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이후 20여년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전자업계를 호령하던 소니 등 일본 업체들이 잇따라 몰락의 길로 접어든 반면 20여년 전 이들을 벤치마킹해야 했던 삼성전자는 이제 반도체와 TV, 스마트폰 등에서 글로벌 톱메이커가 됐다. 그러나 현재의 성공신화가 과연 10년, 20년 후의 성공까지도 담보할 수 있을까. 이에 [CSV; 삼성의 진화, 품격경영] 기획을 마무리하는 제5부에서는 삼성 내부 사정에 밝은 학계 및 업계 인사를 통해 ′영원한 기업′이 되기 위한 과제를 살펴봤다.
[뉴스핌 Newspim] '퍼스트무버(first mover·선도자)'. 삼성전자의 시장선도 전략의 실천과제 중 하나는 조직문화 유연화다. 구성원들의 창의적인 발상을 꺽지 않고 혁신활동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문화를 장려하며 초기 연구단계에서 여러 시도가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학계 및 업계 전문가들은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연구가 가능한 조직문화가 제대로 정착해야 지속적인 질주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직 구성원들이 자발적인 연구에 몰두할 때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우수한 결과물이 끊임없이 도출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삼성을 연구하는 많은 전문가들은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이후 20년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탁월한 '선택과 집중' 전략에 있다고 봤다. 위에서 지시를 내리고 하부 조직에서는 경쟁적으로 지시에 따른 연구과제를 수행한다. 이런 정보들이 위로 모아지면 헤드쿼터가 정책 결정을 내리고 하부조직은 한 방향으로 몰입하는 방식이다.
'패스트팔로워' 전략에선 이런 방식이 효율적이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퍼스트무버' 전략에서는 지시에 따른 연구가 아닌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에 따라 삼성도 최근 조직문화를 유연하게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중이다.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를 조직내에 정착시키면서 창의적인 연구개발이 자발적으로 이뤄지도록 장려하고 있다.
사실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는 이 회장이 최근 강조한 조직문화 중 하나다. 이 회장은 지난 2012년 신년사에서 "삼성의 미래는 신사업, 신제품, 신기술에 달려 있다. 실패는 삼성인에게 주어진 특권으로 생각하고, 도전하고 또 도전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같은 이 회장의 생각이 조직내에 실질적으로 전파되는 게 삼성이 퍼스트무버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제로 인식된다.
최현수 건양대 교수(창의융합대학장)는 "삼성 내부에서는 성공에 대한 압박이 큰데 이를 잘 극복해야만 미래가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삼성 내부가 여전히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추진했던 인터넷 투자사업 'e삼성'에 대해서도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 최 교수는 "e삼성을 지금까지 꾸준하게 하고 있었으면 아마도 크게 됐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삼성의 실패사례 이후 삼성 내부에서는 실패에 대해 두려워하는 기조가 더 강해졌다고 그는 전했다.
최 교수는 "(이 부회장에게) 경영수업을 시킨다고 투입했던 것도 정리를 했는데 어떤 임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면서 "'실패하면 죽는다', 이런 분위가 사라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성상현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이 산학협력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용인이 가능한 실패'가 정부와 학계의 기초연구 단계에서 더 많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모든 연구를 기업이 내부화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큰데, 기초 연구를 국가 혹은 대학에서 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사회적 재화가 들어가야 선순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이제 모방하고 추격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며 "이제는 수직으로 오를 수 있는 암벽등반이 가능한 근육을 만들어야지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는 삼성전자의 주요 전략이었던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를 말한다.
아울러 그는 "삼성은 이제 탐험가가 돼서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사업 부문별로 인재의 정의를 더 세분화해서 정확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창의적인 발상을 꺽을 수 있는 지나친 '자기검열'도 극복과제로 제시됐다. 김종만 명지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 등 삼성 사람들은 술 자리에서도 자기 회사나 상사 욕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며 "그만큼 프라이드(pride)와 로열티(loyalty)가 강한 것인데, 다른 측면에서 보면 자기검열이 강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율적인 창의적 발상을 하는데 '자기검열'은 걸림돌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자기검열은 결국 자유로운 발상과 행동을 스스로 규제할 수밖에 없어서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했던 방식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실체가 없는 걸 하려고 하니 머리가 아픈 것"이라며 "아직 목적지를 뚜렷하게 못잡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삼성이 최근 통섭형 인재를 추구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삼성의 통섭형 인재는 인문계열을 전공한 지원자에게 일정기간 소프트웨어 관련 과목을 집중 교육시킨 후 소프트웨어 관련 인재로 육성하는 방안이다.
김기찬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이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 고객 관점에서의 좋은 소프트웨어가 될 수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인력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좋은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삼성경제연구소 출신의 김우재 볼비온 대표는 "삼성이 하위직부터 상위직까지 모두에게 리더십을 요구하며 자발적인 연구를 강조하지만 여전히 구성원들과의 소통은 갈길이 멀다"면서 "독창적인 기술 개발은 장려하는 문화 속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이강혁·김양섭·송주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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