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순환 기자] "수십만 명의 젊은 디자이너가 밤새워 노력해 만든 결과물을 대기업이 빼앗아 가는 일이 더는 오지 않길 바랍니다"
한 젊은 대학원생 디자이너가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와의 디자인 소송에서 승리한 후 남긴 말이다.
왠지 요즘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디자인'이란 말만 들어도 밤에 편히 잠을 자길 어려울 것 같다.
애플과의 잇따른 디자인 특허 소송에서 패하고 있고 31세 대학원생과의 소송에서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쑥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자인을 누누히 강조한 이건희 회장의 '경영 키워드'을 떠올리면 최근 삼성전자의 모습은 안타깝다.
이건희 회장이 수차례 '디자인은 경쟁력'이라며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 출근하기 시작하면서도 '디자인센터'를 가장 먼저 방문하며 디자인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2001년부터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디자인경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초대 디자인센터장은 당시 가전담당 사장이었던 한용외 전사장이 맡았고 2004년부터는 지금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는 최지성 현 부회장이 디자인 경영센터의 센터장이었다.
또한, 2009년부터는 윤부근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이 디자인센터장 역할을 하며 현재 약 1000여 명의 직원을 이끌고 있다.
이처럼 이건희 회장의 의중을 바탕으로 디자인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만 크게는 애플과의 디자인 특허전부터 작게는 냉장고 디자인 무단 사용 사건까지 이건희 회장의 디자인 강조가 공허한 메아리로 흘러가고 있는 느낌이다.
특히, 이번 디자인 침해 사건을 바라보면서 세계 초일류 기업인 삼성전자의 현재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기엔 아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국내에 최고의 실력을 갖춘 법무팀과 디자인팀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개인과의 소송에서 패소한 후에야 잘못을 시인했다는 것은 애초부터 잘못을 몰랐거나 잘못을 인정하기 싫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대기업이라는 강자의 입장에서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개인 디자이너의 창작물을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사용하고도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까지 잘못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송에 승리한 학생도 개인의 창작물을 대기업이 빼앗아 가는 일이 더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며 알게 모르게 관행적으로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고 있었음 암시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사건의 발생 후 "삼성전자는 우수한 디자이너들을 채용하는 등 디자이너를 중시하고 있는 가운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게 돼 유감"이라고 밝혔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삼성의 사과에 공감할 수 있을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지난 1979년 영국 총리 마거릿 대처는 디자인 중요성을 이렇게 역설했다. "디자인하라, 아니면 사직하라 (Design, or r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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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장순환 기자 (circlejang@newspi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