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중국

속보

더보기

청명절과 백주, 그리고 중국의 소프트 파워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뉴스핌=최헌규 중국전문기자] 한 중국인 친구는 지난 주말 웨이신(위챗) 대화에서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화제로 얘기를 나누던 중 한국 사람들은 스토리를 가지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정말 귀신 같은 재주를 가졌다고 말했다. 나는 이 말에 동의했지만 한편으로는 중국인들이야말로 이야기를 지어내는 데 있어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비상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역사가 오래되다보니 중국에는 신화와 전설이 풍부하고 역사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이야기 거리, 말하자면 콘텐츠 재료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난다. 더욱이 중국인들은 사소한 소재 조차도 그럴듯한 스토리로 포장해 문화의 외연 확장을 꾀하고 이를 다시 상품 마케팅과 관광 홍보에 활용하는 데 뛰어난 수완을 보인다.    

상품과 역사 속의 이야기를 기가 막히게 연결지어 대박을 낸 스토리 마케팅의 성공적인 사례라면 산시(山西)성의 바이주(白酒, 백주 고량주)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펀주는 산시성 펀양(汾陽)현 싱화촌(杏花村, 행화촌)이라는 고장의 바이주로 중국의 대표적인 명주 브랜드다. 싱화촌은 유명 관광지인 핑야오 고성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싱화촌의 펀주 양조 역사는 4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이 고장 사람들은 주장한다. 중국 정사 24사 중의 《북제서(北齊書)》에는 서기 561년 북제 황제가 처음 이곳 술을 거론한 대목이 나온다. 싱화촌 펀주가 1500년 전 궁정의 어주가 됐음을 시사하는 기록이다. 당나라 때 싱화촌 펀주는 70여개 제조사가 생겨날 정도로 유명해졌고 청나라 때는 펀주 만드는 곳이 200여 개로 늘어났다.

인류와 역사를 함께 해온 술은 단순 기호 식품을 넘어 한 국가와 민족을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과 같은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바이주는 차, 공자, 도자기, 서예, 한자, 경극 등에 뒤지지 않는 중국의 전통 문화 자산이자 소프트파워의 중요한 구성 요소인 셈이다. 

중국은 현재 이러한 유무형의 문화 콘텐츠들을 앞세워 ‘인문 중국’을 과시하려고 심혈을 쏟고 있다. 특히 전통 경제가 쇠퇴하는 요즘에는 이를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신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애주가들을 기쁘게 하는 산시성의 바이주는 전국의 숱한 명주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명주로 꼽힌다. 마니아들은 우리가 잘 아는 귀주모태나 우량예 같은 바이주도 펀주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고 호언한다.  현지 사람들은 “산시성을 대표하는 술 펀주가 맛으로 1백 리, 향으로 1천 리, 이야기(스토리)로 1만 리를 간다”고 자랑한다.

시성 두보와 시선 이백도 싱화촌을 찾아 펀주를 음미하고 나서는 아름다운 시문으로 감미로운 펀주의 향을 천리 밖에 전했다고 한다.  지방 특산 술 하나에 담긴 역사성도 그렇거니와 여기에 그럴듯한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다시 마케팅 수단화하는 중국인들의 상술에 혀가 내둘러지지 않을 수 없다.

산시성  유명 관광지 핑야오 고성(古城) 거리

산시성의 명주 펀주는 특히 요즘과 같은 청명절기에 마시면 맛과 더불어 운치가 더할나위 없는 술이다. 당나라 말엽 천재 시인 두목(杜牧)은 어느해 청명절 날 펀주의 고장인 산시성 일대 한 산골마을을 지나며 후대에 길이 전해지는 유명한 시 한수를 남겼다.

<칭밍(淸明, 청명)>이라는 제목의 이 시는 시를 읊은 때가 연분홍 하얀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봄날 이었다고 해서 ‘봄날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산시성은 물론 전 중국사회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칭밍스제위펀펀

루상싱런위돤훈

제원쥬쟈허추요우

무통야오쯔싱화춘

 

淸明時節雨紛紛

路上行人欲斷魂

借問酒家何處有

牧童遙指杏花村

 

청명절기에 봄비 부슬부슬 내리고,

산허리 오르는 나그네 발걸음 고단해라.

묻노니 객주가가 어디메뇨.

목동이 손짓하여 저기 싱화촌을 가리키네.  <최헌규 기자 譯 >

 

두목의 시 청명은 싱화촌 펀주와 함께 유명해져 바이주와 관련한 고사를 얘기할 때 어느 자리에서나 빠지는 적이 없다. 이 시 한 수로 인해 산시의 싱화촌은 대번에  중국 미주(美酒) 생산지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펀주의 고향인 펀양현 싱화촌에는 두목의 시 청명으로 인해 싱화촌 펀주가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  산시의 명주 펀주 때문에 두목의 시 청명이 유명해졌다고 우기는 사람도 있다.  말하자면 광고(시) 때문에 상품(펀주)이 유명해진 게 아니라, 상품 자체가 워낙 훌륭하다보니 거꾸로 광고 카피를 유명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인 셈이다.

후세 중국인들은 이 에피소드에 대해 천재 시인 두목을 폄하하는 얘기라기보다는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명주에 바치는 헌사쯤으로 여기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논쟁처럼 굳이 시시비비를 가리려 하지 않는다.   

