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하반기는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과 제품 개발에 더 집중한다는 게 방침입니다. 질적성장의 중심이 아무래도 고급화 전략이겠죠."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불황=고급화' 공식을 써나가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무한경쟁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생존 전략이다. 호경기 때의 단순한 '박리다매'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탓이다.
이미 삼성전자,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은 '양적 확대'에서 '질적인 고급화'로 확실한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프리미엄 이미지로 경쟁 제품과의 차별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브랜드, 나아가 제품군 전체의 이미지를 높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주요 대기업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프리미엄 브랜드와 프리미엄 제품 구축에 나선 것은 글로벌 불황 우려와도 무관치 않다. 저가의 제품을 다량 판매해서 수익을 올리기 보다는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제품 가치를 높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불황 극복의 방법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제품 라인 고급화 전략은 단적인 사례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최근 유럽의 재정위기와 경기침체가 확산되면서 기존의 전략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강하다.
지난 6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진정한 글로벌 톱 기업을 향한 분기점에 서 있다"면서 "격변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전략의 수립을 요구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기 시작한 것도 이런 위기감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스마트폰 '갤럭시S3'는 삼성전자의 고급화 전략의 대표적 사례다. 현재 출시된 스마트폰 중 최고 사양으로 출시된 이 제품은 스마트폰 중 가장 최첨단 기술과 고급 사양으로 무장하고 있다. 1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파급력은 상당하다.
선주문만 1000만대를 넘어서면서 현존하는 휴대폰 중에서는 경쟁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 몰이를 하고 나선 것.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70%가 모바일 부문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이같은 갤럭시S3의 파급력은 3분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만들고 있다.
PC부문에서는 최고 사양의 명품 노트북을 출시하면서 이탈리아 유명상표와 손잡은 사례도 눈길을 끈다.
최근 삼성전자는 신제품 프리미엄 노트북 뉴 '시리즈9'을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발렉스트라(Valextra)' 매장 내에서 전시하고 있다. 세밀한 수공업으로 만들어지는 명품 브랜드의 지향점이 시리즈9과 맞닿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대차의 최근 화두도 바로 고급화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지난 3월 미국 현지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까지 현대차와 기아차가 '품질 안정화'를 위해 임직원 모두가 애써왔지만 앞으로는 '품질 고급화'에 주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현대차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양적확대 보다는 고급화 전략을 통한 질적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중장기 고급차종 판매를 확대해서 브랜드 고급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양적 확대는 그 다음에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기존의 현대차가 이동수단으로서 자동차의 주행성능이나 디자인에 대한 고객 만족을 추구했었다면 이제는 자동차를 소유하고 활용하는 모든 단계에서 갖는 감성적 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벨로스터 터보'는 이같은 전략을 잘 보여주는 제품이다. 쿠페 스타일과 해치백의 장점을 조합한 이 자동차는 비대칭 3도어라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에 충격을 준 바 있다.
또, 고가 사양들을 기본 옵션으로 만들어 차량 고급화에 앞장선다는 점도 최근 현대차의 두드러지는 경향이다. 예전에는 고급 세단에만 탑재되던 에어백, ABS 등을 기본 옵션으로 만들면서 경쟁차종에 비해 한층 더 고급스런 이미지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 |
LG 역시 프리미엄 브랜드 만들기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지난 2010년 말 취임 이후부터 줄곧 '고급화 전략'을 주문해 왔다. 판매 위주인 '볼륨 게임' 대신 가치로 승부하는 '밸류 게임'으로 들어서자는 당부였다.
지난해 말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 손을 잡고 '프라다폰 3.0'을 출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프라다폰 3.0은 기존의 스마트폰과 비교해서 사양이나 성능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사랑을 받는 기종 중 하나다.
아울러 지난 5월 139.7㎝(55인치) 3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선보인 것도 이런 프리미엄 전략과 맥락이 같다. 신소재를 적용해 기존 TV보다 두께를 대폭 줄이고 무게도 대폭 낮추는 등 LG전자의 최고급 기술이 총 동원됐다.
기존의 LG전자 TV가 삼성전자 TV에 비해 낮은 가격을 받아왔던 것도 이 제품을 기점으로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경쟁사 TV보다 기술 우위를 확신하는 만큼 굳이 더 싸게 팔 이유가 없다는 자신감이 높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 명품 브랜드가 불황에도 성장세가 유지되는 것은 단순히 제품이 아닌 프리미엄 이미지를 통해 감수성을 함께 만족시키기 때문"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고급 브랜드 구축을 통해 가치를 더욱 향상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