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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아닌 '필수'가 된 AI, 예술에선 어떻게 쓰이나…코리아나미술관의 AI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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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시대, 예술은 무엇을 질문하는가
코리아나미술관 국제기획전 '합성열병',6월28일까지
국내외 작가 9명의 다양한 질문과 실험 한자리에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현대인에게 인공지능(AI)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궁금한 것을 찾아주는 단순한 검색엔진, 문서작성 등을 도와주는 보조적 도구에 그치지 않고, '삶을 함께 하는 파트너'가 되기 시작했다. 내가 미처 인식하지 않았지만 이미 AI는 내 삶 속으로 깊숙히 들어와 있다. 그렇다면 현대미술에서는 인공지능이 어떻게 인식되고, 어떻게 쓰여지며, 어떻게 평가되고 있을까? 이를 살펴보는 전시가 서울 강남구 코리아나미술관(관장 유상옥·유승희)에서 개막했다.

코리아나미술관은 놀라운 속도로 진화발전하며 우리 삶 속으로 깊숙히 스며든 생성형 AI의 가능성과 한계를 짚어본 국제미술전시를 마련했다. 이 전시는 동시대 작가 9명의 시선으로 인공지능을 둘러싼 인간들의 흥분과 두려움과 현재의 지형을 '합성열병'이란 타이틀로 살펴보고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싱가포르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호 루이 안의 '역사의 형상들과 지능의 토대', 2024. 실시간 AI 생성 이미지와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75분, 시트지 가벽, 모래, 캠핑의자. 코리아나미술관 전시전경. 2025.03.30 art29@newspim.com

'합성(synthetic)'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새롭게 재구성하는 AI의 생성 메커니즘을 가리키며, '열병(fever)'은 생성형 AI의 급격한 발전이 초래하는 혼란과 불확실성을 의미한다. '합성열병'은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1930~2004)의 저서 '아카이브 열병(Archive Fever)'(1995)에서 착안한 제목이다. 데리다는 아카이브를 단순히 과거 보존의 공간이 아닌 기억과 망각, 권력과 욕망이 뒤얽힌 역동적인 장으로 봤다. 전시는 이런 개념을 'AI시대의 합성 미디어 환경'으로 확장해 탐구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AI 시대에 우리가 직면한 사회적·문화적 반향과 그로 인해 파생된 쟁점을 9명 작가의 각기 다른 시선으로 조망한다.

◆합성열병:AI의 생성은 곧 합성의 기술, 사회·기술적 변화의 과도기 도래

최근들어 AI의 발전으로 인간과 기술의 관계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는 강력한 게임 체인저이자 촉진제로 작용하며 현대사회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포스코같은 거대 기업은 AI를 활용해 생산성 극대화라는 긍정적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AI는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기도 하고, 딥페이크, 정보조작, 개인정보및 저작권 침해 등 각종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예술계에서도 양측면이 공존한다. 단순한 프롬프트 입력만으로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를 몇초 만에 '뚝딱' 만들어내는 생성형 AI는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 믿었던 '창의성'의 경계를 허물고, 창작의 개념 자체를 재정의하고 있다. 이로써 챗GPT와 같은 AI 기반 생성 모델들은 일상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며 누구든 손쉽게 고품질의 합성 이미지, '더 진짜 같은 가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게 하고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로렌스 렉(Lawrence Lek)이 인간과 AI의 미래 서사를 다룬 83분 길이의 국내 미발표 영상 '아이돌(AIDOL)', 2019. 코리아나미술관 합성열병 전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이미지 제공=코리아나미술관] 2025.04.13 art29@newspim.com

생성형 AI는 마법처럼 순식간에 무언가를 만들어내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간과했거나 외면했던 이야기가 숨어 있다. 'AI는 정말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코리아나미술관의 '합성열병'전은 AI 기술을 무조건 비판하거나 찬양하지 않고,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AI가 창작과 사회에 끼치는 복합적 영향과 숨겨진 문제들을 살피고 있다. 이를 통해 관객이 생성형 AI의 환상 너머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장(場)을 만들고 있다.

◆국내 최초 공개되는 해외 작품과 국내 작가들의 신작을 한 자리에

'합성열병'전에 참여한 작가들은 인간의 주체성과 예술가로서의 정체성, 데이터 추출과 편향, AI 환각, 유령노동 등 다양한 주제를 사진, 회화, 미디어 설치작품 약 30점을 통해 다층적으로 선보인다.

