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3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수백억원대 비자금을 운영했다는 의혹이 또 다시 제기되면서 향후 라응찬 후풍폭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된 만큼 진원지인 내부문건 확보에 나서는 한편 우선 신한은행을 통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 등 신한그룹측은 "과거 검찰조사에서 23개의 차명계좌는 이미 모두 확인됐고 무혐의를 받은 사안으로 새로운 의혹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 라응찬, 23개 차명계좌 통한 수백억 비자금 조성 의혹
한겨레신문이 신한금융지주 내부문건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신한은행장과 지주 회장 재직 때 다른 사람 23명의 이름으로 된 예금과 증권계좌로 은행 돈을 빌려 쓰는 한편 자사주를 매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23명의 이름으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2008년까지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운영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라 전 회장이 단지 실명제 위반뿐 아니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불법·탈법적인 자금거래를 한 기록까지 들어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즉 이들 차명계좌가 라 전 회장과 아들들 간 증여세 탈루 수단으로도 활용됐다는 것이다. 금융기관 임직원이 이런 우회대출로 이익을 챙겼을 경우 횡령과 배임죄가 적용되는데 2004년부터 2007년까지는 여러 차명계좌를 통해 라 전 회장의 세 아들에게 직간접으로 전달한 돈이 46억원에 이른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신한은행에 내부문서 확인과 함께 라응찬 전 회장에 대한 차명계좌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내부문건 내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신한은행에 알아보라고 지시를 했다"면서 "1차적으로 신한은행을 통해 라 전 회장 관련 내용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추가 조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라 전 회장의 비자금 차명계좌 관리 의혹에 대해 검찰과 국세청, 금융감독당국의 해명과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경제개혁연대는 23개 차명계좌 전체에 대한 증여세 탈루 여부와 라 전 회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게 된 경위, 사용처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또한 추가적인 차명계좌 발견에 따른 금융실명제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 라 전 회장의 공시의무 위반 및 스톡옵션 행사 문제 등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신한측 "이미 검찰조사서 무혐의"…새로운 의혹 아냐
신한그룹측은 라 전 회장에 대한 새로운 의혹제기와 관련해 "과거에 이미 검찰과 금융당국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새로운 의혹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특히 신한금융지주는 과거 라 전 회장 관련 사건에 대해 직접적인 발언을 삼가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놨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과거 검찰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라 전 회장이 건넨 50억원의 자금에 대한 출처를 소명하는 과정에서 23개 차명계좌가 나온 것"이라면서 "당시 검찰에 23개의 차명계좌 자료를 모두 제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를 벌이던 중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에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전달된 50억원을 적발했다. 국세청도 신한지주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를 확인, 검찰에 통보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지난 2010년 9월 라응찬 당시 회장의 차명계좌 조사를 통해 일부 운용된 사실을 적발했다. 당시 금감원은 재일동포 주주 4명의 차명예금을 찾아내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라 회장에게 3개월 업무정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검찰 수사 결과 차명계좌는 금융실명제법 시행 이전 일이었고 법률적인 부분은 적용이 안돼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융감독원도 2010년 8월 검찰 자료를 받아서 검사를 진행했고 검사 결과 혐의가 있는 6개 계좌에 대해 라 전 회장을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징계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으로부터 자료제출을 요구받은 신한은행 관계자도 "이번에 제기된 라응찬 전 회장 관련 의혹들은 과거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미 다 나온 내용이고 당시 무혐의를 받았다는 점에서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라 전 회장의 증여세 탈루 의혹에 대해 신한지주 관계자는 "차명계좌 관련 이자소득세, 증여세 등은 지난 2010년 세무당국의 추징으로 세금을 모두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당국이 라 전 회장을 추가 조사할 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지난 2010년 라 전 회장에 대해 조사를 했기 때문에 중복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일단 은행으로부터 사실관계 확인 후에 라 전 회장에 추가 조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