치가 경기도 광명, 부천, 서울 금천구 등 수도권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소액결제가 이뤄진 부분 또한 특정 품목에 쏠려 있다. 주로 모바일 상품권 구매와 교통카드 충전을 반복적으로 시도했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최근까지 경기 광명시와 서울 금천구 지역에서 KT 이용자들의 휴대전화 소액결제 피해 신고가 총 74건 접수됐으며, 신고된 피해 액수는 광명경찰서 3800만 원, 금천경찰서 780만 원 등 총 4580만 원이다. 인천과 과천, 영등포 등에서 추가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추후 집계되는 피해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시간 소액결제 내역은 마이케이티 등 KT 공식 앱이나 KT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고령자 등 일부 이용자들은 피해 사실을 알아채지 못할 수 있다. 소액결제가 이뤄지면 대부분 인증번호와 결제 내역이 문자로 오지만, 이번 해킹 사례처럼 인증 절차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 문자를 받지 못할 수도 있어서다.
KT는 피해 접수 직후 모바일 상품권 등의 소액결제 한도를 기존 100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축소하고, 비정상적인 결제 패턴 탐지를 강화하겠다는 조치를 내놨다.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전담 고객센터도 개설해 피해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소액결제 차단을 했더라도 인증 우회 방식으로 해킹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게다가 경기도 광명과 서울 금천구를 중심으로 시작됐던 피해 사례가 타 수도권 지역에서 발생된 것으로 드러나며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지난 5일 새벽부터 KT가 비정상적인 소액결제 시도를 차단한 이후 추가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KT는 해킹 사태의 문제를 확인하고, 사이버 보안 당국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사이버 침해 여부를 조사해 달라고 신고한 상태다.
KT는 자체 조사에서 피해 지역 일대 가입자들의 통화 이력에서 미상의 기지국 ID를 발견했으며, 이번 해킹 사태가 이른바 불법 초소형 기지국인 '유령 기지국'을 통해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례 없는 해킹 사태에 KT 이용자를 상대로 한 안내 문자 고지와 피해 실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잘잘못을 따지기 앞서 충격적인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조치는 KT의 즉각적인 전체 이용자 문자 고지"라며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고령층·디지털 소외계층을 포함한 모든 가입자에게 현 상황과 피해 확인 방법(소액결제 내역 확인 및 원천 차단 방법 등)을 쉽게 안내하는 문자를 즉시 발송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현재 신고된 피해 금액은 5000여만 원 수준이나, 이는 상황 파악이 빠른 일부 이용자가 무단 소액결제 피해를 직접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한 액수일 뿐"이라며 "경찰에 접수된 건수와 실제 피해 규모는 큰 차이가 날 수 있으며, 실제 피해와 그 내용은 훨씬 더 광범위할 수도 있다. 따라서 KT 전체 가입자와 망 이용자를 대상으로 피해 실태를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울러 KT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새벽 시간대 소액결제 내역 등 이상 거래 데이터를 즉시 공개하고, 해당 고객에게 개별 고지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날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을 단장으로 하는 민·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했다. 조사단은 과기정통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관계자, 민간 보안 전문가로 꾸려졌으며, KT 시스템을 현장 점검해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편, 보안 전문가들은 사건 초기 단계인 만큼 사태의 원인을 단정 짓기 이르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밖으로 알려진 정보가 워낙 없고 조사 또한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이동통신사에서 근무하는 내부 전문가들도 이유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KT가 비정상 결제를 차단한 5일 이후 이상 시도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하니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