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몸담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들도 퇴직후 고민이 많다. 대기업 샐러리맨도 현역을 떠나면 경중의 차이는 있으나 노후불안 등 걱정의 근원은 여타 샐러리맨과 마찬가지다. 뉴스핌은 신년기획 일환으로 전자·이동통신·자동차·조선·유통 등 국내 주요 기업의 베이비부머 직장인 100인의 퇴직전후의 대책과 바람을 물어봤다. 인생 100세 시대에서 이들이 리타이어 푸어(Retire Poor)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편집자 주>
[뉴스핌= 김기락·손희정 기자] “아...정말 피터지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앞날이 왜 안 보일까요? 나이 먹을수록 뭐 해먹고 살아야할 지 진짜 돌아버릴 지경입니다” 팍팍한 직장 생활에 숨이 찬 베이비부머 세대의 탄식이다.
50대에 성큼 들어선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갈수록 짧아지는 정년과 마땅히 준비해둔 것 없어 밤잠을 설치고 있다.
‘베이비부머, 대안을 찾자’를 화두로 이어간 기획을 마무리하면서 은퇴를 앞둔 직장인들의 개별 고충담을 이해편의를 위해 대담 형식으로 꾸며봤다. 이들 이름은 모두 익명 처리했다.
직장 생활의 한계를 언제 느끼는가?
- 식품회사 김영일 부장(51) : 직장 생활의 한계가 어디 따로 있나요? 전부 다죠 뭐... 하루에도 열 두번씩 회사를 때려치울 생각을 해요. 최근에 상사가 내 실적을 가로채 큰 충격을 받았죠. 그래서 제가 승진 기회였는데도 밀려났어요. 상사요? 승진했죠. 나중에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 자동차 회사 박병철 부장(53) : 더 심한 경우도 있습니다. 상사의 실적 부진으로 문책 인사로 부하 직원을 좌천시킬 때입니다. 하지만 장사할 아이템도, 밑천도 없어서 회사를 못 떠나는 게 우리네 삶 아닙니까?

- 홈쇼핑업체 이서진 차장(50) : 지금은 마음 편히 쉬는게 소원이에요. 직장 생활하다보면 다 놓고 훌쩍 떠나버리고 싶을 때가 많잖아요. 연차요? 연차 쓰면서 눈치 안 보는 간 큰 회사원 있나요? 자영업자였다면 가끔 여행이라도 다닐 수 있을텐데요. 그런데 아마 제가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이라면 지금 보다 더 힘들었을 것이라 위로해요.
진정으로 원한 나의 인생은 어디로 가는 걸까? 우주로?
- 김영일 부장 : 외딴 섬에서 국어교사 또는 작가로 사는 것이 꿈이었어요. 또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귀농해서 자연이 주는 열매를 따서 먹고, 남는 것은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등 느긋하게 살고 싶죠. 욕심이 너무 큰가요?
- 이서진 차장 : 젊었을 때는 아파트 한 채와 현금 1억을 보유하고 여행 다니며 살고 싶었죠. 그런데 요즘 1억이 어디 돈이에요? 동네에서 구멍가게를 차려도 1억은 더 들어요. 수입차도 한 1억은 있어야 사지 않나요? 월급쟁이로 다달이 생활비 받아가며 내 시간 쪼개서 자유롭지 못한 인생을 계속 살아야 하는건지 모르겠어요. 먹고 살기만을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건 아니잖아요? 근데 왜 다들 그렇게 살게 된 거죠?
- 도진희 자산관리사 : 일도 잘하고 살림도 잘하는 멋진 커리어우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일은 일대로 치이고 애들 키우기 바빠서 대체 내 인생은 어디로 가는 것인지 우울해져요. 솔직히 애 낳으면 여자들 몫인데 누가 애를 낳으려고 하겠어요? 조용히 쉬고 싶어서 연차도 남편과 애들 모르게 쓰고 있어요. 쉬기 바쁜데 취미 생활은 꿈이죠. 나하나 밥 벌어먹고 사는 건 큰 문제가 아니죠.
- 박병철 부장 : 다들 비슷하군요. 꿈과 현실은 달라도 너무 다른가봅니다. 제 주위 동료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집값만큼 오르는 전세값, 은퇴 후 대책 없는 노후와 자녀 교육, 부모 봉양 등 공통된 고민이군요. 늙어서 자식들에게 손 안 벌리고 살아야 할 텐데요. 정년까지 10년 남았는데 내 인생이 다 끝나가는 것 같습니다. 사회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지 오래됐습니다.
사랑하는 자식들아! 너희들은 이렇게 살아라
- 김영일 부장 : 자식들이 부모 마음을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그래도 자식이니 아이들 세대는 조금이라도 덜 고생하길 바래야죠. 또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회장님’의 자식으로 태어나지 않는 이상 대부분 고생길이죠.
- 이서진 차장 : 우리 세대가 너무 일만 하고 살아서 그런지 자식들은 여행도 다니고 많이 보면서 큰 그릇으로 성장했으면 해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보다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게 긴 세월을 살 때 여러모로 좋은 결과로 이어지더라고요. 다만 인생에 돈이 전부가 될 수 없겠지만 경제 개념을 익히면서 재테크에도 관심을 가져야겠지요.
- 박병철 부장 : 결혼 후에는 자식들이 건강하게만 크길 원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욕심이 생긴 게 사실입니다. 공부도 더 잘했으면 좋겠고, 안정된 삶을 살도록 공무원이나 교사가 되기를 원합니다. 공무원도 옛날 같지 않겠지만 그래도 나라밥이 비교적 철밥통이지 않습니까? 평범하게 살아야 할 공무원을 자식에게 권할 수 밖에 없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아픔이 작진 않군요.
- 도진희 자산관리사 : 저는 요즘 학생들이 더 불쌍해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학교에, 학원에, 과외에... 애들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매일 그렇게 사는 것을 보면 그들이 또 다시 ‘제2의 베이비부머’가 될까봐 염려돼요. 일찌감치 미국이나 캐나다로 이민간 제 친구들이 왜 그리워지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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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