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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헌규 특파원의 금일중국] 공권력에 대한 지독한 불신, 홍콩시위 오버랩된 영화 우사(誤殺)

기사입력 : 2019년12월17일 09:58

최종수정 : 2019년12월26일 15:36

[뉴스핌 베이징=최헌규 특파원] '경찰은 공명정대하지 못하고 공권력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성난 시민들은 경찰차를 뒤집고 방화까지 서슴치 않는다. 경찰은 시민에게 함부로 총을 겨누며 위협을 가한다. 거리는 화염에 휩싸이고 분노한 민중들은 경찰에 물리적으로 저항한다.'

영락없는 홍콩 시위 현장 같다. 하지만 홍콩이 아니라 중국 기업 완다가 태국을 무대로 제작한 영화속의 장면들이다. 중국 공산당이 홍콩 시위로 곤경에 처한 가운데 최근 중국에서 마치 홍콩 시위 장면을 연상케하는 이런 내용의 영화가 방영돼 흥미를 끌고 있다.

지난 13일 퇴근 후 모처럼 영화관을 찾았다. 종업원에게 볼 만한 영화를 물어보자 '우사(誤殺, 계획되지 않은 우발적 살인)'라는 영화를 추천해 준다. 범죄물로 반전의 재미와 스릴이 있다는 얘기였다. 마침 이 날이 이 영화의 개봉일이었다. 직원은 모바일 티켓 판매로 반값인 40위안(6000원)에 표를 내어줬다.

영화 '우사'는 초반부터 박진감이 넘친다. 주인공 '리웨이제'는 평범한 소시민 가정의 가장이다. 리웨이제 고등학생 큰 딸 핑핑이 경찰국장 '라윈(여)'의 아들에 의해 성 폭행을 당한다. 경찰국장의 아들은 고약하게도 성폭행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이용해 추가 성폭행을 기도한다. 경찰국장의 아들은 밀폐된 장소로 유인해 2차 범행을 시도하다 핑핑 모녀에 폭행을 가하고 저항하던 핑핑은 뜻하지 않게 살인을 하게 된다.

경찰은 시민들에게 폭력적이고 정당하지 못하다. 경찰국장과 의원출마에 나선 남편. 누구처럼 자식 탓에 선거를 망치게 됐다. 가득이나 선거 정국에 이들 부부가 아들의 탈선과 관련된 이 사건을 공정하게 수사할 리가 만무하다. 정당방위가 참작될 가능성은 거의 없고 사회적 약자인 핑핑은 살인죄로 평생 감옥 살이를 해야한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12월 13일 개봉된 중국 영화 우사(우발적 살인)는 홍콩 시위 사태를 연상케 하는 시민과 경찰의 충돌 장면을 담고 있어 흥미를 끈다. [사진=바이두] 2019.12.17 chk@newspim.com

고심끝에 리웨이제는 범죄 영화를 재구성하고 자신의 특기인 인터넷 기술을 총동원해 완전 범죄를 기도한다. 초등학교 4학년이 학력의 전부지만 사랑하는 딸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리웨이제의 범죄 조작 기도는 거의 귀신을 홀릴 만한 경지다. 시간과 공간을 편집 조작하는 수법으로 경찰 알리바이 수사를 조롱하고, 친한 이웃들까지도 여기에 감쪽 같이 속아 넘어간다.

경찰의 지능수사는 집단적 기억착오를 유발 시키는 리웨이제의 치밀하고 귀신같은 수법에 번번히 벽에 부딪치고 만다. 영화 광인 리웨이제는 "경찰에게 영화 1000편을 보고 나면 세상에 이상할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 영화 몽타주를 수도 없이 보며 완전범죄를 터득했다.

수사가 미궁에 빠지자 경찰은 리웨이제의 6살 짜리 어린 딸을 잡아놓고 가족이 온전치 못할거라고 겁박하며 '그날 밤 본 것을 낱낱히 고하라'고 족친다. 겁에 질린 딸은 사건 당일 우연히 목격하게 된 시신 매장 현장을 이야기 한다. 경찰국장의 예리한 지능수사와 리웨이제가 처놓은 시간의 함정이 격돌하면서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경찰과 모든 이웃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덤이 파헤쳐지는데 무덤속에서 나온 것은 리웨이제(큰 딸)의 범행을 증명할 경찰국장 아들의 주검이 아니라 지난번 경찰이 리웨이제를 위협하다가 권총으로 쏘아죽인 염소다. 리웨이제가 시도한 완전범죄는 이렇듯 완벽하게 성공을 거둔다. 여론이 악화되자 경찰국장의 남편은 끝내 의원 선거 경선을 포기한다. 하지만 또다시 반전이다.