코리아나미술관의 유승희 관장은 "AI 하면 무조건 낯설고, 어렵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오늘 이 AI 시대에 우리가 직면한 사회적·문화적 반향에 대한 쟁점을 다각도로 살펴보고자 기획전을 마련했다. 최근 AI 아트의 확산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빨라 놀라울 정도다. 생성형 AI의 가능성과 한계, 미래를 동시대 작가들의 시선으로 조망해봤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해외 작가들의 작품과 국내 작가들의 신작을 두루 만나 볼 수 있다.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로렌스 렉(b.1982)이 인간과 AI의 미래 서사를 다룬 83분 길이의 국내 미발표 영상 '아이돌(AIDOL)'(2019)이 최초 공개돼 눈길을 끈다.

독일 출생의 말레이시아계 중국인으로 런던서 활동 중인 로렌스 렉은 동남아시아의 지정학적 현실을 반영한 미래 세계를 몰입형 가상환경으로 구현한다. 이를 통해 사회·정치 구조 속 예술과 기술이 재구성되는 미래를 그려왔는데 그의 대표작인 '아이돌'은 중화미래주의 세계관으로 구성한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트랙비디오 형식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2065년 가상의 말레이시아를 배경으로 쇠락한 왕년의 슈퍼스타(디바)가 e스포츠올림픽 '콜 오브 뷰티'의 복귀공연을 위해 AI 작곡가 지오(Geo)를 몰래 영입해 히트곡을 만드는 과정을 담았다. 이 서사를 통해 로렌스 렉은 '인간(바이오)' 대 '인공지능(신스)'간의 길고 복잡한 투쟁을 다루며 예술의 독창성과 AI와의 미래 관계에 대해 예리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요나스 룬드 '어떤 것의 미래' 2023,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3분41초. [사진=코리아나미술관]2 025.04.01 art29@newspim.com

올 봄 막을 내린 파리 퐁피두센터의 'AI'전에 초대받았던 싱가포르 작가 호 루이 안(b.1990)은 퐁피두센터에서 선보인 신작 '역사의 형상들과 지능의 토대'를 한국팬에게 공개한다. 작가는 목가적 풍경의 초대형 사진 패널을 세우고 그 앞에 두 대의 대형 모니터를 설치했다. 왼쪽에는 작가의 논지를 설명하는 강연 자료가 상영되고 있고, 오른쪽에는 그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형 AI가 실시간으로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송출된다. 관람객은 캠핑의자에 앉아 헤드셋을 끼고 인공지능이 기술적 도구를 뛰어넘어 사회적 기억과 권력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게 된다.

호 루이 안은 글로벌 거버넌스와 포스트식민주의 사회에서 노동과 기술, 자본의 교차점에 주목한다. 이번 작품은 작가가 구글의 문화연구소 행사에 참석해 듣게 된 발표에서 비롯됐다. 싱가포르 국립미술관에 소장된 싱가포르 화가 추아 미아 티의 그림 속 인물을 마주한 경험으로부터 시작해, 사이버네틱스, 식민주의 전략, 후기자본주의, 말레이반도의 역사를 마셜 맥루한의 '지구촌' 개념과 연결해 식민주의적 감시체계와 현대 AI 네트워크의 유사성과 함께 글로벌 네트워크의 문화적 조건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AI가 데이터를 학습하고 생성하는 과정을 분석하면서 신경망 모델이 역사적 형상들을 단순한 데이터 패턴으로 변환할 때 그에 대한 성찰과 윤리적 판단은 사라질 수 있음을 밝힌다. 특히 학습을 위한 데이터셋에는 편향이 존재하는 한편, 신경망은 어떠한 역사적 판단과 윤리적 입장에도 편향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스웨덴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 요나스 룬드(b.1984)는 생성형 AI로 영상과 이미지를 제작한 두점의 단채널 비디오 작품을 출품했다. 작가는 근미래 인공지능과 자동화된 시스템이 인간사회의 구조, 정체성,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 있다.

먼저 '아무것도 아닌 것의 미래'는 인공지능 및 기술의 발달로 자동화된 기계가 업무를 대체하고, 인간의 일자리와 자율성이 위협받는 미래에서 개별 주체들의 절망, 불안, 저항을 다루고 있다. '어떤 것의 미래'는 일곱 개의 집단 그룹상담을 통해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사회에서 인간이 겪는 소외, 정체성 변화, 기술의존성이 초래하는 불안 등을 고찰한다. 두 작품에서 작가는 기술이 주도하는 사회에서 인간의 역할과 가치를 재고하고, 기술 발전이 가져오는 윤리적, 철학적 쟁점을 제시하고 있다.

