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홍군 기자]철강사 마케팅 부서에 근무하는 K모 부장은 요즘 윗사람들을 대하기가 두렵다. 실적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공급단가를 올려야 하지만, 고객사들의 저항이 완강해 가격인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K모 부장은 “고객사들에게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가격인상의 필요성을 설명하면, 들어주기는 커녕 거꾸로 가격인하를 요구해 온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올 들어 철강사들이 추진하고 있는 가격인상이 수요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사들은 조선사들과 1분기 후판 공급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양쪽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며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조선사들은 경기불황에 따른 수요감소와 실적부진 등을 내세워 t당 3~4만원의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t당 70만원 후반대인 후판 공급가격을 중반대로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철강업계의 입장은 정반대이다. 지속적인 가격인하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데다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최근 강세를 보임에 따라 이번에는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 철강업계의 입장이다.
2011년 하반기 t당 90만원대 초반이던 후판 가격은 작년 하반기 70만원대 후반으로, 20만원 이상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철강사들이 후판 공급가격을 소폭 인하하는 수준에서 조선사들의 요구를 들어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08년 하반기 이후 계속되고 있는 수주난으로 후판 수요는 급격히 줄고 있지만, 후판 공급능력은 늘어만 가고 있어 가격협상의 주도권이 조선사로 완전히 넘어갔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사의 증설과 엔저 등으로 후판 수급상황은 좋은 편이다"며 "철강사들이 어렵다고 하는데, 조선사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이미 자동차강판 가격은 수요사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내려간 상태이다. 포스코는 올 들어 현대기아차, 한국지엠 등과 협상을 벌여 1분기 자동차용 강판 공급가격을 t당 3~4만원 인하했다.
지난달 열연 가격을 t당 2~3만원 인상한 포스코는 자동차강판 가격도 인상한다는 방침이었지만, 내수시장 침체와 환율환경 악화 등을 내세운 자동차 업체들의 압박에 밀려 거꾸로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하이스코도 지난해 말 자동차 강판 공급가격을 t당 5만원 가량 인하했다.
황은연 포스코 전무(마케팅 본부장)는 지난달 말 최고경영자(CEO)포럼에서 "여러 여건으로 보면 값을 올리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국내 자동차ㆍ조선ㆍ가전산업 대부분이 수출 위주여서 엔저 등 환율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건설사와의 철근 가격협상에서도 철강사들이 밀리고 있는 양상이다. 현대제철을 비롯한 철근 공급사들은 1월 동결, 2월 t당 3~5만원 인상을 바라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일단 1월 가격을 1만원 인하한 후 2월 가격을 협의하자며 버티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와 조선, 건설 등 주요 수요산업에 대해 철강사들이 절대약자로 전락한 상황이어서 당분간 가격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