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은 두툼한 이불이 되어 너를 푸근하게 덮어주고 싶은데, 너의 계절은 겨울이 아닌가 보다. 여름인가 보다. 내가 가진 이불은 두꺼운 겨울 이불뿐인데.
네가 덮지 않는 이불, 나도 덮지 않고 걷어찬다. 세상은 나를 조롱도 하고, 연민도 하고, 이해 못하기도 하고, 불편하게 여길지도 모른다. 나는 사랑을 기다리기도 하고, 기다림 너머 기다리지 않기도 한다.
핑계거리가 사라진 것이 좋다. 세상이나 삶, 사랑이, 이젠 내 가슴 속에 맴돌지 않는다. 말을 안 하고 싶기도 하다. 죽음으로 훌쩍 배낭여행 떠나고 싶기도 하다.
신문도 보기 싫다. 뉴스도, 드라마도, 소설도, 시도, 다 싫다. 그림도, 음악도. 본질에 페인트 칠한 모든 인위가, 견디기 힘들다.
전화 오지 않는다. 밤 열시 삼십 분. 너를 향해 함부로 전화 못할, 뇌막염 같은 절제가, 내 마음을 가로막는다. 무슨 얘기 오갈까. 마그마 같은 불길, 이별 직감의 서늘한 냉기. 아니면 내 믿음을 비껴 달리며, 또 가증스런 애정의 거문고 타고 있는가.
부분만 보여주며, 전체를 안개에 가려버리는 아내의 말들.
나를 바보이게 만드는 극도의 네 예민성
단순한 동전처럼 살고 싶다.
비 더 온다. 밖에 나가자. 추위 속에 추워하자.
역겹다. 본능으로만 치달리고도 싶다. 그놈을 죽이고 싶다. 그 찰나의 희열로, 나 자신도 찔러, 마감하고 싶다
비 온다. 겨울비라 춥다. 우산 쓰고 걷는 사람들. 우산을 처음 만든 사람이 우습다. 안경 쓴 여자. 핸드폰 켜들고, 떠들며 걷는 사내. 우습다. 우스운 꼴에 적응해버린 사람들끼리, 얘기하고, 사랑하고, 섹스하고, 돈 벌며, 산다.
죽음 속이면, 이 모든 허울 벗어던지고, 순수한 내의 입을 것 같다.
사람은 짧은 순간에만 진실이 있는가. 죽이고 죽고 싶은, 카타르시스 속에, 난 깨끗하다. 길게 살아도 진실할 것 같지 않다. 지연된 삶 속에 살아가는 것이, 문득 누추해진다.
이별하고, 싸우고, 죽이고, 죽고 하는 일들. 복잡한 과정을 무시한 단순한 몸짓들이, 짧게나마 솔직한 삶일 수 있다.
내 머리에 거미줄 걷혀진다. 지겨운 언술들, 핑계들, 완전히 사라진다.
불경기의 입구. 새로 들어선 까페에서 냉각된 카스가, 위장 속으로 싸늘하게 들어온다. 낯선 객들이 출입문을 여닫을 때 이는 찬 바람이 상쾌하다. 여의도에 밤이 깊어간다. 상가들은 불을 끄고, 주식 투자로 돈을 벌거나 잃은 주민들 철수한다. 포장마차엔, 하루분의 넝마를 불로 녹여대는 샐러리맨들.
상상하지 말자. 상상은 내 발목을 걸고, 날 구름 속으로 넘어뜨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