말레이반도의 디아스포라와 탈식민주의 역사에 스며있는 거대 서사를 다뤄온 프리야기타 디아(b.1992)는 '열대 터빈'아라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열대 터빈'은 동남아시아의 고무 플랜테이션 역사와 디지털 시대의 '데이터 추출주의'사이의 유사성에 주목한 2채널 비디오 작품이다. 작가는 두 착취의 형태가 서로 다른 듯하지만 종국적으로는 오버랩된다고 주장한다. 즉 식민시대의 추출이 권력의 불균형, 불투명성 같은 원칙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오늘날 디지털사회에서는 인간 활동이 AI와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되고 수치로 변환돼 데이터화되면서 새로운 형식의 착취와 식민지적 관행으로 이어진다고 비교했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나선형의 소용돌이는 고무 채취 패턴을 재구성한 것으로 식민지적 추출을 은유한다. 나선형은 중심으로의 이동과 그로부터의 이탈이 가능한 형태이며, 이는 관객을 창조와 소멸의 무한한 세계로 이끌고 식민지적 권력과 착취의 본질을 넘어 이러한 고리를 풀고 재조정하는 방식을 상상하게 만든다.

[서울=뉴스핌] 정영호 'Face Shopping' 연작, 2020,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50x40cm(each).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03.30 art29@newspim.com

한국 작가인 김현석(b.1988)은 인공지능과 공동집필한 소설을 오디오 설치형식으로 제안한 '메모리즈'를 출품했다. '메모리즈'는 구버전의 텍스트 생성 AI모델인 GPT-3와 작가가 함께 한줄씩 주고받으며 공동집필한 8편의 옴니버스 소설이다. 각 소설은 '1975년 최초의 디지털 이미지'부터 '딥페이크 오바마'까지 디지털 이미지 처리역사의 분수령이 된 8개의 이미지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작품은 2021, 2023년 각기 다른 형식으로 발표됐고, 이번에는 2025년 새 버전을 만날 수 있다.

관객은 푹신한 빈백 소파에 앉아, 캐릭터 손 모양의 3D조형물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 화면에 재생되는 영상과 함께 오디오북 형식의 소설을 들을 수 있다. 전통적인 '독서' 보다는 영상콘텐츠 시청이 압도적으로 증가한 현대의 미디어 소비 행태의 변화, AI 음성 합성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오디오북 콘텐츠의 확산 등 기술이 사회·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은유적으로 드러낸 작업이다.   

정영호(b.1989)는 사진을 중심으로 동시대 기술매체가 시각 경험을 매개하는 방식을 탐구하며, 스크린을 경유해 마주하는 AI 생성 이미지와 육안으로 경험하는 현실세계와의 간극을 조명한다. 마치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것 같은 가상의 이미지를 통해 실재와 재현, 원본과 변형의 구분이 점차 해체되고 있는 현실을 다룬다.

정영호의 출품작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빨강, 파랑, 초록으로 구성된 패턴이 명도 차이를 두고 배치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는 스마트폰에 사진을 띄우고 카메라를 스크린에 밀착해 접사촬영하는 방식을 통해 패턴을 가시화한다. 전시에 소개된 작품에서 이러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으며, 흑백 사진과 프린트가 중첩되어 있는 '무릎 수건'에서는 두 이미지를 통해 서로 다른 세계의 대비를 살펴볼 수 있다. 카메라를 비롯한 네트워크, 스크린 등의 물리적인 기술 조건을 거친 화면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것과 현실세계에서 느끼는 감각과 정서의 차이를 주목한 작품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방소윤 '내가 너를 보듯, 너도 나를 보았니?' 2024, 캔버스에 아크릴, 175x175cm. [이미지 제공=코리아나미술관] [이미지 제공=코리아나미술관] 2025.03.30 art29@newspim.com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방소윤(b.1992)은 동등한 위계의 디지털및 현실 경험을 바탕으로 두 세계간 감각적 간극을 회화를 통해 탐구해왔다. 작가는 3D 프로그램및 AI 기술로 가상의 이미지를 구현한 뒤, 이를 캔버스에 재현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현실의 접점을 만들어낸다. 디지털 텍스처의 매끄러움을 가시화하기 위해 미세한 입자를 표면에 분사하는 방식의 에어브러시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의 '폴리모프' 연작은 작가가 AI 이미지 생성기를 동등한 인격체로 간주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생성한 이미지로부터 시작된다. 작가는 작은 황동조각 '무제'를 AI에게 학습시키며, 가상의 이미지에 탈 조각을 씌우고 인공지능과 함께 이미지를 재구성(reimage)했다. 이 과정에서 AI는 배경과 형상을 구분하지 못하며 이해할 수 없는 형태로 인식했고, 이로 인해 빈틈과 오류의 결과물로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냈다. 방소윤은 이같은 재구성 과정을 계속 추적하고 변형하며,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형상의 일부를 캔버스에 담아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양아치 '고스트 1.0.0 '.2025, 2채널 비디오(프로젝션+모니터), 컬러, 사운드, 35분, 혼합매체, 가변크기. 코리아나미술관 전시전경. 2025.03.30 art29@newspim.com

