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재계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이례적으로 공개 경고한 '그룹 전반적인 부정부패 척결 지시'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진짜 의도가 무엇이냐는 의문부호 달기가 한창이다.
10일 복수의 재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대놓고 공개한 숨은 의도가 궁금하다"며 "삼성특검 당시를 떠올릴만큼 중대한 사안이 있는 것 아니냐"고 물음표를 달았다.
이 회장의 이번 지시가 전해진 것은 지난 8일. 매주 수요일 개최되는 삼성 사장단 회의 직후, 김순택 미래전략실장이 "이 회장의 말씀을 전한다"며 사장단에 사안을 발표하면서다.
골자는 이 회장이 삼성테크윈 경영진단 결과를 보고받고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됐다며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했다는 것. 감사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강한 처벌까지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사장단조차 예상치 못한 발언으로, 그룹 측은 회의가 끝나고 언론에 대외비 수준의 이번 사안을 전격 공개했다.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은 지휘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틑날인 9일. 이 회장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다시 한번 이번 사안에 대해 강조하며 한발 더 나아갔다.
이 회장은 "그룹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는 것 같다"며 "향응도 있고 뇌물도 있다. 제일 나쁜 것이 부하 직원을 닦달해 부정을 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인비리 차원을 넘어 조직적으로 이뤄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 대목이다.
그는 "이런 현상이 걱정돼 문제 삼아볼까 한다"며 부정 척결에 강한 의지를 거듭 표명하기도 했다.
이틀에 걸친 총수의 강한 질타가 있었지만 그룹에 퍼져있다는 부정부패와 삼성테크윈의 비리는 외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부정한 회사법인카드 사용, 술·골프 접대를 금지한다는 내부 지침이 내려진 것으로 미뤄 이 문제에 대한 삼성 내부의 도덕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는 일단 이 같은 삼성의 행보를 두고 삼성특검 이후 경영쇄신을 통한 투명경영이 잘 정착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직에 위기감이 나타날때 총수가 나서 일침을 가하고, 직원들은 느슨해진 허리띠를 다시 졸라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재계 한 인사는 "관리의 삼성 문화를 보여준 사례"라면서 "기강을 다시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이 회장의 확고한 의지를 외부적으로 보여주면서 삼성에 대한 대외적인 신뢰도가 한층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법인카드나 술·골프 접대 문제는 총수가 작심한듯 이례적으로 공개 질타에 나설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단적으로, 이미 삼성카드와 삼성SDS간 기프트카드 발급 등 부당내부거래 문제는 관련자 문책 등 조치가 취해진 뒤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관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쉬쉬하면서 조직을 재정비하는 수준에서 덮어질만한 문제 이상으로 꼬리자르기 차원 아니냐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이 회장 발언 공개 직후, K9 자주포 결함 문제가 부상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삼성 측은 이 문제와는 관련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은 상태다.
재계 또다른 인사는 "삼성테크윈의 거래선인 방산업체 A사 수사 과정에서 무기브로커 문제가 심도있게 파헤쳐 지면서 권력의 심기가 불편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름만대면 알만한 인사들 이름이 거론되는 탓에 삼성에도 파장이 미칠 수 있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삼성 관계자는 "CEO교체는 공시사항이기도 하면서 주주들에게도 알릴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며 "삼성테크윈 CEO가 사직한 이유를 외부에 알리는 과정에서 삼성테크윈에 대한 경영진단 결과 일부 직원의 비리가 드러났다는 것을 공개한 것일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이번 이 회장의 지시에 따라 삼성이 감사기능을 대폭 강화하기로 하면서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한 컨트롤타워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게 됐다.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이번 사안으로 이 회장의 친정체제가 다시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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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