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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活着)] 삶에 관한 영화의 '바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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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장이머우( 張藝謀 장예모) 감독의 훠저(活着 인생)는 부잣집 아들인 푸구이(福貴 거요우 분)와 부인 쟈진(家珍 공리 분)이 40년대 국공내전기(46~49년)부터 70년대 문화대혁명때까지 중국 현대사의 혼란스러웠던 시대를 어떻게 ‘살아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 '인생'은 이데올로기와 전쟁, 대중운동이 사람들의 소박한 삶의 꿈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현대 중국인들이 모진 세월의 고통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보여준다.   위화(余華)의 원작소설은 논두렁에 앉아있는 노인 푸구이가 기자에게 자신이 살아온 모진 삶의 역정을 들려주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푸구이는 도박으로 가산을 롱얼(龍二)에게 모두 잃고 대가집 도련님에서 하루아침에 그림자극(皮影 피극)으로 끼니를 연명하는 신세가 된다. 국공내전의 혼란속에서 장제스(蒋介石) 국민당 군대와  마오쩌둥(毛澤東)의 인민군에게 번갈아 끌려가 부역을 한다. 1949년 신중국이 건립됐지만 인민들을 기다리는 것은 전쟁 만큼이나 험난하고 고달픈 대중 정치 운동이다. 신민주주의 정치이념의 기치아래 지식분자와 자본가들이 숙청되고 세상은 농민과 무산 노동자 세상으로 바뀐다. 주인공 푸구이는 신분의 정체성을 고민하다가 자신이 무산계급에 속한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푸구이에게 있어 인생은 그야말로 새옹지마였다. 공산당 세상에서는 예전 도박으로  가산을 날린 게 오히려 목숨을 부지하는 전화위복이 됐다. 푸구이의 고대광실과 재산을 도박으로 가져간 롱얼은 1951년 이후 삼반오반 운동(1차 반우파운동)이 터지면서 사형에 처해진다.  처형장 총소리에 푸구이는 마치 총알이 자신을 관통하기라도 한 것 처럼 오줌까지 저리며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때 도박으로 재산을 날렸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그 총알은 롱얼대신 여지없이 자신의 머리통을 관통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상개조 바람에 과거 그림자극으로 인민군에 부역한 것도 지금와서는 혁명에 일조한 영웅적 행위가 됐다. 푸구이와 쟈진은 젖은 빨래속에서 인민군 부역 사실 증명서를 찾아내 마치 면죄부이기라도 하듯 벽에 붙여놓고 소중히 간수한다.   

1958년 전민 대약진운동이 본격화하면서 중국전역엔 생산제고 포스터가 나붙는다. 대만경제를 따라 잡자는 구호도 거세진다. 당시 중국 공산당은 대약진 집단화 운동으로 생산력 증대와 산업화 촉진을 실현해 철생산에서 15년래 영국을 따라잡겠다고 호언했다. 당시 상황으로 볼때 너무나 황당하고 터무니 없는 구호였다.  푸구이와 쟈진의 아들 요우칭(有慶)의 죽음은 이 무모한 대약진 계획으로 얼마나 많은 인민이 희생됐는지 귀뜸하고 있다.
 
삼면홍기(사회주의 총노선, 대약진, 인민공사)의 캐치프레이즈 아래 추진된 중국 대약진운동은 (군수)중공업 발전을 목표했고 이를 위해 철강생산에 힘을 쏟았다. 농촌은 인민공사 체제로 바뀌어 인민생활의 생산수단 공유화와 집단화가 가속화됐다. 가정은 생산대(生産隊)로 전환돼 대형 식당 공동취사 등 집단 공동생활이 보편화했다.  대신 가정의 수저와  냄비 주전자 양동이까지 공출돼 강철제련용 용광로속으로 들어갔다. 

대약진 광풍은 사회주의라면 무조건 좋은 것이며 개인의 삶은 전체와 집단앞에 얼마든지 희생돼야한다고 강요했다. 15년만에 100년 역사의 영국 강철산업을 따라잡겠다는 무모한 계획은 푸구이 가정에도 화를 몰고왔다.  고로에서 일하던 금지옥엽 아들 요우칭이 얄궂게도 푸구이 집안의 가장 친한 이웃인 춘성(春生)의 차에 치여 숨진 것이다.  이 일로 푸구이(쟈진) 집안과  춘성은 철천지 원한관계가 된다. 
 
대약진과 대기근, 그리고 잠깐동안의 경제 조정의 시기가 지난뒤 중국 대륙에는 1966년부터  문화혁명의 광풍이 휘몰아친다. 대약진 처럼 좌경화 운동이 거세지고 지식인 관료 학자 자본가는 반동으로 숙청되고  농민 노동자가 지상 최고의 계급으로 우대를 받는다. 푸구이는 인민군 부역 영수증을 벽에 소중이 붙여놓고 부적과 같은 효험을 기원한다.
 