양아치(b.1970)는 기술중심 사회 속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과 그 이면의 사회문화, 정치적인 영향력을 비판적인 태도로 탐구해온 작가다. 감시 기술, 빅데이터, 인공지능, 스마트 시티 등의 미래지향적 기술과 매개하는 현실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모색해왔다. 그의 신작 '고스트 1.0.0'는 오랜 기간 지속해온 리서치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며, 비물리적 환경이라 여겨지는 인공지능을 둘러싼 물리적 환경을 탐구한다. 프로젝션된 화면에서 작가는 구글 어스(Google Earth)의 위성 이미지를 통해 데이터센터, 반도체 산업단지 등 현대기술 인프라와 밀접한 장소를 주목하는데, 이들 일부는 한국에서 보안을 위해 감춰진 시설이다.

모니터에는 가상의 인물 '샐리'가 시리, 빅스비 같은 지능형 개인비서를 부르며 유령, 플랫폼, 인공지능에 대한 문답을 나눈다. 작가는 개인과 사회, 자본과 군사, 데이터와 환경파괴가 얽힌 복합적 네트워크에 접근하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개인의 정보와 국가안보를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탐구한다. 이를 통해 기술이 단순히 도구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 권력구조와 네트워크에 긴밀히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 장치임을 드러내고 있다.

기술과 기계가 인간과 맺는 관계에 관심을 갖고, 디지털과 아날로그, 가상과 현실세계의 교차점을 탐구해온 장진승(b.1991)은 이번 전시에서 고도화된 AI를 탑재한 전쟁기계와 자율무기 활용이 촉발한 사회적 변화와 새로운 시각 체계에 주목한 신작 영상을 선보인다.

장진승의 '깊은 정찰:스펙트럼 해독자' 속 가상세계의 시뮬레이션은 현실적 비현실을, 풀-스펙트럼 카메라로 촬영한 현실 이미지는 역설적으로 비현실적 풍경을 그려내며 서사를 펼쳐간다. 영상의 주인공인 해독자는 설산에서 처음 감지한 신호를 따라 사막을 힘들게 지나며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흐려진다. 마침내 섬에서 그는 결국 신호를 해독하는 존재에서 생성하는 존재로 변모하고, 도시에서는 더 이상 무엇을 해독할 필요 없이 기계가 바라본 세계와 마주한다. 결국 인간의 시선은 이제 기계적 시각을 이해할 수 없는 잔향으로만 남게 된다. 제목에 언급된 '스펙트럼 해독'은 알고리즘의 규칙과 체계를 파악하는 과정으로, 데이터의 구조와 인간이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기계의 시각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장진승 '깊은 정찰:스펙트럼 해독자', 2025, 단채널비디오, 컬러 사운드, 15분.[이미지 제공=코리아나미술관] 2025.03.30 art29@newspim.com

'오늘날 AI는 예술에 어떻게 스며들고, 과연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합성열병'전은 막연하게 알고 있던 인공지능과 예술과의 관계, 인공지능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 문제점 등을 돌아보게 한다.