펀주로 청명이라는 시를 떠올리게 되는지, 청명이라는 시를 통해 펀주가 유명해졌는지 가릴 수는 없지만 어쨌든 청명절에 길을 떠난 ‘나그네’는 어둑어둑 날이 저물고 봄비가 부슬 부슬 내리는 가운데 싱화촌 주막의 사립문을 들어섰을 것이다. 연분홍빛 살구꽃은 봄비에 떨어져 싱화촌의 대지를 하얗게 적셨을 게 분명하다.

주인공은 그날 저녁 살구꽃 피는 이 마을의 어느 따뜻한 주막방에 들어 펀주 한 잔으로 여로의 노독을 풀었을 것이다. 두목의 시 청명과 싱화촌 펀주는 아름다운 선율로서, 또 촉촉이 목줄기를 적시는 감미로움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세상 사람들을 매료시켜왔다. 후세 중국인들은 펀주에 얽힌 이런 고사를 마케팅 수단으로 스토리텔링화 해 이억만리에 전파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새 법원행정처장에 노경필 대법관 [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넉 달 넘게 공석이던 법원행정처장에 노경필 대법관을 임명했다. 대법원은 10일 "조 대법원장이 오는 14일자로 노 대법관을 신임 법원행정처장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10일 대법원에 따르면 조희대 대법원장이 넉 달 넘게 공석이던 법원행정처장에 노경필 대법관을 임명했다. 노 대법관.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장의 지휘를 받아 전국 법원의 인사·예산·조직 등 사법행정 사무를 총괄하는 자리로, 대법관 가운데 1명이 맡는다. 노 신임 처장은 사법연수원 23기로, 1997년 법관으로 임용됐다. 이후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고법 고법판사, 광주고법 부장판사, 수원고법 부장판사·수석부장판사 등을 거쳐 2024년 8월 대법관에 임명됐다. 대법원은 노 신임 처장이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5년간 근무하면서 헌법·행정법 관련 분쟁을 심도 있게 검토해 국민의 기본권과 행정절차 참여권, 조세 정의를 실현하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또 전문적인 법률 지식과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 능력, 도덕성과 인품을 두루 갖춰 법원 안팎의 신망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날 "노 신임 처장은 경청과 포용의 리더십으로 법원 구성원은 물론 사회 각계와 소통해 국민을 위한 신속하고 공정한 사법제도를 구현하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데 헌신할 적임자"라고 말했다. 법원행정처장 자리는 박영재 대법관이 지난 2월 27일 사의를 표명한 뒤 4개월 넘게 공석이었다. 박 대법관은 올해 1월 16일 취임했으나 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 등 이른바 '사법개혁 3법' 입법에 반발하는 뜻으로 취임 42일 만에 물러났다. 이후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이 처장 직무를 대행해왔다. 대법관 공석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현직 대법관을 법원행정처장으로 임명한 만큼, 향후 후임 대법관 제청 논의가 재판 인력 공백 문제와 맞물려 속도를 낼지도 주목된다. yek105@newspim.com 2026-07-10 14:50
사진
"국정농단" 한학자 총재 13년 구형 [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정교유착' 의혹의 중심 인물인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게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특검팀은 1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 심리로 열린 한 총재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1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정원주 천무원 부원장에게는 징역 10년,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에게는 징역 3년 6개월, 이신애 전 재정국장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윤석열 정부와의 '정교유착' 혐의로 기소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6.07.10 photo@newspim.com 특검팀은 이 사건에 대해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를 혼란하게 하고, 교인들의 헌금을 사금고처럼 사용하면서 국정을 농단한 사건"이라며 "다시는 이와 같은 종교단체들에 대한 정교유착과 국정농단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엄중한 형을 선고해달라"고 언급했다. 특검팀은 "피고인들은 통일교와 자신들의 이권 및 영향력를 확대하고자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며 "정교일치를 목표로 종교단체의 막대한 자금력을 이용해 정치와 결탁했고, 선거에 불법 개입했으며 대한민국의 공권력을 불법부당하게 이용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특검팀은 정치권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청탁 행위를 한 윤 전 세계본부장이 한 전 총재의 의사에 반해 행동할 수 없었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과 독대하면서 통일교 정책을 부탁하고,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샤넬 가방과 그라프목걸이 등을 제공한 것 역시 한 전 총재의 승인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행동이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또한 지난 2022년 3월 한 총재가 특별집회에 참석해 사실상 '윤석열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힌 뒤 통일교 각 지부에서 국민의힘에 재정적 지원을 한 점을 들며, 모든 사건이 한 총재로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한학자는 이 사건 정교유착의 최종 수혜자"라고 밝혔으며, 정 부원장에 대해서는 "한 총재의 비서실장이자 최측근으로, 한 총재의 주요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조력해 큰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한 총재는 정 부원장, 윤 전 본부장과 공모해 지난 2022년 1월께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 원을 전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같은 해 3∼4월 통일교 단체 자금 1억4400만 원을 국민의힘 소속 의원 등에게 쪼개기 후원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있다. 이들은 그해 7월께 전 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도 받는다. 한 총재와 정 부원장에게는 같은해 10월께 자신들의 카지노 원정도박과 관련한 수사 정보를 얻고 윤 전 본부장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적용됐다. 한 총재는 지난 2022년 7월 네팔 국회의원에게 선거자금 10만 달러를, 세네갈 대통령에 선거자금 50만 달러를 각각 제공한 혐의도 적시됐다. right@newspim.com 2026-07-10 12:18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