문혁기중에도 1966~1969년은 마오의 좌경화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다. 거리는 온통 혁명가와 플로레타리아를 옹호하는 구호로 가득하고, 푸구이 같은 소시민의 집에까지 온통 마오쩌둥 뺏지와 마오 사진, 마오 어록을 담은 붉은 표지 소책자가 넘쳐난다. 집 밖은 마오의 충직한 로봇인 빨간 완장을 찬 홍위병들의 세상이다.  이들 호위병 앞에서는 전통문화와 낡은 세대, 스승, 심지어 부모조차 모두 청산과 타도의 대상일뿐이다.  

푸구이는 자기 인생의 궤적을 담은 그림자극 소품을 간직하려 하지만 혁명앞에 이는 불순한 사물일뿐이다. 40년대 푸구이는 그림자극 공연이 분위기를 돋우는 호화 도박장에서 놀음을 즐겼고, 이어 그림자극으로 삶을 연명하다 국민당과 공산군에 끌려가 역시 그림자극 공연 부역을 했다. 그러나  문혁이라는 또다른 세상에서 그림자극은 반동적 유산으로 전락했다.
 
아들 요우칭의 죽음이 잊혀져갈 떼쯤 딸 펑샤가 결혼을 한다.  푸구이와 쟈진 집안에 정말 드믈게 찾아온 행복한 순간이다. 푸구이는 마오쩌둥 포스터속에 마오 어록의 소책자를 들고 공산당을 칭송하며 건배를 하며 기쁨을 나눈다.  

원수사이가 된 춘성이 어느날 푸구이 집을 찾는다. 그동안 춘성은 본의아니게  친형같은 푸구이의 외아들을 죽게 한 자괴감으로 하루도 편한 날을 보내지 못했다. 그는 문혁의 광풍속에서 홍위병들에게 주자파로 몰려 탄핵을 받기에 이르렀다. 늦은밤 푸구이 집을 찾은 춘성은 마당으로 나온 푸구이에게 자신이 모아온 통장을 내놓으며 “훠저 뿌 룽이(活着 不容易,  인생 정말 힘드네요)”라고 울먹인다. 

친한 이웃의 아들을 죽게한 뒤 겪었을 심적 괴로움과 시대의 아픔을 털어놓은 것이다. 푸구이는 작별인사차 찾아온 춘성의 이 말에서 그가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챈다. 방안에서 푸구이와 춘성의 대화를 엿듯던 쟈진도 춘성의 처지를 이해하고 비로소 춘성을 용서한다. 그녀는 급히 신발을 끌고 나오며 어두운 골목길로 멀어져가는  춘성에게 “니지저,니하이쳰워먼쟈이탸오밍너 니더하오하오훠저(你记着,你还欠我们家一条命呢 你的好好活着)라고 말한다.  “당신은 아직 우리집에 한명의 목숨 빚이 있음을 기억해야한다”  쟈진의 이 말은 (이제 당신을 모두 용서했으니)죽지말고 꼭 살아남아야 한다는 당부의 소리다.   

원작자 위화가 소설의 제목을 왜 '훠저'라고 붙였을지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소설과 영화 훠저는 감당하기 힘든 삶의 시련속에서도 풀뿌리 처럼 모진 삶을 견디고 살아내는 인간의 강인한 모습을 표현하려는 게 아니었을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우리 속담의 의미를 되짚어 보게 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아직 푸구이 집안의 시련이 모두 다 끝난게 아니다.  홍위병들의 발호속에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푸꾸이와 쟈진의 유일한 혈육 펑샤는 아들 만터우를 난산한 뒤 생을 마감한다. 쟈진은 비통함속에 몸져 눕는다. 하지만 펑샤의 이 비통한 죽음과 동시에 찾아오는 만터우의 출생에서는 왠지 구시대와 새 세상이 오버랩된다. 아들 만터우의 탄생이 마치 현대중국의 불행을 뒤로하고 덩샤오핑이 주도하는 개혁개방의 새 날을 예고하는 것 처럼 느껴진다. 

지긋지긋한 대약진 정치운동과 문혁을 뒤로하고 개혁개방, 경제발전, 세끼밥 굶지않는 소시민적 행복,  이런 바램을 안고 태어난 아이가 만터우(饅頭)가 아닐까.   푸구이는 외손자 만터우가 살아나갈 삶은 자신이 헤쳐나온 인생과  다른, 새로운 세상이기를 염원하고 축복한다.  “만터우, 너는 참 좋은 때 태어난 아이야. 이제부터는 모든게 점점 다 좋아질 거란다”  그러면서 푸구이는 “병아리를 키워 거위를 사고, 거위가 양으로 바뀌고, 양이 다시 소가 되서 집안이 부자가 되는 꿈”을 아이와 함께 노래한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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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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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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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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