서지은 학예팀장은 "생성형 AI라는 기술은 예술계에서도 가장 뜨거운 이슈이자 많은 성찰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를 무조건 찬양하거나 무조건 비판하기 보다는 'AI가 과연 예술가를 뛰어넘어, 창조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를 살펴보고, 기술 이면에 도사린 여러 단면과 요소들을 작가의 작품과 함께 탐색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세계 주요 미술관, AI 전시 잇따라 개최

근래들어 세계 주요 미술관들은 인공지능(AI)을 현대미술과 테크놀로지의 관점에서 탐구하는 전시를 잇따라 개최하고 있다. 도쿄 모리미술관은 '머신 러브: 비디오 게임, AI, 그리고 현대미술'을 올 2월부터 개최 중이다. 프랑스의 퐁피두센터가 인공지능을 테마로 한 기획전을 개최한데 이어 파리의 현대미술관인 주드폼(Jeu de Paume) 국립미술관도 'AI에 따른 세계'를 최근 개막했다. 지난 10년간 현대예술가들이 AI를 활용한 방식과 AI가 미술 안에서 자리잡아온 과정을 살펴본 전시다. 이같은 글로벌 흐름 속에서 한국의 코리아나미술관의 '합성열병'은 시의성 있는 기획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편 대중에게 'AI 아트'를 각인시킨 곳은 글로벌 미술품경매사 크리스티다. 크리스티는 지난 2018년 프랑스의 3인조 작가그룹 오비어스가 AI를 활용해 그린 가상의 남성초상화를 약 5억원에 판매해 엄청난 파란을 일으켰다. 예상가의 40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이 사건 후 각국에서 AI 아트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고, AI 테크놀로지를 작업에 솜씨 좋게 녹여내는 레픽 아나돌(미국)같은 슈퍼스타 작가들도 잇따라 탄생했다.

크리스티는 올 2월에는 AI로 만든 작품만 모은 '증강지능'경매를 개최했는데, 이 소식에 6500명에 이르는 인간 예술가들이 '경매취소'를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작품 생성을 위해 사용된 AI 도구들이 예술가들의 허락 없이 작품을 학습했다. 저작권 침해이자 도용이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크리스티는 경매를 강행했고, 34점 중 28점이 판매되는 성과(낙찰액 총10억원)를 거뒀다. 

소더비도 작년 11월 AI 로봇아티스트 '아이다'가 그린 천재수학자 앨런 튜링(영국)의 초상화 '인공지능 신(AI God)'을 추정가의 7배에 달하는 15억원에 팔며 기염을 토했다. 앨런 튜링은 'AI의 아버지'라 불리는 과학자인데 로봇 아티스트가 튜링을 그렸다는 점이 화제를 증폭시켰다. 이 사건으로 AI와 예술의 교차점이 확대되고, 다변화되고 있음을 환기시켰다. 아이다의 창작자인 에이단 멜러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윤리적·사회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도도한 흐름은 시작됐다. 이번 초상화는 AI의 힘이 우리를 어디로, 어떻게 이끌것인지 질문하게 한다"고 했다.

