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만개 넘는 가족투자회사 활동 중
[뉴스핌=이영기 기자] 9자리 숫자 정도(1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가족들이 최근 소위 '가족투자회사(패밀리오피스)'를 통한 투자를 늘리고 있어 주목된다.
월가의 신진세력으로 꼽히는 패밀리오피스는 금융당국의 규제대상이 아니라서 보다 은밀하고 직접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잇점이 강조된다. 현재 1만개의 가족투자회사가 득세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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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금융권 <출처=블룸버그> |
지난 8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Y)의 자료를 인용, 뉴욕 월가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패밀리오피스'가 1만여개가 활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중 절반 이상이 최근 15년간 설립된 것이다.
적어도 1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가문이라면 금융당국의 별도 규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어 '패밀리오피스'는 갈수록 인기를 더해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상 월가의 투자은행이나 사모펀드를 대체해 나가는 양상인 것이다.
E&Y의 시니어 파트너인 로버트 케이시(Robert Casey)는 "미국만 해도 상위 3000개 패밀리오피스의 운용자산 규모는 약 1.2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이런 유리한 점을 바탕으로 패밀리오피스가 월가의 굴지의 IB에서 인재를 스카웃하는 경우도 있다. 억만장자인 하이야트호텔 회장 토마스 프릿커(Thomas Pritzker)는 지난 2015년 골드만삭스에서 조셉 글레버만(Joseph Gleberman)을 영입했다. 프릿커의 패밀리오피스는 몇몇 다른 곳들과 함께 약 7억달러 규모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밀리오피스끼리 친목이 투자활동에서 더욱 중요해지자 근래 가족끼리의 동반모임도 자주 개최되는 추세다. 2014년 가을 댈러스 외각의 2500에이커 규모의 목장에서 15개 억만장자 가족이 모인 것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이 모임을 주최한 가족은 로스 페로 주니어(Ross Perot Jr)집안으로 마이클 블룸버그, 조지 소로스집안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페로의 가족투자회사는 수십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이 회사의 투자실무책임자 케니 스프링필드(Kenny Springfield)는 "역사적인 모임"이라며 "투자세계에서 전례없이 이들 가족들의 친목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가에서 가족투자회사의 네트워크를 지원하고 있는 캠프덴웰스(Capden Wealth)의 도미니크 사뮤엘슨(Dominic Samuelson)은 "지금까지는 1억달러를 모으는데 100년이 소요됐지만, 가족간의 협조로 그 기간을 점점 단축시키고 있다"고 최근 추세를 설명했다.
켐프덴웰스의 추산에 따르면 가족투자회사의 총 운용자산 규모는 4조달러 이상으로 이는 사모펀드와 헤지펀드의 운용규모 5.7조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