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아직도 제가 계좌추적 했다고 믿는 사람 많아"
합의 언급에 "절대 없다. 대충 넘어가면 또 그럴 것"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검찰이 노무현재단의 계좌를 들여다봤다'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발언으로 네 차례 좌천당하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한 부원장은 27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형사단독7부(지상목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유 전 이사장의 라디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유 전 이사장의 발언으로 어떤 피해를 보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현직 검사로서 유일하게 4번 좌천을 당했고,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 전 이사장과 통화를 했다며 국회 본회의에서 제 이름을 거론했다"며 "유 전 이사장의 영향력으로 저는 불법적인 목적으로 개인을 뒷조사하기 위해 시민을 불법 수사하는 검찰로 시달렸다"고 말했다.
이어 "유 전 이사장이 사과했음에도 아직도 제가 계좌추적을 했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면서 "저로서는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봤고, 양산된 기사로 가족들 역시 큰 상처를 입었다. 더 나아가서 유 전 이사장은 저에게 어떤 사과를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유 전 이사장은 지난 2019년 12월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 "검찰이 노무현 재단 은행계좌를 들여다본 것을 확인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이듬해인 2020년 7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석열 검찰총장이나 한동훈 당시 반부패강력부장이 조국 사태 와중에 제가 알릴레오를 진행했을 때, 대검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했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이사장의 발언에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는 같은해 8월 유 전 이사상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 직후인 지난해 1월 유 전 이사장은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려 자신의 주장이 허위였음을 인정했으나 재판에서는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왼쪽)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명예훼손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01.27 mironj19@newspim.com |
◆ "조국 수사 등 방해 목적으로 나를 해코지"
한 부원장은 '반부패강력부장 시절 유 전 이사장과 노무현재단 계좌를 추적하고 열람한 적이 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며 "(유 전 이사장에게) 허위 주장을 멈춰달라는 공식 입장까지 냈다"고 답했다.
유 전 이사장이 이런 발언을 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의에는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거론했다. 한 부원장은 "(유 전 이사장이) 제가 당시 진행했던 조국 수사 등 권력 비리 수사를 방해하고 보복하기 위해 고의로 허위 주장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그 과정에서 자신을 수사 심의에 안 불러줘서 못 나간다고 조롱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아무런 근거없이 말할 것 같지 않아서 대검 간부들에게 혹시 내가 모르는 것이 있느냐 확인해보기까지 했고, 비슷한 일이 있는지 백방으로 찾아봤으나 전혀 없는데도 (유 전 이사장이) 구체적으로 거짓말을 해서 정말 놀랐다"고 비판했다.
2시간 가까이 이어진 증인 심문 말미에는 유 전 이사장과 합의할 의사가 있느냐는 판사의 질문이 나왔다. 한 부원장은 "유 씨가 몰라서 실수한 것이 아니라면 모르지만, 저를 해코지하려고 거짓말을 한 것이기 때문에 합의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판사가 재차 합의할 의향을 물었지만 한 부원장은 "유 전 이사장의 거짓말 피해자가 저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시간이 지나도 합의할 수 없을 것 같다. 유 전 이사장은 1년 넘게 저에게 사과의 표시나 접촉을 해온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 부원장의 답변에 피고인석에 앉은 유 전 이사장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법정을 나온 한 부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 사건은 제가 개인적으로 하기에는 이미 선을 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대충 넘어가면 다른 약한 국민들 상대로 또 그럴 것"이라며 "막야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유 전 이사장이 지난해 1월 사과문에서 '검찰의 모든 관계자들께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밝힌 데 대해 "자발적으로 한 게 아니다"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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