예술에서 AI가 어떻게 인식되고 있고, 어떻게 쓰이며, 어떻게 평가 해석되고 있을까를 다양한 작업을 통해 짚어본 코리아나미술관의 기획전 '합성열병'은 오는 6월 28일까지 계속된다. 또한 미술관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하는 '2025 박물관·미술관 주간(5.2~5.31)'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게더링 AI-모두를 위한 기술 접근성'을 운영한다. 강연과 워크숍, AI 리터러시 레벨 테스트, 보드게임 체험존 등으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AI기술에 대한 이해와 예술의 관계를 깊이 탐구할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편 코리아나화장박물관에서는 서른번째 소장품테마전인 '정성을 담은 보자기'를 오는 8월 14일까지 개최한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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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해병 순직' 임성근 1심 징역 3년 [서울=뉴스핌] 박민경 기자 = 채해병 순직사건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8일 1심 선고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이날 오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는 임 전 사단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상현 전 해병대 1사단 7여단장에게 금고 1년 6개월 ·최진규 전 11포병대대장 금고 1년 6개월·이용민 전 7포병대대장 금고 10개월 ·전 7포병대대 본부중대장 장모 씨에게 금고 8개월 2년 집행유예를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전 여단장, 최 전 대대장, 이 전 대대장에 대해서는 "오랜 수사와 재판이 진행됐고,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점 등에 비춰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앞서 선고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와 관련해 법정구속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8일 오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는 임 전 사단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사진은 임 전 사단장. [사진=뉴스핌 DB]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당시 지휘부는 수색 작전 과정에서 안전사고 위험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대원들에게 필요한 안전장비를 제대로 구비·지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단장과 여단장 등 상급 지휘관들은 수중 수색을 중단시키거나 물가 접근 자체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홍수 범람 위험을 미연에 방지했어야 했다"며 "그럼에도 불분명한 작전 지휘 상황 속에서 오로지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몰두한 나머지 '더 내려가서 헤치고 꼼꼼히 수색하라'는 식의 적극적·공세적 지휘를 반복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위험지역에서 성과를 얻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대원들의 생명·신체 위험을 사실상 도외시했다"며 "수색에 투입된 장병들이 구조 장비조차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상태였고, 허리 높이까지 물에 들어가라는 취지의 지시가 내려졌음에도 안전 확보와 관련한 구체적 조치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단장·여단장·대대장 등 지휘관들은 장병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했고, 단순한 부작위에 그친 것이 아니라 위험을 인지하고도 오히려 위험을 가중시키는 적극적 지시를 내렸다"며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은 지난달 13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임 전 사단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은 "임성근은 해병대원들의 안전보다 적극적 수색을 강조하며 반복적으로 질책해 사고 발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임 전 사단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은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박 전 여단장에게 금고 2년 6개월, 최 전 대대장에게 금고 2년 6개월, 이 전 대대장에게 금고 1년 6개월, 장씨에게 금고 1년을 각각 구형했다. 임 전 사단장 등 5명은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보문교 부근 내성천 유역에서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작전 도중 해병대원들이 구명조끼·안전로프 등을 착용하지 않은 채 수중수색을 하게 해 채해병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게 한 혐의 등을 받는다. 임 전 사단장은 작전통제권을 육군 제50사단장에게 넘기도록 한 합동참모본부 및 육군 제2작전사령부의 단편명령을 어기고, 직접 수색 방식을 지시하고 인사 명령권을 행사하는 등 지휘권을 행사한 혐의도 받는다. 법원로고 [사진=뉴스핌DB] pmk1459@newspim.com                   2026-05-0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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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21, '전투용 적합' 최종판정 받다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한국형전투기(KF-21) 보라매가 7일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전투용 적합' 판정을 획득하며 체계개발의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2015년 12월 체계개발 착수 후 10년 5개월, 2023년 5월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 이후 약 3년간의 후속 시험평가 끝에 이뤄진 결과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스웨덴·일본에 이어 독자 전투기 개발 능력을 완전히 확보한 8번째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월 12일 경남 사천 남해 상공에서 KF-21 시제 4호기가 비행성능 검증 임무를 수행하며 비행시험을 전면 완료했다. KF-21 개발은 총 1600여 회, 1만3000개 항목에 이르는 비행시험을 단 한 번의 사고 없이 완료하며 안전성을 입증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2026.05.07 gomsi@newspim.com 방사청에 따르면, KF-21은 2021년 5월 최초 시험평가를 시작해 올 2월까지 약 5년간 지상시험을 통해 내구성과 구조 건전성을 검증했다. 특히 2022년 7월부터 2026년 1월까지 42개월간 진행된 비행시험에서는 총 1600여 회 비행에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극저온·강우 등 악천후 조건 하 비행, 전자파 간섭 하 비행, 공중급유, 무장발사시험 등 1만3000여 개의 다양한 시험조건을 통해 비행 성능과 안정성을 완벽하게 검증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전투용 적합 판정은 KF-21 블록-I(기본성능·공대공 능력)의 모든 성능에 대한 검증이 완료됐음을 의미한다. 방사청은 KF-21이 공군의 작전운용성능(ROC)을 충족하고, 실제 전장 환경에서 임무 수행이 가능한 기술 수준과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노지만 방사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은 "국방부·합참·공군·한국항공우주산업(KAI)·국방과학연구소 등 민·관·군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룬 결실"이라며 "향후 양산 및 전력화도 차질 없이 추진해 공군의 작전수행 능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비행시험 효율화를 위해 시험 비행장을 사천에서 충남 서산까지 확대하고 국내 최초로 공중급유를 시험비행에 도입했다. 그 결과 개발 비행시험 기간을 당초 계획보다 2개월 앞당길 수 있었다. KF-21 체계개발 사업은 올해 6월 종료되며, 양산 1호기는 올해 하반기 공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양산 1호기는 지난 3월 25일 경남 사천 KAI 공장에서 출고됐으며, 4월 15일 출고 22일 만에 첫 비행에 성공했다. 이후 물량은 순차적으로 실전 배치될 계획이며, 추가무장시험을 통해 공대지 무장 능력도 확보할 예정이다. 공군은 2032년까지 총 120대를 전력화할 계획으로, KF-21은 노후화된 F-4E·F-5E 전투기를 대체하는 한편, 대한민국 영공방위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방사청은 "검증된 성능을 바탕으로 글로벌 방산 4대 강국 도약의 서막을 여는 K-방산 수출의 핵심 무기체계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gomsi@newspim.com 2026-05-0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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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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