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887' 로베르 르빠주 "연극과 기억, 뗄 수 없는 관계"

기사입력 : 2019년05월27일 14:15

최종수정 : 2019년05월27일 14:19

자전적 이야기 통해 '기억' 탐구하는 '887'
29일부터 6월 2일까지 LG아트센터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연극은 단순한 소통이 아닌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요즘 넷플릭스를 통해 집에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기에, 집 밖으로 나와 연극을 관람한다는 것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일이 됐어요. 연극은 하나의 이벤트, 삶을 바꿀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연극을 통한 공감대와 공동체의 경험을 선사하는 거죠."

'887' 로베르 르빠주 [사진=LG아트센터]

27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연출가 로베르 르빠주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서는 주한 캐나다 대사 마이클 대나허는 "열렬한 팬으로서 그를 소개할 수 있어 영광이다. 그간 한국에 로베르 르빠주의 작품이 많이 소개됐는데, 12년 만에 한국을 찾은 그가 배우로서 관객을 만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소개했다.

로베르 르빠주는 전통 연극 형식에 혁신적 테크놀로지를 도입, 현대의 삶에서 받은 영감을 다층적 스토리텔링과 환상적 비주얼로 풀어낸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현대 연극의 경계를 확장시켜온 세계적인 거장인 그가 지난 2007년 '안데르센 프로젝트' 이후 12년 만에 내한했다.

르빠주는 "정말 오랜만에 한국에 방문했다. 그간 한국에 제 작품이 많이 소개됐다. 전 세계에서 엑스마키나(로베르 르빠주의 극단) 작품을 소개하면서 특히 한국 관객이 인상 깊고 좋았다. 한국 관객들이 어리고 젊다는 것, 연극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지 않은 게 놀랍다"고 소감을 전했다.

'887' 로베르 르빠주 [사진=LG아트센터]

12년 만에 내한해 선보이는 작품은 1인극 '887'이다. 로베르 르빠주의 자전적 이야기에 바탕을 뒀다. '시의 밤' 40주년 기념식에 초청받은 로베르 르빠주가 시 낭독 요청에 고대 그리스로부터 내려오는 기억법 '기억의 궁전'을 활용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는 "처음으로 인물 뒤에 숨지 않고 본명을 걸고 선보이는 작품이다. 젊은 시절을 돌아보는 자전적 이야기다. 기억이란 것이 어떤 현상인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는 작품이다. 기억의 의학적, 과학적 측면 등 모든 면을 탐구한다"며 "제 어린 시절을 다뤄 굉장히 즐겁고 재밌는 작업인 동시에 슬프고 아픈 경험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하나의 감정적인 롤러코스터였다. 어린 시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찾아헤맸다. 예를 들어 부활절에 찍은 사진을 보며 행복했다 생각했지만, 디지털화해 확대해보니 제 표정 이면의 슬픈 기억, 안 좋았던 상황들이 떠올랐다. 저 스스로 나쁜 기억은 모두 밀어버리고 좋은 기억만 남기려고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887' 로베르 르빠주 [사진=LG아트센터]

'887'은 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퀘벡 시티 머레이가 887번지에서 제목을 따왔다. 7명의 대가족이 부대끼며 살았던 비좁은 아파트, 개성 넘치는 이웃들, 동네의 풍경과 거리에 얽힌 모든 기억들이 보관된 내면의 상징적 장소를 의미한다. 삶의 소중한 순간들과 함께 1960년대 조용한 혁명의 물결 속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겪은 퀘백의 근대사도 담는다.

르빠주는 "모든 등장 인물과 사건은 실제다. 다만 이 모든 것들을 연결시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면서 달라진 점은 있다. 예를 들어 몇몇 길 건너 거주했던 사람을 건물 안으로 데리고 들어오는 것 등이다. 제가 만든 연극 세상에 제가 너무 빠져들어 잘못된 정보를 가족들이 고쳐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작품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큰 서사로 연결한다. 가족의 이야기로 공감대를 일으키는 동시에 캐나다의 역사나 정치도 담아낸다"며 "1950년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계층적, 계급적 갈등과 마찰이 계속 일어났다. 지금 캐나다는 많은 변화를 겪고 평등하지만, 1960년대만 해도 차별이 빈번했다. 이런 이야기가 현대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도 연결고리가 있다"고 말했다.