무덤에서 염소 시체가 나오면서 영화는 리웨이제의 완전범죄로 막을 내리는 듯 했지만 인도의 원작 영화와 달리 중국 영화 '우사'의 주인공 리웨이제는 당당히 경찰에 자수를 한 뒤 우발적 살인 내막을 공개하고 처자(아내와 큰 딸)도 경찰에 자수한다. 이어 조기 석방을 탄원하는 주민 여론이 들끓는다. 언제나 진실은 밝혀져야하고 억울하더라도 죗값은 치러야하며 상식과 보편적 정의가 리웨이제에 가해진 벌에 정상을 참작할 거라는 암시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영화 우사의 주인공인 경찰국장 라윈이 혐의자 리웨이제의 6살 짜리 어린 딸을 잡아놓고 사실을 말하라며 겁박하고 있다. [사진=바이두] 2019.12.17 chk@newspim.com

연말이 다가오면서 중국 극장가에 영화팬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최근들어 '소년시절 너(少年的你,10월)', '남방 기차역의 회합 (南方車站的聚會,12월)' 등 중국 국산 영화가 잇달아 개봉되는 가운데 불쑥 얼굴을 내민 '우사'는 개봉 3일 만에 박스 오피스 2억 위안을 넘어설 정도로 아무도 예상치 못한 흥행 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 '우사'는 중국 영화업계 최대 자본인 완다 등 중국 기업이 참여해 제작한 영화로, 2013년 인도 영화 '우발적 살인, 하늘의 기록 숨기다'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영화를 만든 이는 말레이시아계 화교인 커원리(柯汶利)로, 그는 중국 영화계에 아직 족보도 올리지 못했다고 할 수 있는 신예 중의 신예, 햇 병아리 감독이다. 그동안 30분짜리 단편 영화만 찍어봤고 대기업의 투자로 두시간 가까운 영화를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 영화의 무대는 태국이며 영화의 대사는 중국 표준말인 베이징 보통화다. 다수 시민들의 눈에 경찰(공권력)은 폭력적이고 정의롭지가 못하다. 재미있는 것은 한자 간판과 영문 간판이 뒤섞인 영화 속 거리 표정과 경찰의 제복이 홍콩의 모습과 비슷하고, 간간히 들리는 현지어(영화속의 외국어)가 마치 광동어(홍콩 말)를 연상케한다는 점이다. 자연히 영화를 보는 내내 최근 시위로 얼룩진 홍콩 거리가 오버랩되고 간혹 중국 본토의 어떤 도시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런 생각이 기자만의 느낌이었을까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영화를 본 다음날인 14일 유력 포탈 매체인 텐센트는 영화 '우사'가 태국을 무대로 삼은 것은 국내 상영 심사를 순탄하게 통과하려는 고려가 작용한 것 같다고 소개했다. 적지않은 중국인들이 영화을 보면서 홍콩 상황을 떠올렸을 거라는 추측에 확신을 갖게 하는 기사 대목이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그럼에도 중앙광전 총대 당국이 '우사는 범죄 영화로서 소재의 현실성이 있다'고 평가했다는 점이다. 물론 당국의 통제 때문인지 매체와 인터넷에는 경찰차가 뒤집히고 불타는 장면, 거리의 성난 시민들이 경찰에 물리적으로 저항하는 모습 등 홍콩 시위 사태를 연상케하는 장면은 스토리와 사진 어느 것 하나 올라오지 않고 있다. 

베이징=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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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사람들] '포용복지' 문진영 수석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문진영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이재명 대통령의 복지 철학을 가장 가까이서 이해하고 이를 실제 정책으로 구현해 온 대표적인 정책 참모다. 복지국가 구상에서 구체적 설계, 제도 실행까지 전 과정을 함께해온 핵심 브레인으로, 현 정부의 사회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난 문 수석은 연세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학·석사 과정을 마치고, 영국 헐(University of Hull) 대학에서 사회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성공회대학교 조교수,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사회복지정책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학문과 정책 현장을 오갔다. 그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당시 시민사회단체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했고, 이후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 등 복지제도 확충에도 깊숙이 참여했다. 문 수석이 '정책형 학자' 또는 '현장형 브레인'으로 불리는 이유는 그의 경력에서 비롯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연구와 실무를 두루 거친 이력은 책상 위 이론을 넘은 정책 설계의 밑바탕이 됐다. 문진영 대통령실 사회수석. [사진=대통령실] 아동수당 도입 논의 초기부터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해 왔고, 이를 '아동청소년수당'으로 개편해 지급 연령을 만 18세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설계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 복지 정책의 핵심 방향 중 하나로, 문 수석이 실질적인 설계자 역할을 수행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2018년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취임 직후 인수위에 참여했고, 이후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이사로 2년간 청년·여성·중장년 대상 맞춤형 고용·복지 정책을 추진하며 '현장 중심 정책가'로 자리매김했다. 현장과 학계, 캠프와 정부를 아우르는 경험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이를 사회정책 전반에 녹여낼 수 있는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20대 대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 포용복지국가위원회에서 이재명 당시 후보의 복지 공약을 총괄 설계하며 아동수당 확대, 돌봄 국가책임제, 육아휴직 부모 할당제 등의 정책을 이끌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복지 제도에 대한 이해가 깊으며 아동수당 도입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제시해 온 분으로 대통령의 복지 국가 비전을 구체화할 것"이라며 문 수석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문 수석 임명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포용사회, 복지국가 기조를 본격화하겠다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향후 아동·청소년, 취약계층 지원은 물론, 일과 돌봄의 국가 책임 확대, 사회안전망 정비 등 주요 복지과제를 설계·집행할 실무 총괄자로서 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문 수석은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정책가로, 정부가 말하는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복지국가' 실현의 핵심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1962년 서울 출생 ▲연세대 사회복지학 ▲영국 헐대 사회정책학 박사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조교수 ▲국가인권위원회 사회권 전문위원회 위원 ▲경기도지사 인수위원회 문화복지분과 위원장 ▲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이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포용사회 분과위원장 parksj@newspim.com 2025-06-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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