작품은 뇌에서 작동하는 기억의 매커니즘, 그렇게 저장된 정보의 완전성에 대한 의문, 그 기억들을 바탕으로 형성된 정체성, 망각과 무의식, 개인의 기억과 집단 기억, 기억을 매개로 이뤄지는 예술 '연극'의 기원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기억'으로의 여정을 그린다.

르빠주는 "나이가 들어가는 배우에게 기억이라는 것은 큰 주제가 된다. 연극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기억을 담아내는 거다. 연극과 기억은 가깝게 연결돼 있다"며 "배우가 대사를 외우고 연기할 때 뇌의 다양한 부분이 자극을 받고 활성화된다. 연기를 하고 무대에 선다는 것은 기억을 끊임없이 활용하고 뇌의 모든 요소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887' 로베르 르빠주 [사진=LG아트센터]

이 작품은 시간 속에 점점 잊히는 것과 여전히 밝게 빛나는 것들을 대비, 기억의 원리와 본질에 대해 깨닫게 만든다. 무대 위 현재의 집, 어린 시절의 아파트 등 여러 공간으로 변신하는 세트, 기억에서 재현해낸 듯한 아기자기한 미니어처, 옛날 사진과 신문의 이미지 등이 마치 우리와 가까운 이의 추억을 직접 들여다 보는 느낌을 선사한다.

르빠주는 "항상 뉴테크놀로지를 사용해왔다. 초반에는 신기술 사용이 다소 서툴러 기술적인 도구가 서사, 연기, 연극적 요소보다 전면에 나서 이야기를 잠식하는 점도 있었지만, 시간이 많이 흐르면서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또 "이 작품은 미니 테크놀로지를 지향한다. 신기술이나 다양한 장치를 활용하지만 간소화하고 시적인 형태로 접목한다. 하이테크놀로지를 사용하지만 다양한 미니어처를 사용하기 때문에 인형극과 흡사한 형태"라고 덧붙였다.

로베르 르빠주는 '달의 저편' '안데르센 프로젝트' '바늘과 아편' 등 그동안 한국 관객들에게 연출가로서 모습만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가 직접 출연해 배우로서의 진가도 보여줄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르빠주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기억이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주제다. 다양한 사회적 현상과 담론들이 이어지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치 기억을 잃은 것처럼 여전히 같은 실수를 저지른다. 예술가로서 예술의 역할이 이런 기억을 상기시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재현해 기억을 되살리고 이를 통해 사회나 사람들이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베르 르빠주의 1인극 '887'은 오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단독] 李정부 국정 5개년 책자 나왔다 [서울=뉴스핌] 윤채영 지혜진 기자 =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담긴 책자가 발간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날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에는 123대 국정과제에 대한 주요 내용과 구체적인 입법 방향 등이 담겼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8.13 photo@newspim.com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13일 1호 과제로 발표한 개헌에는 대통령 권력 구조 개편도 포함됐다. ▲4년 연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 ▲감사원 국회소속 이관 ▲대통령 거부권 제한 ▲비상명령 및 계엄 선포 시 국회 통제권 강화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도입 ▲중립성 요구 기관장 임명 시 국회 동의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명시했다. 또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 등 헌법 전문 수록과 검찰 영장 청구권 독점 폐지, 안전권 등 기본권 강화 및 확대,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위한 논의기구 신설, 행정수도 명문화 등이 개헌 과제로 포함됐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도 추진된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재외국민 투표 관련 규정을 개정해 국민투표법 위헌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개헌 찬반 투표는 2026년 지방선거나 2028년 국회의원 선거 때 실시하겠다고 명시했다. [서울=뉴스핌]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 2025.8.20 ycy1486@newspim.com 이번 책자에는 국정기획위가 지난 13일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공개한 123대 국정과제보다 훨씬 세부적인 내용이 담겼다. 당초 국정위는 이날 국정운영 5개년 계획도 공개하려 했다가, 돌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비공개 결정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위 소속으로 활동했던 한 위원은 뉴스핌과 통화에서 "갑자기 보안을 강조하면서 내부 자료는 절대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며 "이유는 모른다"고 전했다.  ycy1486@newspim.com 2025-08-20 15:55
사진
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